[채희창칼럼] 국민 무서운 줄 모르는 의사들
‘지나친 직역 이기주의’ 국민 실망 커
국민 89% “의사 확충 시급하다” 찬성
명분 없고 환자 피해 커질 파업 접길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에 반대하는 의사들의 파업이 사실상 초읽기에 놓였다. ‘파업 선봉대’ 역할을 하는 전공의(인턴·레지던트)들의 진료 거부 또는 집단 사직서 제출이 임박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오는 15일 전국에서 궐기대회를 여는 등 본격적으로 집단행동에 들어간다. 노환규 전 의협 회장이 “정부는 의사들을 이길 수 없다. 재앙은 시작됐다”는 엄포까지 놨다.
첫째, 파업 명분이 없다. 의사들은 현재 의사 숫자가 부족하지 않고, 의사를 늘려도 필수·지방 의료 현장으로 가지 않을 것이라고 강변한다. 과연 그럴까. 환자들이 ‘응급실 뺑뺑이’를 돌다가 사망하고, 젊은 부모들이 ‘소아과 오픈런’ 고통을 겪고 있다. 지방의 중증 환자는 서울 대형병원 앞에 숙소를 얻어 치료받는 현실이다. 이러니 국민 89%가 의대 증원에 찬성하는 것이다. 의사가 더 필요한 게 명백한데 앞으로 돈벌이에 지장이 있을까 봐 반대하는 것 아닌가.
둘째, “정부가 일방적으로 증원을 결정했다”, “의협은 들러리만 섰다”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 의대 정원을 1000명 이상 늘리겠다는 정부 방침이 나온 건 지난해 10월 무렵이다. 정부는 그동안 의료현안협의체에서 28차례나 대화했다. 의협이 “증원이라는 말도 꺼내지 마라”며 대화를 거부한 채 시간만 끌어 온 것 아닌가. 특정 직역의 허락을 얻어 정책을 시행하는 나라는 없다.
셋째, 의료의 질이 떨어진다는 논리도 빈약하다. 의협은 한꺼번에 늘어난 2000명을 제대로 교육할 여건이 안 된다고 한다. 하지만 지난해 말 전국 40개 의대 수요 조사에서 최소 2151명, 최대 2847명 증원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과학적인 여론전”이라는 의협의 주장은 반대를 위한 반대일 뿐이다. 백번 양보해도 지금은 의료 질 하락보다 국민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고통이 더 큰 것 아닌가.
넷째, ‘국민의 의료비 부담이 증가할 것’이라는 주장은 검증되지 않았다. 의사가 수천 명 늘어나면 시장의 원리에 따라 자체 경쟁이 생기면서 가격이 낮아질 수 있다. 의사들의 과잉 진료, 사무장 병원들의 건보료 ‘횡령’으로 의료비가 오르는 게 아닌지 묻고 싶다. 환자들이 제때에 만족스러운 치료를 받을 수 있다면 설령 의료비가 증가해도 국민이 용납할 수 있는 부분이다.
평균 연봉 2억원을 넘게 받는 의사들이 툭하면 ‘밥그릇 파업’을 해 민심이 싸늘하다. 문재인정부는 의사들 눈치를 보느라 물러섰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의사 인력 확대는 더 늦출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고 못 박았다. 더구나 총선을 앞두고 있어 ‘물러터진 정부’라는 비판을 자초하지 않을 것이다. 의사들이 파업을 해도 실익이 없도록 만들어야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
의사들은 국민 무서운 줄 알아야 한다. “지방에서 부족한 건 의사가 아닌 민도”(주수도 전 의협 회장) 같은 막말로 지방에 사는 국민 자존심까지 건드린 건 실로 어처구니가 없다. 민심의 거센 역풍을 맞을 것이다. 물러설 때를 모르면 화를 부르는 법이다. 의사들이 국민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지금은 파업이 아니라 필수·지역 의료를 살리기 위한 대승적 협력을 해야 할 때다. 명분이 없고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파업이 성공할 리 없다.
채희창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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