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프로그램’ 호재는 맞지만…은행주 투자, 변수 여전
PBR 0.4배뿐…대표적 ‘저평가주’
당국 억제 없는 한 주가엔 긍정적
PF 부실·규제 불확실성 등 ‘흐림’
은행주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수혜주로 지목돼 급등하면서 은행주를 보유하지 않았거나 비중이 작은 개미 투자자들은 추격 매수를 해야 할 것인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주로 구성된 KRX 은행지수는 지난달 19일 648.06에서 이달 8일 791.79로 올랐다. 14거래일 만에 22.3% 상승한 셈이다.
개별 종목을 보면 금융 대장주인 KB금융은 같은 기간 4만9500원에서 6만7600원으로 36.6% 뛰었다. 하나금융지주는 4만1200원에서 5만6600원으로 37.4% 급등했다.
은행주의 이 같은 상승세는 정부가 주가가 저평가된 상장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이 발단이 됐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은행주는 대표적인 저평가 주식으로 꼽힌다.
PBR은 주가를 주당순자산가치로 나눈 값으로, PBR이 1배 미만이면 주가 수준이 기업의 자산 가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뜻이다. 최근 주가가 30% 이상 급등했는데도 KB금융과 하나금융의 PBR은 각각 0.4배 정도에 불과하다.
시장 전문가들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은행주에 호재라는 점에 큰 이견이 없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구체적인 내용은 발표되지 않았으나, 은행주에는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것을 억제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면서 금융당국이 은행의 주주환원을 가로막지 않는 이상 주가 흐름이 양호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은행업이 금융당국의 한마디에 좌우되는 규제 산업이라는 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과 관련해 은행이 주주환원을 확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생길 수 있다는 점 등은 변수로 꼽힌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금융감독원이 부동산 PF와 관련해 금융회사에 보수적 충당금 적립을 주문했는데 자본 건전성과 주주환원 확대는 양립하기 어렵다”며 “금융회사의 발목을 잡는 각종 이슈가 소멸하고 주주환원이 실질적으로 강화될 수 있는 시점은 일러야 올해 말 정도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주가가 상승세를 이어가려면 금융회사가 주주환원 강화 방안을 지속해서 내놔야 하는데, 각종 불확실성으로 인해 발표 시기나 내용이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은행주가 급등해 투자자들의 고민이 시작됐다”면서 “배당 자율성이 명료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은행에 미칠 실질적인 영향을 가늠하기가 어렵고, 과거에도 은행주가 단기 급등한 후 하락해 PBR이 개선되지 않은 사례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최 연구원은 주가가 급등한 이상 단기 조정이 있을 것으로 내다보면서 “꾸준한 주주환원 확대로 은행주의 밸류에이션 조정이 이루어질 수 있을지를 확인하는 데 다소간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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