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315단어…사람보다 2배 빠르게 점자 읽는 ‘로봇 손’ 개발
촉각 센서·카메라가 동시에 판독
사람보다 2배 빨리 점자를 읽을 수 있는 로봇이 개발됐다. 점자 판독 정확도는 90%에 육박한다. 이 로봇은 향후 진짜 사람 같은 로봇을 개발할 때 예민한 촉각을 지닌 ‘인공 손가락’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장비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진은 최근 국제 학술지 ‘IEEE 로보틱스 앤드 오토메이션 레터스’를 통해 점자를 빠르고 정확히 판독할 수 있는 로봇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번에 개발된 점자 판독 로봇은 분당 315개 단어를 읽을 수 있다. 판독 정확도는 87%에 이른다. 진짜 손가락을 사용하는 인간보다 점자를 읽는 속도는 2배 빠르고, 정확도는 비슷하다.
연구진이 공개한 동영상을 보면 로봇 모습은 굵은 펜처럼 생겼다. 펜 끝을 점자에 문지르듯 움직이며 적힌 내용을 알아낸다. 사람이 손가락으로 점자를 읽는 방식과 유사하다.
기존에도 점자를 읽는 로봇은 있었다. 하지만 연구진이 개발한 로봇과 점자 판독 방식이 달랐다. 기존 로봇은 특정 점자를 읽은 뒤 살짝 상승해 다음 점자 위로 이동한다. 그 뒤 점자와 접촉할 정도로 하강해 판독을 한다. 판독을 끝내면 그다음 점자를 향해 같은 방식으로 이동한다. 부두에서 컨테이너를 크레인으로 들었다 놨다 하며 옮기는 모습과 유사하다.
이런 판독 방식을 쓰는 기존 로봇은 상승과 하강을 반복하기 때문에 속도감 있게 점자를 읽기 어렵다. 반면 케임브리지대 연구진이 만든 로봇은 점자를 같은 높이에서 비벼가며 움직이기 때문에 판독 속도가 빠르다. 연구진이 만든 로봇은 점자 판독 정확도도 90%에 육박하는데,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점자와 접촉하는 부위에 촉각 센서와 함께 카메라가 달려 있다. 센서와 카메라 판독 내용을 조합해 최대한 정확하게 점자를 읽는다. 센서로 읽은 점자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인공지능(AI)이 이용된다.
연구진은 이번 기술이 점자 판독뿐만 아니라 향후 사람을 닮은 로봇에 인공 손가락을 달 때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점자들을 잘 판독할 수 있다면 다양한 촉각을 구분하는 일도 어렵지 않을 것으로 연구진은 평가했다.
연구진은 “이번 로봇은 표면의 질감이나 미끄러짐을 감지하는 일에도 응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인공 손가락이 계란을 깨뜨리지 않고 잡을 수 있게 해주고, 볼링공을 떨어뜨리지 않고 운반하게 해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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