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보다 무서운 ‘달 먼지’, 우주선 블랙박스가 찍는다

이정호 기자 입력 2024. 2. 12.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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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달라붙는 작고 날카로운 입자, 장비 파손·호흡기 증세 일으켜
미국 무인 민간 달 착륙선 ‘노바-C’ 동체 바닥에 카메라 4대 설치
추진기 힘에 밀려 먼지 피어오르는 순간 3D 이미지로 촬영 예정
1972년 아폴로 17호 우주비행사 해리슨 슈미트가 갈퀴를 들고 월면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다리에 달 먼지가 잔뜩 붙어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제공

# 과학기술이 진보한 가까운 미래, 달에는 축구장 몇개를 합쳐놓은 넓이의 대규모 상주기지가 들어서 있다. 달로 로켓을 타고 가는 일은 비행기를 타고 지구 내 인접 도시를 가는 것만큼 쉽다. 미국 육군 로이 맥브라이드 소령(브래드 피트 분)도 로켓을 타고 공무차 달 기지로 향하고 있다. 달에 접근하던 로켓은 기지가 코앞에 보이자 승객들이 탑승한 착륙선을 분리한다. 착륙선은 달 기지 부설 착륙장으로 서서히 수직 하강해 착지한다.

금속 또는 콘크리트 소재를 사용한 느낌이 확 나는 착륙장은 물걸레 청소라도 한 듯 청결하다. 착륙선 추진기 힘 때문에 흙먼지가 공중으로 풀풀 날아오르는 일은 찾아볼 수 없다. 미국 영화 <애드 아스트라> 속 얘기다.

<애드 아스트라>에 등장하는 착륙장은 이 영화가 공상과학(SF) 장르라는 점을 확연히 느끼게 한다. 2020년대 인류가 직면한 달 착륙과는 여건이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현재 모든 달 착륙선은 ‘레골리스’라고 부르는, 월면에 고루 깔린 두꺼운 먼지 위에 ‘풀썩’ 내려앉듯 착지한다. <애드 아스트라> 속 깔끔한 착륙장을 기대할 만큼 달 개척이 진척돼 있지 않아서다.

우주과학계는 달 맨바닥에 착륙선이 내려앉는 일을 꺼림칙하게 여긴다. 달 먼지 입자는 크기가 매우 작은데, 모양새가 뾰족하고 날카롭다. 달 착륙선의 추진기 힘에 밀려 공중으로 떠오른 달 먼지가 미래 월면에 건설될 건축물이나 장비를 자꾸 덮치게 된다면 파손이나 고장 같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달 개발 프로젝트 ‘아르테미스 계획’을 추진 중인 미국은 이런 문제가 일어날 가능성에 대비하기 시작했다. 공중으로 떠오른 달 먼지 움직임을 3차원(3D)으로 촬영해 분석할 예정이다. 자동차로 치면 블랙박스를 설치해 운행 상황을 기록하고, 안전운전을 이어가기 위한 움직임에 착수한 것이다.

달 먼지 움직임 ‘찰칵’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14일(현지시간) 발사될 달 착륙선 ‘노바-C’ 동체 외부에 어른 주먹만 한 크기의 고성능 소형 카메라(사진) 4대를 장착했다고 최근 밝혔다.

노바-C는 NASA와 협력 속에 미국 기업 인튜이티브 머신스가 주도해 개발한 무인 민간 달 착륙선이다. 높이 3m, 폭 2m짜리 원통형 동체다. 달에는 오는 22일 착륙한다.

노바-C에 장착된 카메라에서 주목되는 점은 촬영 방향이다. 여느 우주 탐사선처럼 카메라가 지구나 우주를 향하지 않는다. 달 표면을 향한다. 이 때문에 카메라 설치 위치도 동체 바닥이다.

이상한 카메라 방향과 위치에는 이유가 있다. 노바-C에 장착된 카메라가 찍을 대상은 추진기의 힘에 밀려 공중으로 떠오른 뿌연 달 먼지다. 지구에서는 모래가 깔린 운동장에 헬기가 내려앉으면 강한 바람이 일면서 돌 알갱이나 먼지가 날아오르는데, 그것과 비슷한 장면을 달에서 찍겠다는 것이다.

NASA는 노바-C가 착륙하면서 추진기의 힘 때문에 월면에 2.5㎝ 깊이의 구덩이를 만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이때 공중으로 떠오르는 달 먼지 움직임을 3D 이미지로 촬영할 예정이다.

카메라는 월면 착륙 30초 전부터 작동해 착륙 직후까지 돌아간다. 촬영 면적은 노바-C 동체 아래 13㎡이다. 착륙선 추진기에 휘말린 달 먼지를 찍으려는 시도는 우주개발 역사상 처음이다.

미래 월면 건축물 파급 분석

이런 촬영을 하려는 것은 달 먼지가 일으킬 수 있는 ‘고약한’ 문제를 미리 피하기 위해서다. 달 먼지는 정전기와 반응해 우주복이나 장비에 딱 달라붙는다. 1960~1970년대 추진된 아폴로 계획에 따라 달에 간 우주비행사들이 활동하는 사진을 보면 하얀 우주복 다리가 까맣게 변할 정도로 달 먼지가 잔뜩 붙어 있다.

단순히 잘 달라붙기만 한다면 골칫거리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따로 있다. 달 먼지 입자 크기는 사람 머리카락 굵기의 10분의 1 정도로 작은데, 형태는 칼날처럼 날카롭다. 초소형 흉기인 셈이다. 아폴로 계획 때에는 달 먼지와 접촉한 일부 우주비행사에게서 목이 간지럽고 재채기가 생기는 호흡기 증세가 관찰됐다. 향후 아르테미스 계획으로 달에 거주·탐사용 건축물이 들어서고, 그 주변에 우주선이 내릴 착륙장이 함께 조성되면 달 먼지 접촉에 따른 문제가 더 커질 공산이 크다.

NASA는 공식 설명자료를 통해 “착륙장 근처에 지어진 월면 건축물에 달 먼지가 닿는 일이 일어날 수 있다”며 “건축물에 어떤 파급 효과가 생길지 알아봐야 한다”고 밝혔다. 건물, 그리고 부대시설 격인 기계·전자장비에 구조적인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달 기지 내 사람의 안전과도 직결되는 일이다.

NASA와 인튜이티브 머신스는 카메라를 총 4대에서 6대로 늘린 또 다른 달 착륙선을 올해 말 월면에 추가 파견한다는 계획이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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