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수소’ 시대 대한민국 목표는 ‘수소경제 블루칩’
‘파란색’은 기원전 2200년 즈음, 이집트에 피라미드가 세워졌을 당시 처음 인공적으로 만들어졌다. 고대 로마에서는 죽음을 상징한다고 해서 기피돼 오다가 12세기 성모 마리아의 옷이 파란색으로 그려지며 그 위상이 높아졌다고 한다. 이후 프랑스혁명 때는 자유와 평등의 상징으로, 현대에는 신뢰·희망을 주는 의미로 기업 로고 등에 많이 사용하는 색이 됐다.
파란색이 주는 밝고 긍정적인 상징성 때문일까. 이제는 지구온난화에 대비한 신에너지원인 수소의 이름에까지 파란색, 즉 ‘블루(Blue)’를 붙이기에 이르렀다.
개수로는 우주의 90%, 질량으로는 75%를 차지하는 수소 원자(H)는 액체나 고체의 수소 분자(H2) 상태로는 자연에서 찾기 어렵다. 이러한 성질을 가진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인위적인 환경을 조성해 생산해야 하는데, 그 과정이 얼마나 친환경적이냐에 따라 수소에 색깔을 넣어 이름을 붙인다.
일반적으로 고온의 수증기와 메탄의 촉매 화학반응을 통해 생산하는 수소는 산출량의 10배에 해당하는 이산화탄소가 배출되기에 잿빛의 의미인 ‘그레이 수소’란 이름을 붙인다. 다행인 것은 이때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땅속에 저장함으로써 탄소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생산법이 나왔는데, 이렇게 생산된 수소에 ‘블루 수소’라는 이름을 붙인다.
물론 물을 전기 분해함으로써 아무런 배출물질 없이 만들어지는 ‘그린 수소’가 궁극적인 친환경 에너지원이다. 하지만 이때 사용되는 전기는 재생에너지로 만들어져야 하기에 아직은 생산비용이 높아 대량생산이 어렵다.
결국 그레이 수소보다 이산화탄소 발생이 적고, 그린 수소보다 생산단가가 낮은 블루 수소가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가장 현실적이고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된 것이다.
2050년 세계 수소경제 규모는 2조5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청정수소 생산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수소 자급률 100% 달성을 위해 ‘이산화탄소 지중저장(CCS)’ 기술에 대한 정부 차원의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호주는 국가 수소 로드맵을 바탕으로 관련 산업을 육성하고 있으며, 중동 국가들도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도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청정수소 발전량 비중을 2036년 7.1%까지 늘릴 계획이다. SK E&S, 롯데케미칼, 포스코 등도 관련 사업에 일제히 뛰어들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서는 블루 수소 생산에서 가장 중요한 CCS와 석유회수증진(EOR) 기술을 결합한 탄소저감형 저류층 운영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동해 가스전을 활용한 CCS뿐만 아니라 북미와 동남아 지역을 대상으로 블루 수소를 우리 기술로 현지 생산하고 국내에 도입하는 사업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블루 수소의 생산과 저장, 운송 등 공급망 전 분야에서 정부와 민간의 협력을 통한 기술 개발, 정책 지원, 글로벌 파트너십 구축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러한 환경이 잘 구축된다면 한국이 미래 수소경제의 주도권을 갖게 될 날이 머지않았다고 희망해 본다.
김병엽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해저지질에너지 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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