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86% “바이든, 너무 늙어”…‘고령 리스크’ 깊어졌다
미국인 10명 중 8명 이상이 조 바이든 대통령(82)이 연임을 수행하기에 너무 나이가 많다고 생각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바이든 대통령을 ‘기억력 나쁜 노인’으로 묘사한 특검 보고서 공개 이후 바이든 대통령의 나이 문제가 미국 민주당의 대선 악재로 더욱 굳어지는 모양새다.
미국 ABC방송은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와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미국인 86%가 바이든 대통령이 두 번째 대통령직 임기를 수행하기에는 너무 늙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앞서 ABC방송과 워싱턴포스트가 지난해 9월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너무 늙었다고 생각한 비율(74%)보다 더욱 높아진 것이다.
공화당 대선 후보가 유력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78)이 너무 늙었다고 생각하는 응답자는 62%였다. 59%는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모두 너무 늙었다고 생각한다고 응답했으며, 27%는 바이든 대통령만 너무 늙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만 너무 늙었다고 응답한 이들은 3%였다. 이번 여론조사는 지난 9~10일 18세 이상 성인 528명을 대상으로 이뤄졌으며 오차범위는 ±4.5%포인트이다.
이번 여론조사는 바이든 대통령을 ‘선의를 가졌으나 기억력 나쁜 노인’으로 묘사한 로버트 허 특검 보고서가 공개된 이후 처음 나온 것이다.
허 특검은 지난 8일 바이든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행정부 부통령으로 재임하던 시절(2009년 1월~2017년 1월) 백악관 기밀문서를 유출했다는 혐의에 대한 수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허 특검은 바이든 대통령에 대해 불기소 결정을 내렸으나 보고서에는 바이든 대통령이 수사 당시 부통령 재직 시기와 장남 보 바이든의 사망 연도를 떠올리지 못했다는 등 기억력에 문제가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특검 보고서가 공개되면서 가뜩이나 바이든 대통령의 약점으로 평가받던 나이와 기억력을 둘러싼 논쟁에 더욱 불이 붙었다. 바이든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이엄 샌스 백악관 대변인에 이어 바이든 대통령의 부인인 질 바이든 여사까지 나서 허 특검이 공화당원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보고서 공개가 정치적 동기에 의해 이뤄졌다”고 비판했다. 바이든 여사는 당원에게 보내는 편지에 “바이든의 나이와 경험, 전문성은 엄청난 자산”이라며 지지를 독려했다.
공화당 경선 후보인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는 지난 8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뉴베리에서 열린 당원대회에서 “우리는 특검이 ‘기억력이 감퇴하고 있다’고 지적하는 사람을 상대하고 있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까지 겨냥해 “80대 후보를 떨어내는 당이 대선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친민주당 성향인 뉴욕타임스는 지난 9일 사설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기억력에 대한 대중의 의구심과 우려는 당연하다며 “바이든 대통령은 86세까지 재임할 수 있다는 것을 대중에게 보여주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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