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여사 이해해달라며…왜 우리에겐 박절한가?
신년 대담서 쏙 빠진 이태원 참사·채모 상병 사망·전세사기 사건
“윤 대통령 외면에 숨이 막혀…해결 의지 없는 정부에 버려진 기분”
“김건희 여사의 지인은 박절하게 대하지 못할 사람이고, 저희는 박절하게 대할 사람입니까.”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이정민씨가 12일 답답함을 토로하며 말했다. 이씨는 지난 7일 방영된 KBS <특별대담 대통령실을 가다>를 가족들과 시청하고는 “윤석열 대통령이 당연히 위로의 말이라도 건넬 줄 알았는데 하고 싶은 말만 하더라”면서 “답답하고 숨이 막히는 듯했다”고 했다.
KBS의 윤 대통령 특별대담 방송은 내용과 형식 양면에서 비판받았다. 날카로운 질문은 없었고, 민감한 사안은 다루지 않아 ‘대통령 홍보 영상 같다’는 반응이 나왔다. 1시간40분가량 이어진 대담에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채모 해병대 상병 사망사건 외압 의혹,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 등 논란이 진행 중이거나 대통령 입장이 표명된 바 없는 사안들은 아예 다뤄지지 않았다. 사과는 고사하고 언급조차 되지 못한 당사자들은 답답한 심정으로 설 연휴를 보냈다고 입을 모았다.
이정민씨는 “유족들이 가장 힘들어할 때가 명절”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씨는 “이태원뿐만 아니라 오송 참사 유족, 채 상병 유족, 서천 화재로 피해를 본 상인들은 여전히 힘들어하는데 정치적 판단을 떠나 대통령이면 국민의 고통에 공감해야 하지 않나”라며 “KBS라도 관련 질문을 해야 했다”고 했다. 이씨는 이어 “유족들이 매달리고 애원할 때는 냉정하더니, 박절하지 못한 김 여사를 이해해달라는 식으로 말한 건 특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했다.
이씨는 이번 설 연휴를 서울광장 분향소에서 보냈다. 그는 “공감을 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우리에게는 큰 힘이 된다”면서 “대통령의 외면은 불행이지만, 시민들의 공감이 있어 버텼다”고 했다.
전세사기 피해자 이철빈씨도 답답한 심정으로 설 연휴를 보냈다. 이씨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연휴에 가족들 뵙는 것도 어려워 고향에 가지 않는 분들이 많다”고 했다. 그는 “가족들에게 말하기 어렵다 보니 (피해자들은) 설에도 서로에게 답답한 마음을 토로하고 있다”면서 “정치권이나 정부가 해결 의지라도 보였으면 희망을 품고 버틸 텐데 이번 대담에서는 언급조차 없어 버려진 기분”이라고 했다.
이씨는 “(대담에서 김 여사가) 만남이나 요구를 거절 못했다고 했는데, 대통령은 오히려 만나야 할 피해자들을 외면하고 있지 않나”라며 “정부는 피해자들에게 외면으로 일관해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마치 요술봉처럼 민생경제라는 말을 꺼내는데, 민생경제를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알 수 없었다”고 했다.
해병대 사관 81기 김태성씨는 “대담에서 채 상병과 박정훈 대령에 대해 한마디 언급도 없어 아쉽다”고 했다. 김씨는 “설을 맞아 해병대 장병들을 격려한 것은 바람직하지만, 진상규명도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안전히 군 생활을 할 수 있게 하겠다’는 독려는 순직한 해병에게 모욕적”이라고 했다.
또 “대담에서라도 진상규명 의지를 피력하고, 정중한 태도로 방문했어야 하지 않나”라면서 “웃으며 장병 부모님과 통화하는 모습을 채 상병 유족들이 보면 그 심정이 어떻겠나”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설 당일인 지난 10일 해병대 2사단 청룡부대를 찾아 “올해 국운 뻗치려나 보다”라며 장병들을 격려했다.
이예슬 기자 brightpear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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