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과학과 흰수마자 저버린 환경부

김기범 기자 2024. 2. 12.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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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시작한 뒤부터 이 사업이 일으킨 재난들에 대해 설명할 때 자주 언급되는 어류들이 있다. 바로 흰수마자와 꾸구리, 돌상어 등이다. 모두 잉엇과 꾸구리속에 속하며, 아래턱에 3쌍의 수염이 있고, 한반도에만 산다는 등의 공통점을 지녔다. 이들 어류가 4대강 사업 이후 주목받는 이유는 보와 댐 건설, 하천 준설 등의 파괴 행위로 인해 멸종위기가 심화되고 있어서다.

4대강 사업 이후 위기에 처한 수많은 생물 중에서도 이들 어류는 삶의 터전이 송두리째 사라지는 횡액을 겪었다. 낙동강, 금강, 내성천 등에서 이들이 주로 살아가는 얕은 여울들이 대부분 사라진 것이다. 흰 수염이 특징인 흰수마자에게, 국내 담수어류 중 유일하게 고양이처럼 빛의 밝기에 따라 눈동자를 조절하는 특징이 있어 여울고양이 또는 고양이물고기란 별명이 있는 꾸구리에게, 돌이 많은 곳에 사는 돌상어에게 4대강 사업은 대학살이었다. 물이 정체되고, 유기물질로 인해 모래여울이 펄밭으로 변한 곳에서 살기 어렵다는 공통점 때문에 4대강 사업 이후 이들 어류는 급격히 사라져갔다.

다행히 지난 정부에서 추진된 4대강 재자연화는 이들 어류의 멸종 속도를 조금이나마 늦춰주는 역할을 했다. 4대강 보 의 수문을 열고, 담수를 중단한 금강에 이들 어류가 돌아오고, 복원사업이 다소나마 성과를 보인 것이다. ‘4대강 보 건설 이후 최초로 금강 세종보 하류에서 멸종위기 흰수마자 발견’(2019년 4월), ‘장기간 완전 개방한 세종보, 생태계 건강성 향상’(2020년 5월) 등 환경부 보도자료 제목들은 위기가 다소나마 해소되었음을 보여준다.

물론 이들 어류의 위기가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2021년 12월 나온 한국수자원공사의 ‘댐 유역 하천의 멸종위기 어류 정밀 모니터링 및 복원방안 연구 용역’ 보고서,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멸종위기 야생생물 I급 흰수마자의 모래 선택과 잠입 행동에 관한 연구’ 논문 등은 공통적으로 보의 수문을 닫고 수위를 높이는 것이 이들 어류에게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4대강 보들이 이들 어류의 지역 절멸과 멸종 위험을 높일 수 있음을 경고하는 내용들인 셈이다.

문제는 환경부 산하기관들이 과학적 연구 결과를 통해 여러 차례 경고한 멸종과 절멸을 다름 아닌 환경부와 지자체들이 이미 실행했으며, 앞으로도 실행하려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9월부터 수문을 닫은 금강 공주보 인근에선 흰수마자 대다수가 종적을 감췄다. 환경부는 또 흰수마자 일부가 돌아온 세종보의 수문을 고쳐 오는 5월부터 담수를 재개할 계획이다. 흰수마자, 꾸구리, 돌상어 등이 이미 당한 재난이 되풀이될 상황인 것이다. 과학자들은 환경부가 일으키려는 재난이 지역 절멸로 이어지면서 유전적 다양성을 낮추고, 더 나아가선 한반도에만 사는 이 어류들 전체를 멸종의 구렁텅이로 밀어넣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흰수마자로 대표되는 하천 생태계와 과학을 동시에 저버리려는 환경부로 인해 의미없는 사회적 갈등과 어류 집단학살이 벌어질 수 있다는 암울한 예상은 곧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 환경부가 이제라도 ‘과학적’ 자문을 거쳐 이들 어류가 최소한의 개체군만이라도 유지할 수 있도록 하천정책을 전환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김기범 정책사회부 차장

김기범 정책사회부 차장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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