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오늘 너 있었나?"…LG에서 온 내성적인 막내, 존재감을 보여줘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농담으로 '어 오늘 (김)기연이 있었나?' 그랬어요. 너무 조용한 성격이더라고요."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은 신입 포수 김기연(27)을 이야기하다 웃음이 터졌다. '경기장에 있었나' 싶을 정도로 김기연이 내성적이기 때문. 내성적인 성격 자체를 문제로 보진 않지만, 포수는 투수들과 야수들 모두와 소통이 중요한 특수한 포지션이다. 그라운드의 사령관이 돼야 할 선수가 얌전하니 이 감독은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김기연은 진흥고를 졸업하고 2016년 LG 트윈스에 입단한 포수 유망주였다. 지난해 11월 2차드래프트로 두산에 지명을 받아 유니폼을 갈아입은 지는 3개월 정도가 됐다. 호주 시드니 스프링캠프에서 본격적으로 두산 선수들과 호흡을 맞춘 지는 이제 열흘 조금 지났다.
팀 적응기로 볼 수 있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두산 관계자들은 고개를 저었다. LG 시절에도 조용한 선수였다는 정보를 입수했다는 것. 그래서 두산 관계자들은 김기연이 조금 더 활발해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한번씩 툭툭 말을 걸고 있다. 그중 김태룡 두산 단장이 가장 적극적이었다. 김 단장은 김기연에게 "올해 1년은 주시하겠다"고 선언하며 새로운 팀에서 활기차게 기회를 잡아 나가길 기대했다.
이 감독은 "기연이는 말이 없다. 말이 너무 없어서 '어 오늘 있었어?'라고 그랬을 정도다. 너무 조용한 성격이다. 그런데 포수들 중에서는 기연이가 제일 막내이지 않나. 형들을 잘 따라다니면서 묵묵히 본인이 할 일을 해내는 것 같다"고 말하며 웃었다.
이어 "아직 100% 컨디션은 아닌 것 같지만, 스스로 노력을 정말 많이 하고 있는 게 보인다. 세리자와 유지 배터리코치와 훈련을 하다 부족한 게 있으면 그때그때 잘 채워 나가는 것 같더라. 타격 훈련할 때 보니까 방망이도 곧잘 돌리더라"고 덧붙이며 신입생을 격려했다.
김기연이 가장 닮아야 하는 선수는 가까이에 있었다. 팀 동료 포수인 안승한이다. 안승한은 더그아웃에서 그 누구보다 파이팅이 넘치기로 유명한 선수다. 안승한은 지난해 연봉 4500만원에서 올해 5500만원으로 인상됐는데, 두산 관계자는 "(안)승한이는 연봉 인상 요인으로 팀 사기를 끌어올리는 태도를 반영했다. 팀 스포츠이기에 팀워크 역시 중요한 평가 요소"라고 귀띔했다.
이 감독은 캠프 초반 불펜 피칭장에서 안승한이 투수들과 호흡을 맞추다 크게 파이팅을 외치자 "(안)승한아 목 아껴라. 너무 이르다"고 말하며 크게 웃었다. 그러다 영건들이 불펜 피칭을 할 때는 "승한아 여기 와서 공 좀 받아줘라. 투수 기 좀 살게"라고 외쳤다. 두산에서 안승한의 캐릭터가 어떤지 명확히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두산은 김기연이 안승한처럼 밝게 어린 투수들을 리드할 수 있는 포수가 되길 바라고 있다. 두산이 LG에 양도금 4억원(1라운드)을 지급하면서 김기연을 데려온 이유는 차기 주전 포수 경쟁에 불을 붙이기 위해서였다. 활발한 소통 능력은 안승한뿐만 아니라 양의지, 장승현 등 두산에 있는 선배 포수들이 모두 갖춘 능력이다. 두산은 김기연이 일단 선배들의 이런 장점을 본받는다면, 그라운드에서 자신감 있는 태도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세리자와 코치는 김기연이 좋은 포수로 성장할 자질은 충분히 갖췄다고 바라봤다. 조용한 성격도 때로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고 봤다.
세리자와 코치는 "짧게나마 지켜본 김기연은 딱 포수 타입의 성향을 갖추고 있다. 투수를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마음이 강하며, 필요없는 말은 아낀다. 이러한 성격과 더불어 프레이밍 능력이 강점이다. 송구의 세기나 정확도 역시 어느 정도 레벨에 올라왔지만, 조금 더 발전시킨다면 더 좋은 포수가 될 것"이라고 믿음을 보였다.
두산이 김기연에게 조금 더 밝아지길 주문하는 것은 팀에서 조금 더 존재감을 보여달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김기연은 시범경기까지 장승현, 안승한 등과 백업 경쟁을 펼쳐야 하고 여기서 생존해야 2차드래프트의 의미를 논할 수 있다. 김기연은 캠프 동안 서서히 존재감을 어필하며 개막 엔트리까지 생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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