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장래희망서 밀려나는 과학자…‘피크 코리아’ 신호인가

한겨레 2024. 2. 12.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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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은 매년 초·중등 진로현황조사 결과를 발표한다.

지난해 초등학생의 희망 직업 순위를 보면, 1위가 운동선수고, 2위가 의사다.

그런데 예전 3~4위 상위권에 있었던 과학자는 놀랍게도 2018년 이후부터 초등학생 장래 희망 10위권 밖에 있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흥미로 살펴본 초등학생의 장래 희망인데 웬 호들갑이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우리 사회가 초등학생들에게 이러한 장래 희망을 선택하도록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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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5일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열린 ‘2024년 과학기술인·정보방송통신인 신년 인사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왜냐면] 송치승 | 원광대 경영학과 교수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은 매년 초·중등 진로현황조사 결과를 발표한다. 지난해 초등학생의 희망 직업 순위를 보면, 1위가 운동선수고, 2위가 의사다. 다음이 교사, 크리에이터(온라인 창작자) 등의 순으로 이어진다.

그런데 예전 3~4위 상위권에 있었던 과학자는 놀랍게도 2018년 이후부터 초등학생 장래 희망 10위권 밖에 있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흥미로 살펴본 초등학생의 장래 희망인데 웬 호들갑이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우리 사회가 초등학생들에게 이러한 장래 희망을 선택하도록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필자가 갑자기 초등학생의 장래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매우 중요한 변곡점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피크 코리아’(peak-Korea), 즉 우리 경제가 최상을 지나 침체의 늪으로 들어서는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 출산율 감소에 의한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고 소비가 줄어들면서 경기 위축은 불가피하게 진행될 것이다. 중국과의 기술 격차가 줄어들면서 우리 수출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이다. 대중국 무역수지는 이미 적자로 바뀌었다. 그동안 한국 경제를 이끌고 왔던 산업에서의 노동생산성도 다른 선진국과 견줘 매우 낮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24년 잠재성장률 예측치를 보면 한국은 1.7%지만, 우리보다 경제 규모가 10배 이상인 미국이 우리나라보다 더 높은 1.9%다.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천연 자원이 부족한 우리의 살길이 무엇인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미래 우리 사회의 주역이 될 젊은이들이 겪어야 할 경제적 어려움을 이대로 묵과해야 하는가? 우리에게 ‘피크 코리아’란 말이 기우가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우리 경제 주체 모두가 위기의식을 가지고 적극 대처해야 한다. 필자가 생각하기엔 무엇보다 먼저, ‘나’보다는 ‘우리’라는 개념에 부합하는 국민의식 개선이 필요하다. 혼자서는 빨리 갈 수 있지만 멀리 가려면 우리가 되어야 한다. 출산율 제고도 그런 차원에서 바라보고 싶다. 다음으로는 우리 산업 분야에 대한 원천 기술 개발로 초격차 기술을 보유하고, 고부가가치 창출을 통해서 노동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응용 기술에 의한 초격차 기술 유지는 한계가 있다. 정부와 민간기업의 응용 과학기술 중심에서 벗어나 기초 과학기술에 대해서도 과감한 연구개발(R&D) 투자가 이뤄져야 하며, 해당 분야 전문 과학인력의 확충 또한 절실하게 요구된다.

4차 산업혁명과 지구 온난화에 의한 기후변화 시대에 세계는 자국의 생존과 발전을 위해 총성 없는 전쟁을 하고 있다. 과학기술이 우리의 운명을 결정할 것임을 필자는 강조하고 싶다. 이런 맥락에서 과학기술 인재 양성이 매우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현실은 엇박자 상태인 것 같다. 지난 정부부터 이공계 대학원생에 대한 지원 축소로 인해 입학 학생 수가 부족해져서 실험실 유지가 어려운 대학원이 적지 않다. 최근 정부의 연구개발 예산 파동도 또 다른 예다.

이런 상황에서 어린이들의 눈엔 과학자가 우리 사회를 유지·발전시키는 중요 인물이자 닮고 싶은, 존경할 사람으로 보이지 않고 대우 수준이 형편없는, 회피하고 싶은 직업인으로 보이는지 모른다. 과학자가 초등학생의 장래 희망에 먼저 등장하는 시기는 언제쯤 가능할까? 필자 생각엔 먼저 과학자에 대한 인식과 대우, 그리고 과학 분야에 대한 여건 개선이 이뤄진 다음에야 가능할 것 같다. 과학기술의 육성과 발전은 한국 경제가 당면한 낮은 노동생산성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의 하나이기도 하다. 만사휴의(만 가지 일도 끝장이란 의미로 어떤 방책도 작동하지 않는 상태)가 되지 않도록 정부가 과학기술육성 및 지원의 청사진을 조속히 제시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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