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청약 4곳중 3곳은 본청약 못지켰는데… 정부는 `나 몰라라`
정부 브랜드 '뉴:홈'도 마찬가지
사업성 악화로 일정 지키지 않아
정부가 주택공급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내놓은 '사전청약' 4곳 중 3곳은 본청약 일정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전청약 도입 당시 사전청약에 참여한 건설사에 추가 택지공급 인센티브까지 부여했지만 본청약에 대한 관리방안은 전무했다. 공급자가 본청약 시기를 지키지 않아도 아무런 패널티를 받지 않는다.
윤석열 정부 역시 공공분양주택 브랜드 '뉴:홈'으로 사전청약 아파트를 공급하고 있지만, 여전히 본청약 일정을 담보할 수 있는 어떠한 수단도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미 사전청약 당첨자의 기회비용 손실 등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사전청약을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2021년 7월부터 사전청약을 진행한 공공·민간 분양단지 중 46곳의 본청약 일정이 도래했지만, 일정대로 본청약을 시행한 곳은 11곳에 그쳤다. 특히 민간 공공택지는 단 2곳만 본청약 시기를 지켰다.
사전청약은 실제 분양보다 5~6년 앞서 청약을 받는 제도다. 사전청약 당첨자들에게 본청약 우선권을 제공한다. 주택시장 과열시기 주택 수요를 분산하기 위해 도입됐다. 일반 분양보다 먼저 자금계획 등을 수립할 수 있어 수분양자들에게도 환영받았다.
정책이 단순한 '공수표'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본청약 일정이 제대로 지켜져야 하지만, 당시 정부는 본청약에 대한 어떠한 강제 수단도 마련하지 않았다. 막연히 택지를 보유한 건설사나 시행사 측이 본청약 일정을 지킬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본청약 시기가 도래한 뒤 주택시장이 급격하게 침체하면서 건설사의 셈법이 달라졌다. 공사비 상승과 청약시장 침체 등으로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자 본청약을 진행하지 않는 것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애초부터 사업 불확실성에 대한 리스크가 컸던 정책"이라며 "사전청약 당첨자는 아무런 손해 없이 당첨을 취소할 수 있지만, 사업자는 예측할 수 없는 5~6년 뒤 시장상황에서 나타날 수 있는 손실을 그대로 떠안아야 한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도입 당시 사전청약에 참여할 경우 향후 공동주택용지 추첨에서 가점을 받는 등 인센티브를 받은 상황에서, 단순히 사업성 악화로 일정을 지키지 않은 것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정부가 사전청약을 담보로 민간에 공급한 55개 택지 중 사전청약을 진행하지 못해 택지를 반납한 곳은 단 1곳에 그쳤다. 나머지 건설사나 시행사 등은 본청약 약속은 지키지 않은 채 시장 상황이 개선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본청약 지연으로 수분양자의 기회비용 소진, 정부 정책 신뢰도 하락 등이 나타나고 있지만 정부 역시 이를 지키지 않은 사업자를 제재하거나, 본청약을 강제할 수단은 마련하지 않았다.
민간뿐 아니라 공공이 보유한 택지에서도 본청약 일정을 지키지 못한 곳이 쏟아졌다. 2021년 7월부터 22년 7월까지 사전청약을 받은 공공택지 17곳 중 절반에 가까운 8곳이 본청약 일정을 지키지 못했다.
당초 지난해 10월 본청약을 진행해야 했던 '인천계양 A2·A3'는 본청약 시기를 올해 상반기로 미뤘다. 이밖에 수원당수A5, 파주운정3A20, 의왕월암A1·A3 등이 본청약을 일정대로 진행하지 못했다.
LH 측은 공공 사전청약은 공사 중 발견된 문화재나 보호종 등으로 불가피하게 지연된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사업성 악화나 당첨자 이탈 등으로 공급 시기를 미루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LH 관계자는 "사업일정 관리 및 본청약 일정 준수 대책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며 "사전청약 당첨자를 대상으로 일정지연 안내 등으로 입주 예정자들의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미 지난해부터 사전청약에 대한 문제점이 발견됐지만, 윤석열 정부는 아무런 대책 없이 오히려 사전청약을 확대했다. 국토부는 지난해부터 정부의 공공주택 브랜드 '뉴:홈'을 통해 1만여 세대를 사전청약으로 공급했다.
이번 사전청약 역시 본청약 일정은 5~6년 뒤로 예정됐지만, 여전히 본청약 시기를 담보할 수 있는 수단은 마련되지 않았다. 이전과 같이 사전청약 모집공고문에 '본청약 시기가 조정될 수 있다'는 문구만 들어갔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사전청약 도입 초기부터 미래 시장변화 리스크에 대한 경고가 있었지만, 당시 시장 과열 해소에만 몰두한 결과"라며 "본청약 시기를 담보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거나, 사전청약과 본청약 시기를 더 좁히는 등 후속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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