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 족쇄` 이재용… M&A·현장경영 또 브레이크 걸리나 [삼성, 사법리스크 이어지나]

장우진 2024. 2. 12.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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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 배터리 2공장 현장 찾아
"담대하게 투자" 미래 방향 제시
檢 1심무죄 항소 행동제한 우려
대형 M&A 등 경영리스크 여전
이재용(앞줄 왼쪽 세번째)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9일 말레이시아 스름반 SDI 생산법인 2공장을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이재용(왼쪽)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9일 말레이시아 스름반 SDI 생산법인 1공장을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이재용(오른쪽)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9일 말레이시아 스름반 SDI 생산법인에 도착했다. 삼성전자 제공
이재용(왼쪽 두번째)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9일 말레이시아 스름반 SDI 생산법인 2공장 현황을 보고받고 있다. 삼성전자 회장
이재용(앞줄 가운데)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9일 말레이시아 스름반 SDI 생산법인에서 현지 근무자들과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경영권 부정 승계 혐의 관련 '1심 무죄' 선고 후 말레이시아를 방문, 글로벌 행동반경 확장에 본격 나섰다. 이 회장은 이번 방문에서 핵심사업 중 하나인 배터리 현지 상황을 살펴보면서 투자 의지를 내비치는 등 '뉴 삼성'이 나아갈 방향성을 제시했다. 하지만 검찰이 1심 결과에 대해 항소를 결정함에 따라 또다시 행동에 제약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대형 인수·합병(M&A)을 포함한 미래 사업을 위한 결단이 늦어질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배터리 등 핵심 사업 점검

12일 업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 9일 말레이시아 스름반 지역을 방문해 배터리 사업을 점검하고 "어렵다고 위축되지 말고 담대하게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단기 실적에 일희일비 하지 말고 과감한 도전으로 변화를 주도하자"며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확고한 경쟁력을 확보하자"고 미래 방향성을 제시했다.

이 회장의 이같은 발언은 미래 핵심 사업에 대한 M&A 의지를 표출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삼성은 사법 리스크에 따른 이 회장의 부재 등의 이유로 2017년 하만 이후 이렇다 할 대규모 M&A를 성사시키지 못해 인공지능(AI), 바이오, 전장, 로봇 등의 분야에서 전략적인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지 못했다.

이 회장은 이날 현지 사업 현황을 보고받고, 삼성SDI 배터리 1공장 생산현장과 내년 완공 예정인 2공장 건설현장을 살펴봤다. 삼성SDI는 1조7000억원을 투입해 2022년부터 현지 2공장을 건설하고 있으며, 지름 21㎜, 높이 70㎜ 규격의 '프라이맥스(PRiMX) 21700' 원형 배터리를 양산할 예정이다. 이 배터리는 전동공구, 전기자동차 등 다양한 제품에 탑재된다.

이 회장은 이어 10일 수도 쿠알라룸푸르를 방문해 현지 시장 반응을 살폈다. 삼성전자와 말레이시아 유통기업 센헹이 2022년 함께 만든 동남아 최대 매장을 찾아 전략 IT 제품에 대한 소비자 반응을 직접 살펴봤다.

말레이시아는 삼성의 핵심 거점 중 하나다. 삼성전자는 현지에 동남아 최대 전자매장 운영하면서 스마트폰 출하량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삼성SDS는 SK넥실리스 말레이시아 동박 공장 물류(장비 반입 및 원자재 운송) 사업을 하고 있으며, 삼성물산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679m) 메르데카118을 완공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작년 11월 '사라왁 청정 수소사업' 프로젝트에 참여했으며, 삼성중공업은 오는 2027년 해양플랜트 인도가 예정돼 있다.

◇"깜짝 격려 힘 난다" 임직원 설 챙긴 이재용

이 회장은 이번 방문에서 현장 관계자들과 식사를 같이 하는 등 격려의 시간도 가졌다. 9일 배터리공장을 점검한 뒤 최윤호 삼성SDI 사장 등 경영진, 현지 주재원들과 식사하면서 설 선물을 전달하고, 애로사항을 경청하는 시간도 가졌다.

또 쿠알라룸푸르 지역에서는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엔지니어링, 제일기획 등 삼성 관계사 주재원 20여명과 간담회를 갖고 직원들에게 새해 덕담을 한 뒤 모든 참석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직원은 "생각지도 못했던 깜짝 격려 덕분에 힘이 난다. 가족들도 자랑스러워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과거에도 이 회장은 매년 명절마다 해외 사업장을 찾아 현지 사업과 시장을 직접 점검하며 경영 구상을 해왔다. 작년 추석에는 이스라엘(전자 R&D센터), 이집트(전자 TV·태블릿 공장), 사우디아라비아(물산 네옴시티 지하 터널 공사현장)를 방문했고, 2022년 추석에는 멕시코(전자 가전 공장·엔지니어링 정유공장 건설현장), 파나마(전자 판매법인) 현장을 찾았다.

◇항소심에 활동 반경 다시 제약될 수도

이 회장이 이번 설 연휴 기간 이같은 글로벌 행보를 이어갈 수 있던 것은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한 '경영권 부당 승계' 혐의가 1심서 무죄를 선고 받으면서다. 앞서 이 회장은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2021년 8월 가석방 된 이후 이듬해 5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방한 당시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을 직접 안내했고, 같은 해 6월엔 네델란드와 벨기에를 연이어 방문하는 등 동선의 자유가 생길 때마다 현장을 직접 챙겼다.

하지만 검찰이 이번 1심 결과에 대해 항소하기로 결정해 이 회장도 사법 리스크 족쇄가 온전히 풀리지 못했다. 1심 형사사건에서 무죄가 선고되더라도 검찰이 불복해 2심(항소심) 재판을 계속하는 한국과는 달리, 미국은 1심 무죄 사건을 검찰이 항소하는 것을 헌법으로 막고 있다. 1심에서 무죄 판결이 내려지면 검찰은 항소할 수 없는 것이다. 항소라는 제도가 국가(검찰)로부터 기소당한 피고의 혹시 모를 억울함을 구제하기 위한 장치이지, 검찰에 '두 번째 기회'를 주려는 것이 아니라는 취지가 담겼다. 검찰로서는 한 번의 기소로 유죄를 받아내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신중히 기소하고 철저히 준비함으로써, 소모적 법적 공방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효과도 있다.

이번 1심은 2020년 10월부터 3년5개월간 107차례 열렸고, 이 중 이 회장은 96차례 법정에 섰다. 항소심에 이어 대법원 판단까지 갈 경우 3~5년, 혹은 그 이상이 걸릴 수 있다는 얘기로 이 회장의 국내외 행동반경에도 제한이 불가피하다.

이 회장은 1심 최후진술에서 "글로벌 공급망이 광범위하게 재편되고 있고 생성형 AI 기술이 반도체는 물론 전 세계 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등 빠른 속도로 기술 혁신이 이뤄지고 있다"며 "현재 벌어지는 이런 일은 사전에 정확하게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위기감을 표현했다. 이 회장이 1심 선고 후 첫 해외 출장에 나선 것도 발빠른 글로벌 현장 점검으로 돌파구를 찾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은 항소심으로 또 다시 긴 시간을 법정에 다녀야 해 현장 경영에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미 장기간 총수 공백을 겪은 상황에서 사법 리스크가 이어지는 것은 경영뿐 아니라 우리 경제 측면에서도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소"라고 밝혔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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