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전사’ 고 김남주 시인 서점 터에 동판 생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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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어라/하늘과 땅 사이에/별보다 진실보다 아름다운 것은.' 광주시 동구 대의동 30-1번지에 있는 미용실 입구 벽에 설치된 동판에 적힌 김남주(1945~94) 시인의 시 '하늘과 땅 사이에' 중 한 대목이다.
지난 8일 미용실 주인 조연숙(52)씨는 "제 미용실 터가 김남주 시인이 카프카라는 서점을 운영했던 곳이다. 동판을 설치한다고 해 흔쾌히 찬성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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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 연 광주 첫 인문학서점 기억”
민주인사 쉼터…1년만 경영난 문 닫아
17일 민족민주열사묘역서 30주기 추모제
‘없어라/하늘과 땅 사이에/별보다 진실보다 아름다운 것은.’
광주시 동구 대의동 30-1번지에 있는 미용실 입구 벽에 설치된 동판에 적힌 김남주(1945~94) 시인의 시 ‘하늘과 땅 사이에’ 중 한 대목이다. 가로 30㎝, 세로 40㎝ 길이로 제작된 동판 속에서 ‘자유와 혁명의 시인’ 김남주가 환하게 웃고 있다. 지난 8일 미용실 주인 조연숙(52)씨는 “제 미용실 터가 김남주 시인이 카프카라는 서점을 운영했던 곳이다. 동판을 설치한다고 해 흔쾌히 찬성했다”고 말했다.
동판은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이 사비를 들여 설치했다. 보성그룹 관계자는 12일 “카프카 서점의 흔적과 기억이 사라지는 것을 아쉬워하던 이 회장님이 동판을 설치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성균관대 재학 중이던 1974년 4월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돼 복역하다가 같은 해 석방된 뒤 광주에서 사업을 시작했을 때 김 시인을 자주 만났던 인연이 있다.
카프카 서점 터는 광주시 동구 대의동 30-1번지다. 예술의 거리 옆 광주동부경찰서(옛 광주경찰서)에서 전남여고 쪽으로 가는 길 한 켠의 단층 건물이다. 카프카 서점 터 인근에 보성그룹의 모태인 ㈜보성건설 사옥이 자리 잡고 있다. 김 시인은 1975년 11월 이곳에 카프카 서점 문을 열었다. “광주 최초의 인문학 서점”이었다.
카프카 서점이 문을 연 시기는 ‘암흑의 시대’였다. 1975년 4월 박정희 정권이 인혁당 관련자 등 8명의 사형을 집행하고, 그해 5월 긴급조치 제9호를 선포했다. 1972년 친구 이강과 함께 전국 최초의 반유신 투쟁 지하신문 ‘함성’을 발행한 사건으로 붙잡혀 9개월 동안 옥고를 치렀던 김 시인은 고향 해남에서 지내다가 서점을 차리겠다며 아버지에게 이야기하고 돈을 빌렸다. 그의 아버지는 농사를 지어 갚기로 하고 농협에서 30만원을 융자받아 아들에게 건넸다.
‘김남주 평전’(김형수·다산책방)을 보면, 카프카 서점은 “김남주만이 실험할 수 있는 괴팍스러운 운동권 점포였고…광주 민주인사들의 쉼터”였다. 이 서점엔 ‘씨알의 소리’와 ‘창작과 비평’ 등 진보 계열의 잡지들과 일어와 영어로 된 사회과학 책 등이 진열돼 있었다. 스스로 ‘전사’를 자처했지만, 지인들에겐 사람 좋은 ‘물봉’이라는 별호로 불렸던 그가 운영했던 서점은 1976년 10월 경영난으로 문을 닫았다.
김 시인은 1979년 10월 ‘남조선민족해방전선 준비위원회’(남민전) 사건으로 체포돼 징역 15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그가 옥중에서 우유갑 은박지와 화장지에 써서 밖으로 보냈던 시들은 많은 사람에게 힘과 용기를 불어넣었다. 1988년 12월 9년 3개월만에 형집행정지로 풀려났던 김 시인은 1994년 2월13일 췌장암으로 타계했다. 시인의 나이 49살 때였다. 김남주 시인 30주기 추모제는 17일 오전 11시 광주 망월동 민족민주열사묘역에서 열린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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