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DT인] "철강 온라인 거래 이례적… 실패 두려움 딛고 보수적 영업환경 깼죠"
2003년 후판영업팀으로 입사 첫 인연
풍부한 현장경험 바탕 스틸샵팀 합류
고객과 직접 만나 부족한 부분 채워
'스틸샵' 론칭후 빠르게 자리잡아
가입 회원사 2000여곳에 달해
재구매율 역시 80% 육박
"좋은 결과땐 만족도 높아
도전하는 게 재미 있어"
만화와 드라마로 사랑받은 윤태호 작가의 '미생'을 보면 주인공 장그래의 입사 동료 3인방 중 한 명으로 '장백기'라는 인물이 나온다. 그는 입사 동료들 중 서류상 제일 뛰어난 스펙을 가진 인물로 미생 파트 1에서는 소속 부서인 철강팀에서 활약하는 모습이, 파트 2에서는 신규 사업 아이템을 찾는 모습이 나오는데 당시 그가 고민한 온라인 철강제품 거래 플랫폼의 모티브가 된 것이 바로 동국제강의 '스틸샵'이다.
이 스틸샵의 탄생부터 성장까지 함께 한 전상현(47·사진) 동국제강 영업실 스틸샵팀 팀장을 만나봤다. 지난 8일 서울 중구 페럼타워에서 만난 전 팀장은 스틸샵 탄생 과정을 회상하면서 "장세욱 부회장님께서는 실패해도 좋다"며 "그것도 경험이라고 생각하라고 하셨는데 많은 힘이 됐다"고 떠올렸다.
동국제강의 스틸샵은 2021년 5월 처음 서비스에 들어간 철강제품 온라인 거래 플랫폼으로, 지금은 다양한 업체에서 플랫폼들을 선보였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철강업계에서 제품을 온라인으로 사고 판다는 건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는 "부회장님께서는 앞으로 철강업계가 온라인 중심으로 변화될 것이라고 생각하셨는데, 코로나19 팬데믹과 함께 비대면 영업이 확산되는 시기와 맞물렸다"며 "경쟁력이 있는 부분을 고민하고 이를 자사몰로 확장,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취지로 접근했다"고 설명했다.
전 팀장은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학사를 졸업하고 2003년 7월 동국제강 후판영업팀으로 입사하면서 회사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이후 봉강영업팀, 마케팅팀 등을 고루 거치면서 지금은 스틸샵팀 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스틸샵팀에 합류하게 된 건 현장 경험이 뒷받침됐다. 전 팀장은 "대학 시절 마케팅을 배우면서 '지속가능한 경영'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며 "철강회사들이 안정적인 인프라와 판매제품을 갖추고, 철기시대부터 인간에게 필요한 제품들을 만들어 판매했기 때문에 지속가능한 경영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입사 후 후판영업팀에서 국내 대형 조선업체들과 교류하며 영업방식을 공부했다"며 "이후 마케팅팀이 출범하면서 부서를 옮기게 됐는데 중·장기 계획, 신사업 검토 등의 업무가 현장 영업과는 또다른 매력이 있었다"고 말했다.
스틸샵 론칭 역시 동국제강이 신사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마케팅팀에 내려진 중요한 임무였다. 그는 "스틸샵 론칭 사전조사를 하면서 가장 어렵다고 생각했던 건 철강업계의 보수적인 영업 환경이었다"며 "철강제품도 온라인 판매가 대세가 될 것이라며 많은 업체들을 만나 설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객이 원하는 새로운 가치창출을 위한 시도와 동국제강의 경쟁력이 맞물려 30일 이상 걸리던 주문품 후판이 스틸샵에서는 7일 납기로 고객에게 인도되는 혁신적인 서비스가 가능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현금으로 바로 결제할 수 있는 업체들이 많지 않아 KB국민카드와 협력해 업계 최초로 제휴 법인카드를 도입하기도 했다"며 "하지만 최대 결제금액의 제한이나 수수료 문제 등이 여전해 지금도 새로운 결제 수단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스틸샵팀 팀장이라는 위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는 전 팀장은 바로 "재미있다"고 대답했다. 그는 "늘 도전을 하는 입장인데다 기존에 하지 않았던 일을 다지는 팀이다 보니 어느 정도 두려움도 있지만 생각한 것 이상으로 결과가 좋게 나오면 상당히 만족도가 높다"고 웃으며 말했다.
동국제강 스틸샵은 2021년 론칭 이후 온라인 플랫폼 시장에 빠르게 연착륙 중이다.
약 3년이 지난 지금 가입 회원사는 2000여곳에 달하며, 한 달에 약 90~100개사 정도가 스틸샵을 이용해 철강제품을 구매하고 있다. 한번 구매를 한 업체들의 재구매율 역시 80%에 육박하고 있다.
그는 스틸샵의 성장을 토대로 회사가 지속가능한 경영을 이어가기를 꿈꾸고 있다. 전 팀장은 "지금의 영업방식은 처음 입사했던 20년 전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많이 바뀌었다"며 "과거에는 철강제품의 가격조차 공개되지도 않았지만 지금은 인터넷에 검색만 하더라도 다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전화와 팩스를 사용하다가 지금은 이메일이나 온라인을 통해 주문하고 있다"며 "이런 변화 속에서 나름대로 철강업계의 한 축으로 초석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올해는 팀이 '스틸샵'이라는 이름을 내건 첫 해로, 판매를 늘리기 위한 새 아이템들을 찾고 시장의 활성화를 위한 고민도 할 것"이라며 "그동안 잘했다고 생각했던 점 중 하나는 고객들과 직접 만나 인터뷰와 토론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찾았다는 것인데 올해 역시 그런 접점을 늘려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은퇴 후에 상상하는 회사에 대해서도 넌지시 털어놨다. "처음 입사할 때 지속가능한 회사를 꿈꿨었고, 이는 지금도 제가 목표로 하고 있는 비전입니다. 회사가 앞으로 더 성장해서 언젠가 제가 퇴사하고 몇 십 년이 더 지났을 때 자식들과 손자들에게 자부심을 갖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상현기자 ishs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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