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습도제어 1위…2차전지 장비 역량도 탄탄 [CEO열전]
반도체 웨이퍼 표면의 수분 잡고
이물질 없애는 기술로 세계 재패
디스플레이 공정에도 '성공 DNA'
정전기 제거하는 원천기술 보유
2차전지·태양광 장비까지 도전
임영진 저스템 대표(사진)는 12일 "반도체 공정에서 습도를 낮추는 장비로 전 세계 시장 80% 이상을 점유했고, 여기에 디스플레이 정전기 제어 장비, 2차전지 '롤투롤(Roll to Roll)' 장비에서도 성과가 이어지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인하대에서 금속공학 박사 학위를 받은 임 대표는 삼성전자 R&D센터 팀장으로 반도체 연구·개발과 함께 제조공정을 개선하는 등 활동을 이어갔다. 이후 주성엔지니어링으로 이동한 뒤 수석부사장으로 일했다. 이렇듯 임 대표는 지난 2016년 저스템을 창업하기 전까지 40년 가까이 반도체 분야 전문가로 활동했다.
임 대표가 창업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습도'였다. 10년 전만 해도 반도체 공정에서 습도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반도체 회로선폭이 10나노미터(㎚, 10억분의 1m) 이하로 미세해지면서 클린룸 안에 존재하는 습도가 반도체 수율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됐다.
임 대표는 "대기 중에 존재하는 45% 정도 습도가 반도체 수율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이에 대한 학습과 함께 해결을 위한 솔루션을 확보하는 데 힘을 쏟았다"며 "앞으로도 반도체 회로선폭 미세화에 따른 수율 문제는 계속 제기될 것으로 예상하고 창업에 도전했다"고 밝혔다.
오랜 기간 반도체 분야에 종사해온 덕에 임 대표는 저스템을 창업한지 얼마지 않아 임직원들과 함께 1세대 습도제어 솔루션 '엔투퍼지(N2PURGE)'를 만들 수 있었다. 이는 반도체 웨이퍼를 보관하는 장치(FOUP) 내부에 질소를 주입한 뒤 순환시켜 웨이퍼 표면에 있는 수분과 함께 이물질을 제거하는 방식이었다.
저스템이 선보인 엔투퍼지는 입소문을 타고 국내 유수 반도체 업체뿐 아니라 일본, 대만, 싱가포르 등 해외 시장까지 빠르게 수출됐다. 저스템은 현재 반도체 습도제어 솔루션 분야에서 전 세계 시장 80% 이상을 점유한다.
임 대표는 "반도체 공정에서 수분이 문제가 될 것이라는 점을 몇몇 회사들이 관심을 갖고 있었지만 아직 본격적인 시장이 형성되지 않았던 시기"라며 "우리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과감하게 도전한 결과 오늘에 이를 수 있었다"고 돌이켰다.
임 대표는 반도체에 이어 디스플레이 분야로 눈을 돌렸다. 디스플레이 공정에서는 습도가 아닌 정전기가 문제였다. 일례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공정에서 정전기가 발생하는데 이로 인해 기판 절연이 파괴되거나 증착 성능이 저하된다. 이는 결국 OLED 수율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된다.
임 대표는 "이온소스를 활용해 디스플레이 공정에서 발생하는 정전기를 없애는 '고진공 이오나이저 시스템(VIS, Vacuum Ionizer System)'을 만들어 LG디스플레이에 공급하는 성과를 거뒀다"며 "고진공 이오나이저 시스템 역시 세계 최초로 만든 제품으로 원천기술을 보유했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저스템은 2차전지 장비를 더했다. 특히 2차전지 공정 전체에서 30%가량을 차지하는 핵심인 롤투롤 장비 분야에 진출했다. 이는 알루미늄박, 동박을 회전하는 롤에 감으면서 물질을 입히는 기능을 한다. 저스템 롤투롤 장비는 전극을 연속적으로 가열해 수분과 불순물을 제거해 성능을 제고할 수 있다.
태양광 장비는 인수·합병(M&A)을 통해 진출했다. 저스템은 지난해 3월 플라즈마 전문기업 플람을 인수했다. 플람은 상압에서 60도 이하 저온을 형성해 수율을 높일 수 있는 기술을 보유했다. 플람은 이 기술을 적용한 태양광 표면처리장비를 이미 미국 업체에 수출한 이력이 있다.
임 대표는 "올해는 최근 글로벌 업체로부터 처음 수주한 2세대 반도체 습도제어 솔루션 'JFS(Justem Flow Straightener)'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며 "엔투퍼지가 습도를 5% 수준으로 제어한다면 JFS는 이를 1% 이하로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뿐 아니라 디스플레이, 2차전지, 태양광 장비에서도 한 단계 진보를 이뤄 글로벌 장비회사로 성장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직원도 성장하고 가족 역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직원과 그 가족이 행복한 회사'라는 비전도 실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butter@fnnews.com 강경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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