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판 GTX' 東西로 118㎞ 뚫자 … 런던 교외도 새집 짓기 '들썩'

서찬동 선임기자(bozzang@mk.co.kr), 이승훈 특파원(thoth@mk.co.kr), 이희수 기자(lee.heesoo@mk.co.kr) 2024. 2. 12.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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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대개조 ① 수도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 - 英 런던
낡고 허름했던 동부의 울리치
21층 넘는 고급단지 건축 한창
'그레이터 런던' 광역화 전략
지하철·버스·기차 연계 강화
"출근 시간 30분 넘게 절약돼"
외곽 역주변 '기회지역' 지정
청년주택·일자리창출에 집중

◆ 5·5·5 담대한 도전 ◆

최근 영국 런던 동부권역에 있는 울리치역 인근 전경. 영국판 GTX인 엘리자베스 라인이 개통된 후 역세권 단지가 생겨나고 있다. 런던 이희수 기자

'템스강 조망을 누릴 수 있는 주택이 내년이면 준공됩니다.'

지난 1일 방문한 영국 런던 동부지역인 울리치(Woolwich)역. 전철역에서 나오자마자 부동산 중개업체가 이 같은 문구를 적어놓은 대형 입간판이 보였다. 역 주변에는 딱 봐도 최근 들어선 듯한 10~15층 높이 주거단지가 7개동 이상 자리하고 있었다. 템스강변 쪽으로는 타워크레인 여러 대가 세워져 있고 공사 소음이 곳곳에서 들렸다. 21층이 넘는 고급 주거단지로 개발이 한창인 곳도 있었다.

10년 전만 해도 낡고 허름한 동네였던 이곳이 변화를 겪고 있는 건 재작년 개통한 영국판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인 크로스레일 '엘리자베스 라인' 영향이 크다. 울리치역은 전체 41개 역 중 하나다. 런던 권역을 동서로 118㎞에 걸쳐 관통하는 이 라인은 최고 시속이 서울 지하철 9호선보다 2배 이상 빠른 120~140㎞나 된다. 그 덕분에 교통편이 좋지 않았던 런던 동부권역 도심 접근성이 확 개선됐다. 울리치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윌 씨는 "예전에는 환승해 금융 중심지인 커내리 워프까지 30분 이상 가야 했지만 이젠 10분도 안 걸린다"며 "엘리자베스 라인을 타면 도심인 시티오브런던도 한 번에 갈 수 있어 출퇴근하기 정말 좋아졌다. 그래서인지 1~2년 새 신규 주택이 엄청 들어서고 있다"고 말했다.

런던은 세계 도시 경쟁력 평가에서 숱하게 1위를 차지하는 도시다. 경제 분야는 뉴욕보다 뒤처지지만 교류·문화·주거 등 다른 분야가 더욱 균형적으로 발달해 있다는 평가가 많다. '그레이터 런던(Greater London)' 정책으로 대중교통 인프라가 촘촘히 확대되고 개발사업을 체계적으로 추진한 덕분이다.

그레이터 런던은 2차 대전 이후 위기를 겪던 영국이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1965년부터 본격 추진한 광역화 정책이다. 대도시권을 넓혀서 인적 자원을 모았고 제조업 대신 금융업을 성장시킨 동력이 됐다. 2000년에는 런던광역시가 탄생해 서울보다 약 2.5배 넓은 1572㎢ 33개 자치구를 총괄하게 됐다. 광역시는 '런던 플랜'을 세워 교통·주택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거시적·포괄적 전략을 제시한다.

엘리자베스 라인 탄생에도 런던광역시가 크게 기여했다. 런던의 민간연구소 도시재생플러스의 김상희 소장은 "광역시장이 운영하는 런던교통국이 지분 절반을 출자해 사업을 추진했다"고 밝혔다. 리처드 블라이스 왕실도시계획연구소(RTPI) 정책총괄도 "이 고속철 노선 건립은 런던광역시 자금 지원이 없었다면 안 됐을 것"이라며 "광역시가 도시를 개발할 때 걷은 부담금 일부를 공사 자금으로 투입했다"고 말했다.

나아가 광역시는 교통이 개선되는 지역을 '기회지역(OA)'으로 지정해 체계적인 개발이 이뤄지도록 했다. 런던광역시 측은 "OA는 대규모 주택과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지역을 위주로 지정된다"며 "대개 지하철역이 새로 생기는 바로 옆 용지"라고 설명했다. 울리치도 엘리자베스 라인이 지나며 OA로 지정됐다. OA 개발이 완료되면 다른 곳을 신규로 지정하고 지정 여부를 논의하는 곳도 더하는 식으로 단계별로 확장한다.

런던광역시 측은 "울리치는 2041년까지 신규 주택 5000채와 일자리 2500개를 창출할 수 있는 지역"이라며 "벌써 2015~2020년 주택 1996채가 조성됐다"고 소개했다. 비슷한 면적이지만 서울·경기로 나뉘어 광역버스 하나를 추가로 넣는 데도 진통을 겪고 일단 신도시부터 지정하고 교통은 차후에 도입하는 국내 상황과는 대조된다.

런던의 실질적인 생활권은 더욱 확장되고 있다. 블라이스 총괄은 "엘리자베스 라인은 런던 생활권을 교외 지역까지 넓혔다. 더 많은 이들이 런던에서 일하는 게 가능해진 셈"이라며 "런던의 경제성장과 도시 경쟁력 향상에 크게 도움이 됐다"고 강조했다. 런던교통국은 작년 9월 발표한 크로스레일 효과 보고서에서 "엘리자베스 라인 건설로 일자리 5만5000개가 창출됐다"고 분석했다.

[특별취재팀=서찬동 기자(오사카) / 이승훈 기자(도쿄) / 이희수 기자(런던·맨체스터) / 손동우 기자(서울) / 박동민 기자(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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