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 얇아진 2030, 수입차 구매 줄여

경기침체·고금리 등 영향
작년 수입차 등록 15% 뚝
가성비 국산차 구매 늘어

수입 승용차 시장에서 20·30대 젊은 구매자가 빠른 속도로 이탈하고 있다. 이들 연령대의 수입차 신규 등록 대수는 7만대에 근접했던 2020년을 정점으로 해마다 줄고 있는데, 지난해에는 1년 새 15% 넘게 감소하며 5만대 선까지 떨어졌다.

고금리·고물가 상황에서 사회 초년생들이 신차 구매를 미루는 데다 국산차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30대 이하의 수입차 신규 등록 대수는 5만3639대(테슬라 포함)로, 전년보다 9511대(15.1%) 감소했다.

같은 기간 이들 연령대가 신규 등록한 국산차는 29만7931대를 기록하며 전년보다 1.3% 늘었다. 30대 이하 젊은 층에서 국산차 구입이 늘고 수입차 구매가 줄어든 것은 작년이 처음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3년부터 2015년까지 30대 이하에서는 수입차 구매가 증가세를 유지했다. 2016년 이후 20·30대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수입차 판매량이 오르락내리락하긴 했지만, 작년처럼 국산차 판매와 정반대 움직임을 보인 적은 없었다.

30대 이하의 수입차 구매 감소는 다른 연령대에 비해 도드라진다. 2022년과 비교한 지난해 연령대별 수입차 구매 증가율은 40대 -0.8%, 50대 3%, 60대 이상 10.1% 등으로 집계됐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고금리 영향으로 젊은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프리미엄 수입차 브랜드의 판매가 줄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높은 국산차가 20·30대 소비자의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의 분석처럼 신차 시장에서 젊은 세대의 수입차 구매가 급감한 데는 금리 인상의 영향이 컸다. 금리가 뛰자 신차 할부 금리가 덩달아 높아졌고 이자비용이 늘면서 구매심리가 위축된 것이다.

반면 국산차는 수입차보다 낮은 가격에 더 큰 차를 살 수 있는 합리적 선택지로 주목받았다. 실내 디자인과 편의사양 면에서 국산차가 호평받고 있는 점도 젊은 소비자들에게 영향을 줬다.

30대 이하 소비자가 구매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수입차 모델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 실용성을 앞세운 국산차에 젊은 소비자들이 눈을 돌리고 있다는 얘기다. 참고로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는 차량 5대 중 1대는 수입차다.

인구구조 변화도 간과할 수 없는 요인이다. 20·30대 인구는 2015년 약 1437만명에서 지난해 1277만명으로 감소했다. 젊은 층이 중고차를 구입하거나, 장기·단기 렌트 또는 시간 단위의 차량공유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점도 20·30대의 수입차 구매 감소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분석은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와 한국수입자동차협회가 집계한 국산차·수입차 연령별 신차 등록 통계와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의 테슬라 신차 등록 통계를 종합했다. 연령별 통계는 법인 명의로 등록된 차량은 제외하고 개인 명의로 등록된 차량만 합산했다.

[문광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