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때 쓸어담자" 코스피 저평가株에 '빚투' 몰렸다
코스피 신용잔액 9조6804억
작년말 대비 6639억 급증
자동차·금융·반도체에 몰려
현대차 68%·KB금융 138% 쑥
단기과열 양상…주의 필요
이달 중 정부가 증시 부양을 위해 발표할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에 저PBR(주가순자산비율)주를 중심으로 매수 수요가 몰리자 관련 종목이 집중된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빚을 내 투자하는 '빚투'가 빠르게 늘고 있다.
1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코스피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9조6804억원으로, 지난해 말 9조165억원 대비 6639억원(7.36%) 늘었다. 지난달 말 9조5166억원과 비교하면 이달 들어 7일까지 5거래일 만에 1638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투자자가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에서 돈을 빌린 뒤 아직 갚지 않은 금액을 말한다. 잔액이 늘었다는 것은 주식시장에서 레버리지(차입) 투자가 증가했다는 의미다.
코스피에서 잔액이 늘어나며 국내 증시 전체의 신용거래융자 잔액 역시 7일 기준 17조8260억원으로, 지난해 말 17조5584억원 대비 2676억원(1.52%) 증가했다.
이처럼 빚투 증가세를 이끈 것은 저PBR주로 분류되는 자동차주, 금융주, 반도체주였다.
지난해 말 기준 PBR이 0.51배로 대표적인 저평가주로 꼽히는 현대차의 경우 작년 말 880억2700만원이었던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지난 7일에는 1479억9900만원으로 68.1% 늘었다.
지난달 사상 최대 연간 실적과 함께 올해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 및 소각 계획을 골자로 한 주주가치 제고 정책을 발표한 기아는 같은 기간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490억4800만원에서 1055억6500만원으로 무려 115.2%나 증가했다.
빚투 등의 영향으로 두 종목 주가는 올해 들어 급등했다. 현대차는 작년 말 대비 주가상승률이 23.43%에 달한다. 기아도 주가가 18.25% 뛰며 지난달 31일에는 '형님주'인 현대차 시가총액을 넘어서기도 했다.
금융지주사 종목에도 빚투 수요가 몰렸다. KB금융의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지난해 말 103억3800만원에서 이달 7일 245억9400만원으로 137.8%, 같은 기간 하나금융지주는 101억7900만원에서 243억6100만원으로 139.3% 늘었다. 두 종목 역시 올해 들어 주가상승률이 각각 23.71%, 29.91%에 달한다.
작년 말 기준 PBR이 1.48배로 1배는 넘지만 성장성에 비해 대표적으로 저평가받는 주식으로 분류돼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수혜주로 주목받는 삼성전자에도 최근 빚투가 집중되고 있다. 지난 7일 기준 삼성전자의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4004억7200만원으로 올해 들어서만 1200억원(42%) 이상 늘었다.
SK하이닉스 역시 같은 기간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1425억4600만원에서 2437억6100만원으로 71% 급등했다.
두 종목 모두 작년 말 대비 주가가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반도체 업황 턴어라운드 장세가 시작될 것이라는 기대에 저가 매수 수요가 몰린 결과로 풀이된다.
저PBR주가 몰린 코스피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면서 코스닥시장 빚투는 다소 감소했다. 실제 코스닥 전체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지난해 말 8조5419억원에서 이달 7일 8조1456억원으로 3963억원 줄었다.
시장에서는 이번주에도 저PBR주에 대한 관심이 계속되면서 이를 비롯한 코스피 주요 종목의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명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정책에 대한 기대로 저PBR주 강세가 지속되면서 연초 이후 보험·은행·증권·자동차 업종의 평균 주가상승률(13%)이 코스피(-1.7%)를 크게 웃돌고 있다"며 "기업들의 주주환원 정책 발표 및 긍정적인 외국인 수급으로 세부적인 정책이 발표되기 전까지 저PBR주에 대한 관심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다만 저PBR주 가운데서도 옥석이 갈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조창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저PBR주인데도 주가가 하락한 종목이 있었다"며 "주가상승률이 높은 종목들이 평균적으로 높은 자기자본이익률(ROE)과 이익잉여금 비중, 낮은 순부채비율을 기록하고 있는 만큼 결국 저PBR주 중에서도 선별적인 스크리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설 연휴 기간 미국 증시가 역대 최고 수준의 호조세를 보인 가운데 이번주에 줄줄이 발표될 미국 경제지표가 국내 증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실제 지난 9일(현지시간) S&P500지수는 5026.61로 거래를 마치며 종가 기준으로는 사상 최초로 5000선을 넘었다. S&P500지수는 올해 들어 5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며 8일에는 장중 사상 처음으로 5000대에 진입하기도 했다. 지난 9일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도 2021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장중 한때 1만6000선을 돌파하며 전날 대비 1.25% 상승한 1만5990.66으로 마감했다.
13일에는 미국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15일에는 미국 1월 산업생산·소매판매, 16일에는 미국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가 발표될 예정이다. 미국의 고용지표 호조세와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매파적 발언으로 올해 상반기 금리 인하 기대감이 점차 사그라드는 상황에서 예상보다 양호한 각종 지표가 나올 경우 고금리가 오래 유지될 수 있다는 예상에 국내외 증시로의 투심이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
[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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