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명가에 듣는다] "올해 M&A 시장서 2차전지·반도체 주목"
M&A 조직 확대 개편해
대형딜서 존재감 드러낼 것
5조 현대마린 상장 주관해
기업공개 시장 주도 자신
"지난해에는 기업들이 계속된 고금리에 리스크 관리와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면서 인수·합병(M&A)시장이 주춤했다면, 올해는 금리 안정화 기조 속에서 대기업 사업 재편 등 다양한 형태의 M&A 거래가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KB증권도 관련 조직을 확대 개편하는 등 대형 M&A 딜 자문과 인수금융까지 수행할 역량을 더욱 강화해 나갈 방침입니다."
김성현 KB증권 사장(사진)이 최근 매일경제와 만나 올해는 확대가 기대되는 M&A시장 공략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사장은 지난해 말 인사에서 대표이사(CEO)로 재연임되며 2019년부터 6년 연속 KB증권 IB부문 사령탑을 맡게 됐다.
김 사장은 지난 한 해를 되돌아보며 국내 '톱3' 증권사로 도약 가능한 위상과 경쟁력을 다진 해였다고 평가했다. KB증권은 지난해 매일경제 레이더M이 집계한 리그테이블에서 채권발행시장(DCM) 부문 1위, 주식발행시장(ECM) 부문 3위에 이름을 올렸다. 김 사장은 "KB증권은 지난해 톱3 증권사로 안정적인 수익 창출의 기반을 마련했다"며 "IB 부문의 경우 영업이익 측면에서 최상위권에 올랐다"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올해 M&A시장이 작년보다 활기를 띨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올해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이슈로 어려움에 처한 건설사를 보유한 주요 그룹들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산 매각과 사업 재편이 M&A시장을 달굴 것"이라며 "만기가 도래한 PEF발 매물이 시장에 쏟아지는 가운데 지난 코로나19 사태 이후 결성됐지만 드라이파우더를 소진하지 못한 블라인드펀드(투자 목적이 정해지지 않은 펀드) 자금이 수급 측면에서 시장 활성화의 촉매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특히 김 사장은 "ESG(환경·책임·투명경영) 추세 속에서 2차전지와 수소 분야의 M&A가 여전히 활발할 것"이라며 "디지털화에 따른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분야가 시장의 관심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KB증권은 올 한 해 '2030 M&A 중장기 전략 강화 프로그램'에 발맞춰 중소·중견 규모 거래는 물론 대형 딜까지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할 계획이다. 대기업 지배구조 자문과 크로스보더(Cross Border) 딜까지 상품 영역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김 사장은 "KB증권이 지금까지 5000억원 내외 중형 M&A 거래에 초점을 맞춰 왔다면 올해는 더 큰 규모의 딜을 주관하며 시장 내 존재감을 드러내는 데 주력하겠다"며 "이를 위해 M&A 조직을 단독 본부화해 두 개 부서로 개편했으며, 글로벌 인수금융 전담부서도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올해 DCM은 지난해 4분기부터 금리가 안정되면서 양호한 시장 환경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김 사장은 올해에도 DCM 1위 지위를 공고히 하기 위해 해외 주관 능력과 신디케이션 조직 역량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김 사장은 "글로벌 DCM 인력을 계속 확충하며 키워나갈 것"이라며 "기존에 기업금융과 부동산 PF 등으로 나뉘어 있던 신디케이션 조직을 한데 모아 기능을 통합함으로써 신디케이션 세일즈 역량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기업공개(IPO)시장에서는 몸값이 최대 5조원에 달하는 HD현대마린솔루션 등 관심을 모으고 있는 대어들의 상장 주관 업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빅딜 IPO시장을 주도해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김 사장은 "올해는 최대어 중 하나로 꼽히는 HD현대마린솔루션을 시장에 안착시켜 IPO시장의 온기가 중소형주에서 대형주로 확산되는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지난해 말 이후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는 일부 중소형주의 IPO 열기에 대해서는 우려를 나타냈다. 상장 첫날 주가가 크게 뛰다 보니,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투자자들이 더 많은 공모주를 배당받기 위해 희망 공모가보다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해 공모가가 지나치게 높게 책정되는 사례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 여기에 첫날 증권시장에 투자자가 몰리며 더 높아진 가격에 공모주를 산 일부 투자자의 경우 큰 손실을 볼 위험이 생겼다.
김 사장은 "과열에 편승해 공모가를 지나치게 높게 산정했을 때 상장 이후 투자자가 손해를 보는 상황이 나오며 순식간에 분위기가 냉각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한번 신뢰를 잃으면 회복에 상당한 시일이 걸린다"며 "증권사들이 중심을 잡고 발행사와 잘 조율해 공모가에 거품이 끼게 하지 않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대석 기자 / 강두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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