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총리의 안락사

박만원 기자(wonny@mk.co.kr) 2024. 2. 12.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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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전 총리가 최근 안락사로 생을 마감한 사실이 10일 알려졌다.

외신에 따르면 드리스 판아흐트 전 총리는 70여 년간 해로한 부인과 함께 지난 5일 스스로 생의 마지막을 선택했다.

한국인 시각에선 안락사 제도도 생경한데, 사회 지도층이 아내와 함께 그런 결정을 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네덜란드는 사실 안락사 정책에서 가장 진보적인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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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전 총리가 최근 안락사로 생을 마감한 사실이 10일 알려졌다. 외신에 따르면 드리스 판아흐트 전 총리는 70여 년간 해로한 부인과 함께 지난 5일 스스로 생의 마지막을 선택했다. 한국인 시각에선 안락사 제도도 생경한데, 사회 지도층이 아내와 함께 그런 결정을 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네덜란드는 사실 안락사 정책에서 가장 진보적인 나라다. 2002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안락사를 허용했다. 환자의 고통과 의학적 한계, 본인의 간절함 등을 모두 고려해 안락사 여부를 심사한다. 93세인 판아흐트 전 총리와 아내도 더 이상 치료할 수 없는 건강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네덜란드의 뒤를 이어 벨기에, 스위스를 비롯한 유럽 국가들과 호주 등 현재 10여 개 국가가 안락사를 허용하고 있다.

존엄사가 생명연장 치료를 중단하는 개념이라면 안락사는 극한 고통에 시달리는 불치병, 만기 환자에 대해 의료인의 조력으로 약물 등을 투입하는 방식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선 불법이다. 하지만 국민 여론은 안락사 도입에 적극적이다. 그동안 대학병원, 여론조사기관 등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안락사제도 찬성이 70~80%대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런 결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추세와 무관치 않다. 2050년에는 한국인 10명 중 4명이 65세 이상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하지만 의료복지 시스템은 이런 고령화 추세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해 '간병살인'과 같은 비극이 발생한다.

2022년 국회에서 조력존엄사법이 발의됐지만 심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정치권이 종교계 눈치를 볼 게 아니라 사회적 논의를 진척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헌법소원도 진행 중이다. 한 불치병 환자가 조력사망 허용 법안이 없어 기본권이 침해되고 있다며 청구한 헌법소원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최근 정식 심판에 회부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정치권도 "이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달라"는 절규를 무턱대고 외면할 게 아니다. 더 늦기전에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박만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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