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 침체기에 강남 '로또 청약'만 북적
분양가상한제 강남3구·용산구
저렴하게 진입할 기회에 인기
올해 강남3구 청약 1만8천가구
실거주의무·후분양 유의해야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청약 시장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하지만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등 국내에서 가장 집값이 높은 '상급지'에서 규제로 저렴하게 공급되는 분양가상한제 청약에는 실수요자들이 쏠리고 있다.
12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6일 진행된 메이플자이 서울 지역 1순위 청약은 81가구 모집에 3만5828명이 몰려 평균 경쟁률 442대1을 기록했다. 81가구를 대상으로 진행한 특별공급에도 1만여 명이 몰려 평균 경쟁률이 123.7대1이었다.
높은 경쟁률의 가장 큰 요인으로는 '저렴한 가격'이 꼽힌다. 이곳은 3.3㎡당 분양가가 6705만원이다. 전용면적 43㎡는 12억원대, 전용 49㎡는 15억원대, 전용 59㎡는 17억원대다. 전국 평균 분양가(1700만원대)보다 4배 가까이 높지만 강남 인근 시세에 비해선 절반 수준으로 저렴하다.
반면 분상제 이외 지역에서는 '로또청약'이 사라진 지 오래다. 정부는 지난해 1월 강남 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서울 전 지역에서 분상제를 해제했다. 원자재값 인상과 땅값·인건비 상승이 그대로 분양가에 반영되면서 수도권은 시세보다 비싸게 공급되고 있다. 지난해 강남 3구를 제외한 서울 지역의 3.3㎡당 분양가는 평균 3505만원으로 시세(3253만원)보다 비쌌다.
서울 잠원동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이 어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분상제 청약 외에는 확실한 투자가 안 보인다. 강남 청약만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했다.
메이플자이는 소형 평수임에도 불구하고 최대한 공간 효율을 높인 '가성비 구조'가 적용된 점도 흥행 요인이다. 이번에 청약을 접수한 162가구 중 6가구만 전용 59㎡이고, 156가구는 43·49㎡의 소형 평수다. 그런데 전용 49㎡(21평)에 방 3개, 화장실 2개 구조를 적용했다.
고급 아파트를 원하는 '상급지 수요'는 역대급 분양가(평당 1억1500만원)로 공급된 서울 광진구 포제스한강의 높은 경쟁률에서도 확인된다. 이곳은 전용 84㎡가 32억~44억원대, 전용 115㎡가 52억∼63억원대, 펜트하우스인 전용 244㎡는 150억~160억원 선이었다. 그런데 1·2순위 청약(특별공급 제외 106가구 모집)에 1062명이 신청해 순위 내에서 전 가구가 마감됐다. 당첨 가점도 전용 84㎡가 최저 59점에서 최고 74점(만점 84점 기준)으로 높은 편이었다. 메이플자이도 신혼부부가 특공으로 전용 49㎡에 당첨돼 분양대금을 마련하려면 대출을 최대로 받더라도 현금이 10억원 이상 필요하다. 그런데도 2000명 가까이 몰렸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포제스한강이나 메이플자이의 청약 경쟁률을 보더라도 현금 여력이 되는 부자가 많다. 좋은 입지에서 한강 조망이나 고급 커뮤니티 등 프리미엄을 갖춘 신축 수요는 여전히 풍부하다"고 했다.
부동산 시장은 안갯속이지만, 시세 차익이 확실한 분상제 청약은 올해도 높은 관심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대기 중인 강남 청약이 쌓여 있어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뜨겁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분상제가 적용되는 강남 3구에서 분양될 물량은 10개 단지, 1만8792가구다. 이는 최근 5년간(2020~2024년) 강남 3구 연간 분양 물량 중 가장 많다. 올해 4월에는 서울 반포동 신반포15차 재건축 사업인 '래미안원펜타스'가 분양된다. 6월 입주를 앞둔 후분양 아파트다.
이 밖에 강남구 '디에이치 대치 에델루이', 서초구 '래미안원페를라', 강남구 '래미안레벤투스' 등도 분양을 준비 중이다. 일반분양 물량만 1000가구가 넘어 청약자들의 관심이 높은 서초구 방배동 '디에이치방배'(방배5구역)는 하반기에 분양할 예정이다. 부동산R114 관계자는 "분상제 단지는 실거주 의무가 적용되고 후분양 단지도 많아 자금 마련을 꼼꼼히 체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는 실거주 의무를 폐지하겠다고 밝혔지만, 여야 간 합의되지 않은 상태다.
[이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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