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 Now] 실리콘밸리의 '행복한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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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사상 최고 실적을 내놓고 있다.
4분기 실적 시즌에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구글), 아마존, 메타 등 4개사가 기록한 순이익은 932억달러(약 123조원)에 달한다.
기업의 상황이 가장 좋을 때 해고를 하면 직원들에게 유리한 조건의 위로금(Severance Package)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서 더 이상 이 직원이 필요하지 않을 때 줄 수 있는 최대한의 보상을 주면서 내보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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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화 차원 감원 칼바람
주가 올라 기업·주주 이득
퇴직자엔 2억원대 위로금
美스타트업 불안 동력 삼아
혁신 위해 노동유연성 선택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사상 최고 실적을 내놓고 있다. 4분기 실적 시즌에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구글), 아마존, 메타 등 4개사가 기록한 순이익은 932억달러(약 123조원)에 달한다. 우리 정부의 연간 예산이 640조원인 것을 감안하면 어마어마한 규모다.
그런데 사상 최고 실적을 올린 테크 기업들이 대규모 해고(Layoff)를 하고 있다. 지난 1월에만 구글이 1100명 이상, 아마존이 100명 이상, 마이크로소프트가 1900명을 해고했다. 언뜻 생각해보면 이해가 안 되는 현상이다. 역대 최고의 실적을 내는데 다른 쪽에서는 직원을 계속 해고하고 있다.
지금 미국에서 벌어지는 해고는 두 가지로 구분해야 한다. 전자가 빅테크들의 해고다. 실적도 좋고 주가도 좋다. 이는 '효율화'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후자는 스타트업이나 돈을 못 버는 기업들의 해고다. 이것은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진행하는 것이다.
한국에서 생각하는 정리해고는 대부분 '후자'다. IMF 당시 대량 해고의 쓰라린 경험이 있는 우리에게 기업이 대규모 해고를 하는 것은 '하지 않으면 망할 수밖에 없는' 절박한 경우에만 벌어지는 일이다. 하지만 미국에서 빅테크 기업들의 해고는 상대적으로 행복한(?) 경우다. 기업의 상황이 가장 좋을 때 해고를 하면 직원들에게 유리한 조건의 위로금(Severance Package)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구글은 지난해 1만2000명을 해고하면서 21억달러의 비용을 들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직원 1인당 2억원의 비용을 지급한 셈이다.
하지만 실리콘밸리는 이를 연인들의 '쿨'한 이별처럼 받아들인다. 기업 입장에서 더 이상 이 직원이 필요하지 않을 때 줄 수 있는 최대한의 보상을 주면서 내보내는 것이다. 이는 해고를 피한 남은 직원에게도, 주주들에게도 좋은 일이다. 정리해고로 오른 주가와 향후 현금흐름은 전체 직원과 주주들에게 보상으로 돌아온다.
미국 특히 캘리포니아는 우리 생각과 달리 해고가 쉽지 않고, 노동시간도 법에 따라 보호를 받는다. 하지만 실리콘밸리 테크 기업과 스타트업들은 예외다. 신입이라도 최소 1억원 이상의 초봉을 받고 회사 주가에 따라 수억 원의 보상이 주어지지만 언제든 해고될 수 있는 불안한 존재가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다. 사실 이들은 스스로 '안전지대(Comfort Zone)'에서 걸어나와 불안함을 택한다. 불안함이 개인을 성장시킨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 같은 노동유연성은 빅테크와 스타트업들이 미국의 성장을 견인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쿨'한 이별이 좋을까? 헤어지기 너무 어려운 '결혼'이 좋을까? 이는 선택의 자유다. 한국과 미국의 다른 점은 한국 기업들의 경우 '결혼' 이외에는 선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덕주 실리콘밸리 특파원 mrdjlee@mk.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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