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의사 집단행동 두고 “명분 없다”

의대 정원 확대 “돌이킬 수 없는 지경”
“2000명 늘려나가도 부족한 게 현실”

윤석열 대통령이 설 연휴 첫날인 지난 9일 서울 동작구 한 식당에서 가로청소 환경공무관들과 떡국을 함께 한 후 건의사항을 청취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대통령실은 12일 의대 입학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의사 단체의 집단행동 움직임을 두고 “명분이 없는 게 아니냐 생각한다”고 밝혔다. 의대 인력 확충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집단행동 초읽기에 들어간 의사단체와 타협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의대 정원과 관련해서는 오래 전부터 얘기가 있었는데 한 걸음도 전진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면서 “지금은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지 않았나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응급실 뺑뺑이라든지 소아과 오픈런 등은 누구나 아이 가진 사람으로서는 경험하는 당면한 문제”라며 “또 얼마 전에 우리나라 최대 대학병원에서 간호사가 뇌수술을 받지 못해서 전원된 병원에서 결국 사망했다”면서 의료 인력 확충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부는 지난 6일 2025학년도 입시부터에서 의대 정원을 현행보다 2000명 늘려 선발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대한의사협회가 오는 15일 전국적인 궐기대회를 예고하는 등 총파업을 포함한 집단행동 수순을 밟는 것으로 관측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의대 정원을 늘리자는 논의는 지속적으로 이뤄져온 것들”이라며 “이런 부분에 의사들도 대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40년간 변호사가 10배 느는 동안 의사 수는 3배 늘어나 수요만큼 확충되지 못했다고도 말했다. 그는 이어 “이제는 시급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정부의 생각은 2000명을 지금부터 늘려나가도 부족하다는 게 의료 현실”이라며 “그런 측면에서 의사들 집단행동은 분명히 자제돼야 하고, 정부는 최대한 (상황에 맞춰) 준비하고 대화하고 설득해나갈 생각”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공개된 KBS와의 신년 대담에서 이 문제를 두고 “국가 정책은 국민을 최우선에 둬야 할 뿐 아니라 의료 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 등을 위해서라도 의대 정원 확대는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일”이라며 의대 정원 확대를 주축으로 한 의료개혁 의지를 재차 밝힌 바 있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