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택 교수의 핀테크 4.0] CBDC와 디지털 경제의 지평
올해 하반기, 한국은행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도입과 관련, 약 10만명 이용자를 대상으로 실거래 테스트를 추진한다. 2020년부터 진행해 온 모의실험이 CBDC의 기술적 구현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올해는 일상 생활에서의 활용을 점검할 계획이다.
CBDC는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다. 법정 화폐인 원화, 달러처럼 동등한 위치에 있다는 의미다. CBDC는 은행 등 금융기관간 거래에 활용되는 도매용과 민간 경제 주체를 대상으로 하는 소매용으로 분리된다. 대표적인 소매용은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CBDC를 담보로 시중은행이 발행하는 예금토큰이다. 또 예금토큰을 담보로 금융서비스나 목적에 맞게 특수토큰 등 다양한 파생토큰이 발행될 수 있다. 하반기 실험에는 소매용 CBDC인 예금토큰이 적용될 예정이다. 스마트계약 조건에 맞는 디지털 바우처를 발행하고 탄소배출권과의 결제 연동도 실시할 계획이다.
해외에서는 100개국 이상이 CBDC도입을 검토 중이다. 상용화를 마친 중국은 2029년에 본원통화의 15% 이상을 디지털 위안화로 발행할 계획이다.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안정과 협력을 도모하는 국제결제은행(BIS)은 2030년도 기준, 24개국이 CBDC 발행을 완료할 것으로 예상하며, 각국 중앙은행이 관련 법제화를 서둘러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이처럼 각국이 CBDC를 준비하는 배경에는 디지털 경제로 인한 긍정과 부정적 효과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기 위함이다. 긍정적인 측면은 신사업 기회의 증가이며, 부정적 측면은 이로 인한 부작용의 발생이다. 즉 사업 기회를 선점하고 동시에 민간이 주도하는 스테이블코인 등의 부작용에 대한 통제력을 사전에 갖추는 것이다.
그렇다면 CBDC의 사업기회 및 변화는 무엇인가.
첫째, 낮은 거래 비용과 실시간 처리를 통한 효율적인 결제시스템 구축이다. 표준 시스템이 구비된다면 국외 거래나 해외 송금에서 동시 결제가 가능하고 수수료의 절감 효과가 크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둘째, 높은 투명성과 안정성의 향상이다. 중앙은행이 직접 자금 흐름을 모니터링함으로써 금융범죄와 사기 예방이 가능하다. 동시에, 소비 촉진을 위한 금융 지원에 활용된다면 기존 방식의 높은 수수료 및 부정수급 이슈를 해결하고 유연한 통화 정책을 수립할 수 있다. 또 실물 카드나 현금처럼 직접 접촉이 없기 때문에 팬데믹 같은 상황 하에서도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다.
셋째 CBDC의 파생 효과로 인한 생태계 확장이다. 이용자가 CBDC를 안전하게 저장·관리, 사용하는 도구로 전자지갑이 필요하다. 전자지갑은 이용자의 금융·비금융 정보를 담을 수 있다. 이들 정보가CBDC와 결합된다면, 소비패턴과 선호도 분석을 통해 맞춤형 금융 및 쇼핑 등이 가능하다. 세금 등 공공 요금 지불과 정부 혜택의 수령 등 공공 서비스의 질적 증가도 기대된다. 또 디지털 자산도 거래가 한층 수월해짐으로써 소비자의 금융생활에 근접해질 수 있다.
물론, CBDC는 프라이버시를 위한 익명성 보장 및 대량 거래의 신속한 처리 등 분명히 선결 과제도 있다. 그러나 토큰 증권 및 국경간 결제, 웹 3.0으로 연결되는 토큰 이코노미에서 중요한 차세대 결제수단으로의 성장이 예상된다.
그동안 시장 일부에서는 디지털자산에 대해, 탈중앙화에 대한 시각 차이와 테라 ·루나 사태 등으로 인해 불신의 시선이 존재했다. 한편에선 관련 세부 정책과 법제도가 미흡하고 느리다는 목소리도 병존한다. 미국은 올해 1월, 비트코인의 제도권 내 편입을 승인하는 등 해외 국가는 디지털자산 관련 사업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모쪼록 CBDC라는 디지털 화폐를 매개로 하여 디지털자산 생태계가 유기적으로 성장하고, 법제도 및 정책이 신속하게 정립되기를 기대한다.
송민택 공학박사 pascal@apthef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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