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종목 없습니다"... PF 위기·실적 부진, 건설사 '시련의 계절'

김동욱 2024. 2. 12.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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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부터는 추천 종목이 없습니다."

최근 한 대형 증권사는 건설업 투자 리포트에서 이렇게 밝혔다.

다른 증권사들도 속속 건설업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낮추면서 잇따라 박한 평가를 내놓고 있다.

1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상장 건설사는 매출이 크게 뛰었지만 가장 중요한 수익성은 대부분 뒷걸음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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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사 수익성 모두 뒷걸음
공사비 등 원가율 상승 탓
증권가 "올해 더 안 좋다"
인천 연수구 송도신도시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 뉴스1

"2월부터는 추천 종목이 없습니다."

최근 한 대형 증권사는 건설업 투자 리포트에서 이렇게 밝혔다. 알짜 기업을 선별해 고객에게 추천하는 게 주 업무인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살 만한 주식이 없다고 대놓고 외치는 일은 흔치 않다. 다른 증권사들도 속속 건설업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낮추면서 잇따라 박한 평가를 내놓고 있다. 그만큼 건설업 사정이 안 좋다는 방증이다.

1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상장 건설사는 매출이 크게 뛰었지만 가장 중요한 수익성은 대부분 뒷걸음질쳤다. 시공능력평가 1위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지난해 영업이익 1조350억 원을 거뒀다. 1년 전보다 18.2% 늘었지만, 영업이익률은 같은 기간 6%에서 5.4%로 0.6%포인트 빠졌다. 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 포함)은 지난해 역대 최대인 29조6,510억 원의 매출을 거뒀으나 영업이익은 7,854억 원에 그쳤다. 매출이 이보다 훨씬 낮았던 2019년(17조3,000억 원) 당시 영업이익(8,600억 원)보다 적다. 2019년 5%에 달했던 영업이익률이 지난해 2.6%로 거의 반토막 났기 때문이다.

대우건설은 매출이 1년 전보다 11.8%나 뛰었지만 영업이익은 6,625억 원으로 같은 기간 12.8% 급감했다. 시평 6위 DL이앤씨는 지난해 매출이 6.6% 올랐지만 영업이익은 3,312억 원으로 1년 전보다 33.4% 줄었다. 주택 사업 부문의 높은 원가율 상승 탓에 2021년 12.5%에 달했던 영업이익률이 지난해 4.1%로 뚝 떨어진 결과다. GS건설도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을 거뒀으나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 비용 발생 등의 여파로 3,885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상장 건설사 중 플랜트 사업을 주로 하는 삼성엔지니어링을 제외한 도급 순위 10위권 대형사는 지난해 수익성이 모두 후퇴했다. 공사비 급등,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우려에 따른 비용 증가 등의 악재가 겹친 탓이다.

그래픽=김문중 기자

증권가는 올해 건설업 실적이 더 안 좋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금융당국이 밝힌 부동산 PF 정리 로드맵도 업계엔 상당한 시련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된 PF 사업장을 경·공매로 넘길 예정인데, 이 과정에서 PF 대출보증을 선 건설사는 손실이 현실화해 유동성 압박을 받을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다만 PF 구조조정이 마무리되면 건설 경기가 되살아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구조조정을 마친 사업장부터 분양 사업이 재개되면 자금이 돌아 건설사 현금 흐름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대형 건설사 임원은 "지난해 분양 달성률이 절반에도 못 미치는데 올해 역시 사업을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대형사야 그나마 버틸 수 있겠지만 중소·중견 건설사는 더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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