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날의 검 ‘뚱니버스’ 택한 ‘전참시’의 승부수[스경연예연구소]

하경헌 기자 2024. 2. 12. 16: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MBC 예능 ‘전지적 참견 시점’ 지난 3일 방송 주요장면. 사진 MBC 방송화면 캡쳐



MBC 예능 ‘전지적 참견 시점’ 지난 10일 방송에는 ‘설맞이! 국주네 만두공장’ 편이 방송됐다. 자칭타칭 ‘주방용품계의 제니’로 불리는 개그우먼 이국주가 각종 주방기기와 요리도구를 사용해 쉴 새 없이 돌아가는 만두공장을 차린 모습이 그려졌다.

그 전 주는 고품격 ‘샵뚱카세’가 공개됐다. ‘샵뚱’은 ‘샵 뚱땡이’의 준말로 개그우먼 홍현희의 헤어·메이크업숍 담당자인 한현재씨의 별명이다. 홍현희와 한씨 그리고 방송인 풍자가 모여 ‘오마카세’ 먹방을 펼쳤다. 그 전 주도 그랬다. 박세리와 신기루가 등장해 각각의 자리에서 먹성을 선보였다.

최근 ‘전지적 참견 시점’(이하 전참시)의 요즘 태세를 보면 본격적으로 ‘먹방’을 선보이기 위해 작정한 프로그램 같다. 지난해 연말 이른바 ‘구라걸즈’로 불리는 신기루, 이국주, 풍자 그리고 유병재의 홍콩 여행기가 온라인에서 큰 화제를 모은 이후 한 주가 멀다 하고 ‘큰 덩치’의 출연자가 등장해 어마어마한 식성을 선보인다.

최근에는 아예 ‘먹교수’로 불리는 이영자의 기획으로 샵뚱과 ‘잠뚱(잠실 뚱땡이’ 홍현희, 그의 매니저 ‘매뚱’ 그리고 홍현희의 매제인 ‘천뚱(천안 뚱땡이)’ 등 세계관의 덩치들이 모이는 ‘푸드 파이터 대회’의 개최를 예고했다. 여기에 구라걸즈와 박세리 그리고 운동선수 못지않은 먹성의 배우 민우혁 등이 모여 대단한 화제를 예감하게 했다.

MBC 예능 ‘전지적 참견 시점’ 지난 10일 방송 주요장면. 사진 MBC 방송화면 캡쳐



‘전참시’가 이끄는 이른바 ‘덩치 예능’의 기세는 2월이 넘고 설 연휴가 지나도 여전하다. 단순히 보통 먹성을 보이는 먹방, 특이한 음식을 먹는 먹방보다 어마어마한 양을 처리하는 ‘많이 먹기’가 예능의 대세가 됐다.

‘전참시’는 많이 먹는 상황뿐 아니라 이들이 많이 나가는 몸무게 때문에 겪는 다양한 상황을 그려냈다. 신기루는 덩치 때문에 홍콩 편의점에 가서 매대의 물건을 보다 등으로 음료수 보관함의 미닫이문을 여는 촌극을 펼쳤고, 샵뚱과 ‘피뚱(피디 뚱땡이)’ 등 일행들은 젊은 층에 유명한 즉석사진 매장의 한 방에 다 들어가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웃음을 줬다. 바야흐로 ‘뚱니버스(뚱땡이+유니버스)’의 번성이다.

‘전참시’는 2018년 3월 첫 방송 이후 어언 방송 만 6년째를 맞이하는 MBC 예능 장수 프로그램이 되고 있다. 장수 프로그램의 이유는 그 인기에 있다. 초반 스타와 매니저, 그 특수한 관계를 연구하기 위해 많은 연예인들이 본인의 삶과 매니저를 동시에 공개했다.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스타의 일상을 보는 일반적인 관찰 예능의 형식뿐 아니라 매니저를 통해 스타의 모습을 ‘크로스체크’하는 재미를 덧붙였다.

하지만 ‘전참시’ 역시도 시간이 지나면서 초반의 기획의도보다는 기획물의 성향을 보인다. 단순한 일상을 보이는 것은 이미 시청자에게 익숙하므로 일상을 통해 구축한 캐릭터를 통해 다른 인물과 섞이고 부딪치는 모습을 강조하는 것이다.

MBC 예능 ‘전지적 참견 시점’ 지난달 13일 방송 주요장면. 사진 MBC 방송화면 캡쳐



이는 비슷한 콘셉트의 ‘나 혼자 산다’가 이제 출연자 개개인의 삶보다는 ‘팜유즈’나 이장우·기안84·김대호의 회동 등 멤버들이 모이면서 일어나는 일에 집중하게 되는 이유다. 그리고 사람이 모인 곳에서 가장 적은 효율로 화제성이나 시청률을 뽑아낼 수 있는 것은 먹방이다. 이미 유튜브를 비롯한 ‘재야의 먹방고수’들 사이에서 많이 먹기가 이미 화제가 됐기 때문에 지상파의 예능에서도 비슷한 퍼포먼스를 보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경향이 계속 출연자만 돌려가며 반복될 경우, 지상파 예능의 지루함에서 이탈하려는 분위기는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다. 토요일 오후 11시에 방송 중인 ‘전참시’의 방송 당시 시청률은 4%대다. 오히려 온라인의 화제성을 시청률이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서, 광고수익의 중요한 근거가 되는 시청률 부진을 타개할 대책은 쉬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전참시’는 언뜻 보면 이러한 위기를 오히려 더욱 스케일이 큰 먹방, 심지어는 ‘먹방 대회’를 통해 벗어나려고 하는 것 같다. 분명 출연자 개개인이 가진 캐릭터와 먹성은 놀라움을 주긴 하지만, 매번 계속되고 일관된 패턴은 이 유행 역시 금세 과거로 돌릴 가능성이 크다.

‘구라걸즈’ ‘샵뚱’의 화제와 인기 속에 ‘전참시’는 분위기가 오를 때 오히려 위기를 절감해야 롱런의 기틀을 놓을 수 있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Copyright © 스포츠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