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물류망 활용, 맞춤형 자원순환 체계 구축해드립니다”[ESG2]
[한경ESG] 리딩 기업의 미래 전략 - CJ대한통운
올해 창립 93주년을 맞은 CJ대한통운은 친환경 물류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화물차 등 운송수단 사용에 따른 온실가스배출을 줄이고 친환경 풀필먼트(통합 물류센터) 서비스를 강화하는 등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혁신하고 있다. ESG 업무를 총괄하는 김희준 담당을 만나 물류를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 자원순환 물류는 무엇을 의미하나요.
“ESG 경영 전략의 일환으로 자원순환 물류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물류는 제품의 조립, 수송, 사용, 폐기 전 단계에 관여합니다. 풀필먼트 서비스는 제조를 뺀 나머지 LCA 단계를 포함합니다. LCA, 스코프3 배출량 측정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물류업체가 측정 기술을 확보해야 합니다. 나아가 고객사에 클로즈드 루프(closed loop, 폐기물이 발생하지 않는 구조)를 제공해 자원순환을 가능하게 만들어줍니다. 클로즈드 루프를 만들면 자연스럽게 탄소배출이 줄어듭니다. 이를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 제품의 포장 단계부터 배송까지 탄소를 줄이고 자원을 재활용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 자원순환 물류에 관심을 두게 된 배경이 있나요.
“CJ대한통운의 물류 네트워크는 자원순환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첫 번째 활용 분야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자원순환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입니다. 호텔에서 발생하는 투명 페트병도 수거해 재생 화장품 용기로 만들어 판매하고 그 수익을 기부하는 사업을 진행한 바 있습니다. 당시 사업을 하면서 자원순환 영역은 상생의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는 걸 느꼈습니다. 최근에는 포스코엠텍과 국립공원에서 발생하는 알루미늄 캔을 수거하고 있습니다. 국립공원공단은 장애인 인력을 고용해 국립공원에서 배출된 알루미늄 캔을 선별하고 포스코엠텍은 알루미늄 캔을 구매해 철강 원료로 재활용합니다. 알루미늄 캔을 수거해 발생한 수익금은 국립공원공단에 기부해 공원 환경을 조성하는 데 쓰기로 했죠. 또 어린이집에서 나오는 종이팩을 수거하는 모델도 만들었습니다. 이처럼 환경적·사회적으로 필요한 일을 하는 과정에서 국가, 사회, 기업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다 보니 사업이 수월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자원순환은 ESG 공시가 의무화되더라도 물류기업이 가장 정확하게 재무제표에 숫자를 넣을 수 있는 사업 분야라고 판단합니다. 휴대폰을 포함해 다양한 영역으로 자원순환 사업을 확대해나갈 예정입니다.”
- 요즘 ‘친환경’이 물류업계의 화두인데, 고객들의 요구는 어느 정도입니까.
“유럽계 고객사들은 놀라울 정도로 친환경 물류를 중요시하고 있습니다. 일부 고객은 직접 개발한 친환경 완충재를 가져와 온실가스배출량을 계산하기도 합니다. 특히 LCA를 위한 배출량을 측정하는 데 관심이 많습니다. 최근 LCA에 필요한 배출량 데이터를 정교화하기 위해 핀테크업체와 업무협약을 체결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2024년부터는 LCA에 필요한 정확도 높은 데이터를 고객사에 제공할 것입니다.”
- 운송 부문도 감축이 필요할 텐데요. 친환경차 전환 계획은 어떻게 수립하셨나요.
“2050년 탄소제로를 목표로 기존 운송수단을 친환경으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2021년 2월 환경부와 무공해차 전환 이니셔티브인 K-EV100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습니다. 2030년까지 친환경차로 전환하는 이니셔티브죠. 다만 전기·수소 상용차는 아직 활성화되지 않아 도입을 확대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2030년 직접 보유한 차량과 외부 임차한 차량의 20%, 2035년 35%, 2040년 100% 친환경차로 전환할 계획입니다. 그러나 충전소 인프라가 부족한 것은 방해 요인입니다. 운송기사들이 업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 차량을 충전할 수 있어야 하는데, 아파트 단지를 제외하면 마땅한 충전소가 없습니다. 또 영업용 차량의 경우 저렴한 완속충전기를 써야 하는데, 그러면 충전 시간을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새벽에 귀가하는데 충전까지 해야 하니까요.”
- 자원순환 물류서비스는 어떻게 준비되고 있나요.
“우선 LCA 측면에서 도움이 되는 친환경 포장 서비스를 만들고 있습니다. 재생용지를 사용한 택배 박스, 재활용 포장 랩을 사용하고 잉크 사용을 최소화해 클로즈드 루프를 구축하는 것이죠. 이와 관련한 기술을 갖춘 SK에코플랜트, LG화학, 태림포장과 자원순환 체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습니다. 물류 라우팅(경로) 설정이 끝났고, 2024년부터 우리 물류시스템에 시범 적용할 예정입니다. 나아가 자원순환 물류를 원하는 고객사에 클로즈드 루프를 구축해주는 서비스를 일괄적으로 제공할 것입니다. 고객사 입장에서는 폐기물 재활용 비율 등을 관리할 수 있어 문의가 많습니다. 종이, 플라스틱, 알루미늄처럼 순환경제 영역에서 중요한 원료를 재사용하고 재활용하는 산업에 속한 기업과 함께 자원순환을 활성화하겠습니다.”
- 자원순환 체계를 구축하는 또 다른 영역이 있나요.
“CJ대한통운은 배터리 제조사를 대상으로 설비, 소재 및 부품, 완제품, 회수에 이르는 배터리 공급망 전 과정으로 물류사업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일반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휴대폰 수거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개인이 귀찮아서 버리지 않은 휴대폰이나 보조배터리가 토양으로 가면 심각한 중금속 오염을 일으킵니다. 그래서 폐휴대폰을 수거하는 거죠. 개인이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하면 안전 파우치를 가정으로 배송합니다. 여기에 폐휴대폰을 넣어 최종 수거 신청을 하면 이를 수거해 수도권 처리센터로 배송해 파쇄하고 원재료를 재활용 처리합니다. 동시에 재활용할 수 있는 휴대폰은 개인정보를 완전히 폐기해 재활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입니다.”
- 친환경 포장 기술의 발전 수준이 궁금합니다.
“업계에서는 친환경과 관련해 가장 많은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사용하는 종이 송장도 그대로 재활용할 수 있고, 친환경 완충재와 원터치 박스를 포함해 모두 그대로 재활용할 수 있죠. 완벽하게 친환경 패키징이 되는 겁니다. 현재 맞춤형 박스 높이 제어 시스템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상품을 토대로 박스 높이를 조절하는 자동화 설비입니다. 상품 체적별 맞춤형 포장으로 박스 내 빈 공간을 10% 축소해 완충재 등 포장 부자재 사용을 줄이고, 운송 차량의 적재량을 높여 운송 차량 대수를 줄이는 등 탄소배출 절감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과대 포장을 방지하는 친환경 패키징 기술도 개발했습니다. 제품 크기에 맞게 재단하고 친환경 완충재가 자동으로 들어갑니다. 다만 기존 대비 단가가 비싸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고객이 어느 정도 비용을 부담해야 상용화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정부에서 친환경 패키징을 사용하는 기업에 도움을 주거나 탄소배출권 거래제 참여 기업에 배출량을 일부 줄여줄 수 있는 혜택을 제공하면 친환경 패키징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 ESG 공시 규제와 관련해 어떤 입장인가요.
“공시를 준비하는 입장에서 볼 때 공시 의무화가 늦어지면 고객이나 소비자를 설득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공급망에 대한 실사, 탄소 측정 시스템, 100여 개 해외 법인에 대한 ESG 데이터 수집을 위해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이해관계자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규제가 강화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겠죠. 물론 현재 경기 상황 등을 고려하면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ISSB가 지속가능성공시기준을 공표한 만큼 이에 대비하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내실화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 2024년 ESG와 관련해 중요한 화두로 생각하는 건 어떤 것들이 있나요.
“결국 연결 기준 공시를 위한 데이터 수집이 우리의 최대 관심사입니다. 이를 위한 시스템을 어떻게 구축할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전략 지역인 미국·인도·베트남·말레이시아를 중심으로 파일럿 테스트를 실시하고, 수집할 수 있는 데이터와 불가능한 데이터를 구분하고자 합니다. 정부에서 공시해야 하는 지표를 빠르게 확정하면 도움이 되리라 봅니다. 지표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EU 공급망 실사가 국내 기업에 미치는 영향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요청하는 데이터의 수준이 증가할지 여부에 대해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
- ESG 업무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재무와 인사 업무를 담당해왔지만, ESG는 나와 회사 그리고 사회의 이익이 정렬되어 같이 갈 수 있는 업무라는 생각이 들어 사명감이 생깁니다. 이해관계자와의 업무 방식도 바뀌고 있습니다. 자투리 플라스틱을 모아 업사이클링을 하던 활동은 이제 과거 개념이 되었죠. 우리의 업과 연관이 있고, 가치사슬에 얹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나갈 수 있는 시대가 왔다고 봅니다.”
대담 장승규 한경ESG 편집장
정리 이승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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