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띠 전쟁’ 이긴 닉 테일러 WM피닉스오픈 우승 “작년 준우승 이후 2승, 놀랍다”
정규라운드에서 한 번, 연장전에서 두 번. 1988년생 용띠 닉 테일러(캐나다)가 18번홀(파4)에서 3연속 버디를 낚는 드라마를 펼치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WM 피닉스오픈(총상금 880만 달러)에서 우승했다.
세계랭킹 55위 테일러는 12일 미국 애리조나주 스콧 데일의 TPC 스콧 데일(파71·7261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6개를 잡고 6언더파 65타로 합계 21언더파 263타를 기록, 찰리 호프먼(미국)과 공동 1위로 마친 뒤 2차 연장에서 승리했다.
대회 기간 내내 비와 안개 등으로 일정이 지연돼 이날 3라운드 잔여경기와 최종라운드, 연장전을 포함해 32개홀을 치른 테일러는 막판에 무서운 상승세로 극적인 역전승을 이뤘다. 14번홀을 마치고 중간합계 18언더파로 선두 호프먼에 3타차로 끌려가던 테일러는 15번홀(파5) 버디 이후 ‘콜로세움’으로 불리는 16번홀(파3)에서 티샷을 홀 1.5m 가까이 붙여 버디를 추가하며 1타차 2위로 올라섰다. 원 온 트라이가 가능한 짧은 파4홀인 17번홀에서 버디를 잡는데 실패한 테일러는 마지막 희망인 18번홀에서 러프에서 친 세컨샷을 홀 2.5m 가까이 떨군 뒤 버디를 잡고 연장전 승부로 끌고갔다.
12살 위 띠동갑 호프먼과 18번홀에서 이어간 1차 연장에서 나란히 약 2m 버디 퍼트를 넣고 비긴 테일러는 2차 연장에서 상대 버디 퍼트가 빗나간 뒤 약 3m 짜리 버디 퍼트를 넣고 포효했다.
2014년 샌더슨 팜스 챔피언십, 2020년 AT&T 페블비치 프로암 우승 이후 지난해 RBC 캐나디언 오픈(6월)에서 69년 만에 캐나다 선수로서 내셔널 타이틀을 거머쥐는 역사를 쓴 테일러는 8개월 만에 PGA 투어 통산 4승째를 수확하는 기쁨을 누렸다.
우승상금 154만 8000달러(약 20억 6000만원)를 챙긴 테일러는 “16번홀에서 버디를 잡으면서 우승 가능성이 있다고 여겼다”며 “지난해 이 대회에서 스코티 셰플러에 밀려 2위를 했는데 이후 PGA 투어에서 2승을 더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기뻐했다.
호프먼은 2016년 발레로 텍사스 오픈 이후 PGA 투어에서 8년 만에 통산 5승을 거둘 기회를 잡았으나 아쉽게 역전패 했다. 비록 준우승했지만 연장전 패배 직후 테일러와 팬들을 향해 박수를 보내며 당당한 모습으로 퇴장한 호프먼은 “테일러에게 경의를 표한다”며 “나는 경쟁을 사랑한다. 이번 결과가 내 승리욕에 불을 붙였다”고 말했다. 호프먼은 우승하지 못했지만 다음주 곧바로 이어지는 시즌 3번째 시그니처 대회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에 참가할 수 있는 자격을 획득했다.
대회 3연패에 도전했던 세계 1위 스코티 셰플러는 샘 번스(이상 미국)와 공동 3위(18언더파 266타)를 차지했다. 한국선수 중에는 김시우가 공동 12위(12언더파)로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고 김주형이 공동 17위(10언더파 274타), 김성현이 공동 28위(8언더파 276타)에 올랐다. 이들 3명은 올시즌 개인 최고성적을 올렸다.
안병훈과 임성재는 공동 66위(1언더파 283타)로 마쳤다.
김경호 선임기자 jero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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