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역사저널 그날’ 갑작스런 폐지는 총선 때문?

강주일 기자 2024. 2. 12. 14:5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KBS1 ‘역사저널 그날’



‘역사저널 그날’도 KBS의 흉흉한 칼바람을 피하지 못했다.

지난 11일 KBS1 ‘역사저널 그날’ 455회 방송 말미 숙연한 분위기 속에 종방 소식이 전해졌다. 이날 방송을 끝으로 ‘역사저널 그날’이 잠시 휴식기를 갖고 새 단장해 돌아오겠다는 내용이었다.

제작진은 “‘역사저널 그날’이 지난 2013년 10월 26일 첫 방송을 시작해 PD 55명, 작가 56명, 패널 75명이 거쳐갔다”고 되돌아봤다. 역사 강사 최태성은 “이렇게 분장을 받은지 10년이 흘렀다. 새로운 버전의 ‘역사저널 그날’을 기대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패널로 출연했던 배우 이시원은 “역사를 뜨겁게 사랑할 기회를 주셔서 행복했다”고 했고, 허준은 “사명감 같은게 생겼다”고 말했다. 연구진이었던 이익주 교수는 “여러 역사 프로그램 가운데 역사 왜곡을 가장 안 하려고 노력하는, 역사 왜곡을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진 프로그램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연구자로 애정을 갖고 함께 해 왔다. 끝이 있으면 시작이 있기 마련이다. 잠시 쉬고 더 좋은 모습으로 다시 시작되길 바라겠다”고 말했다.

MC인 최원정 아나운서는 “언젠가 오겠지 했는데 끝인사를 하는 날이 오늘”이라며 남다른 소회를 털어놨다. 최 아나운서는 “2013년부터 10여 년 마주한 455번의 메시지, 그리고 역사의 무게”라고 말을 이어가다 울컥하는 모습을 보였고, 결국 눈물을 보였다. 그는 “그 무게, 잊지 않고 가슴에 새기면서 조만간 더욱 성숙한 모습으로 다시 여러분 앞에 서겠다”고 다짐했다.

‘역사저널 그날’은 우리 역사의 커다란 물줄기가 바뀐 결정적인 하루 ‘그날’ 을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프로그램이다. 10년간 KBS 간판 교양 프로그램으로 사랑 받아왔다. 지난 방송까지만 하더라도 종방에 대한 예고가 없었기에 갑작스러운 종방에 시청자들은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KBS1 ‘역사저널 그날’ 속 한 장면



‘역사저널 그날’은 시즌제로 편성되는 방송이다. 지난 2016년 종방했다 이듬해 6월 새 시즌을 시작한 바 있고, 이후에도 한 차례 시즌 종방 후 2018년 9월 시즌3를 이어왔다. 그러나 당시엔 홈페이지에 시즌 종영에 대한 안내를 했으나 이번엔 그 같은 내용이 없다.

지난해 11월 KBS 박민 사장은 취임 첫날 교양 프로그램 시청률 1위였던 ‘더 라이브’를 갑작스레 편성에서 빼고, ‘9시 뉴스’ 등 주요 뉴스 앵커도 시청자에게 작별 인사도 하지 못한 채 자리에서 물러났다.

짧은 시간 KBS가 보인 행보는 방송사 구성원인 제작진을 무시하고 편성 규약을 어기며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무너뜨린 처사다. KBS에서 이 같은 일이 이어질 수록 ‘낙하산’ 수식어를 붙인 박민 사장이 공영방송을 점령하고 좌지우지 하려 한다는 비난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 지난달 KBS2 예능 ‘홍김동전’ ‘옥탑방의 문제아들’이 시청률을 이유로 연달아 갑작스레 폐지된 만큼 ‘역사저널 그날’ 역시 이와 같은 맥락으로 박민 신임 사장의 흉흉한 인사 콘텐츠 칼바람을 피하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4월 총선을 앞두고 일어난 ‘역사저널 그날’의 갑작스런 종방에 갑론을박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KBS 반 민주노총 KBS 노동조합 측은 “‘역사저널 그날’ 작가와 진행자 변경을 두고 일부 피디가 제작 자율성을 내세워 상부의 인사 조처에 반발했다”면서 “리뉴얼을 위해 3개월간 제작이 중단된다”고 밝혔다.

2020년 4월 15일 21대 총선을 앞두고 ‘역사저널 그날’이 민감한 근현대사 아이템을 다루면서 편향된 관점을 보였다는 게 노조의 판단이다.

노조는 “수신료 분리 징수라는 최악 상황의 근본 원인은 ‘불법파업과 편파방송’이었다”면서 “제작 거부와 불법파업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시스템과 관행을 정비하는 것이 근본적인 위기 극복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강주일 기자 joo1020@kyunghyang.com

Copyright © 스포츠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