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자스시티, 연장 혈투 끝에 샌프란시스코 꺾고 제58회 슈퍼볼 우승···마홈스와 함께 왕조 열었다
200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20년에 걸쳐 미국프로풋볼(NFL)을 지배한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는 메이저리그(MLB)의 뉴욕 양키스, 미국프로농구(NBA)의 LA 레이커스, 보스턴 셀틱스와 함께 역대 최강의 스포츠 ‘왕조’를 이룩한 팀으로 꼽힌다. 로버트 크래프트 구단주와 빌 벨리칙 감독, 그리고 역대 최고의 선수 톰 브래디가 ‘삼위일체’를 이룬 뉴잉글랜드는 슈퍼볼 정상에만 6번 오르며 최고의 명문 구단으로 거듭났다.
영원할 것 같았던 뉴잉글랜드 왕조는 2020년 브래디가 탬파베이 버커니어스로 이적하면서 끝이 났다. 브래디의 이적 후 급격한 하락세를 탄 뉴잉글랜드는 지난 1월 벨리칙 감독마저 물러나면서 왕조의 완전한 종식을 알렸다.
뉴잉글랜드가 몰락한 후, 그 자리는 캔자스시티 치프스가 이어받았다. 그리고 브래디의 은퇴로 현역 최고 쿼터백으로 올라선 패트릭 마홈스는 자신의 시대를 활짝 열었다.
12일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얼리전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제58회 슈퍼볼은 캔자스시티와 마홈스의 시대를 다시 한 번 각인시킨 무대가 됐다.
이날 캔자스시티는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와 연장전까지 가는 치열한 혈투를 펼친 끝에 25-22 역전승을 거두고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슈퍼볼 정상에 올랐다. 슈퍼볼 2연패는 이번이 8번째이자, 2004~2005년 뉴잉글랜드 이후 19년 만이다.
최근 5년간 4번 슈퍼볼에 올라 그 중 3번을 우승한 캔자스시티는 명실상부한 왕조를 건설했다. 또 2020년 54회 슈퍼볼에서 샌프란시스코를 꺾고 우승한 데 이어 4년 만에 또 한 번 샌프란시스코를 누르고 우승하며 악몽을 선사했다.
강력한 수비를 앞세운 샌프란시스코가 2쿼터까지 10-3으로 앞서갈 때만 하더라도 샌프란시스코가 1995년 이후 29년 만에 슈퍼볼 정상에 오르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후반 들어 마홈스가 살아나기 시작하면서 양상이 바뀌었다. 마홈스는 6-10으로 끌려가던 3쿼터 종료 2분28초를 남기고 와이드리시버 마르케스 발데스-스캔틀링에게 절묘한 패스를 연결하며 경기 첫 터치다운을 성공시킴과 동시에 경기를 순식간에 뒤집었다. 이후 엎치락뒤치락한 끝에 19-19로 정규 시간에 승패를 가리지 못한 두 팀은 연장전에 돌입했다. 슈퍼볼 연장전은 15분의 제한 시간 동안 한 번씩 공격을 주고받아 더 많은 점수를 낸 팀이 우승한다.
먼저 공격에 나선 샌프란시스코는 필드골로 3점을 얻어 22-19 리드를 잡은 뒤 다시 한 번 강력한 수비로 캔자스시티를 위기로 몰고 갔다. 하지만 위기 때마다 마홈스가 직접 공을 들고 뛰는 작전으로 상대 수비를 무너 뜨렸고, 결국 경기 종료를 앞두고 오른쪽을 파고 드는 와이드리시버 미콜 하드먼에게 터치다운 패스를 연결, 경기를 마무리했다.
위기의 순간 때마다 결정적인 역할로 팀을 우승으로 이끈 마홈스는 이날 패스로 333야드, 발로 66야드를 달렸고 두 번의 터치다운 패스를 기록하는 활약으로 슈퍼볼 MVP에 등극했다. 마홈스는 앞서 두 번의 슈퍼볼 우승 때도 모두 MVP에 뽑혀 브래디(슈퍼볼 MVP 5회)와 간극을 좁히며 전설로 가는 길을 닦았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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