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제동 걸리는 전기차 지원책…테슬라 울고 토요타 웃는다
英 이어 EU '내연기관 신차판매 금지법' 좌초 위기
美 '트럼프 2기' 바이든 친환경 정책 폐기 예고
전기차 둔화 전망에 하이브리드 대체재 부각
"미·EU 선거 결과 주목해야"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정책을 거부한다. 가능한 빨리 이 정책을 수정하겠다.”
유럽의회 내 최대 정치 세력인 유럽 국민당(EPP)은 오는 6월 선거를 앞두고 이 같은 공약을 내걸었다. 오는 2035년부터 내연기관 신차 판매를 금지하는 유럽연합(EU)의 법안에 반기를 든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급성장세를 보이던 전기차 시장에 급브레이크가 걸렸다. 북미와 유럽 등 주요 시장의 수요가 둔화한 데다, EU의 전기차 지원 정책이 흔들릴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반면 하이브리드 차량은 쾌속 질주하고 있다. 하이브리드 차량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르면서 관련 기업의 몸값이 치솟고 있다.
반면 일본 토요타는 주가가 고공행진하고 있다. 연초에 견줘 11% 올랐다. 특히 지난 6일에는 주가가 3000엔대를 찍으며 시가총액이 50조원을 돌파했다.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토요타 시총이 1996년 6월 이후 10조엔을 돌파했고, 28년 만에 5배로 불어났다고 보도했다. 그룹 계열사들이 품질인증 과정에서 데이터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지만, 투자심리를 꺾지는 못한 것으로 해석된다.
양사의 희비가 엇갈린 건 유럽과 미국에서 전기차 시장의 정책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은 지난해 9월 휘발유·경유차 신차 판매 금지 기한을 2030년에서 2035년으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영국은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법적으로 명시한 첫 국가라는 점에서 정책 변화로 인한 논란이 컸다.
문제는 EU도 최근 전기차 지원 정책이 좌초 위기를 맞았다는 점이다. 지난 1월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의 보도에 따르면 EPP는 오는 6월 선거를 앞두고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정책을 철회하겠다고 공약했다.
EPP는 “전기차로 전환을 강요하는 대신 배출권 거래, 재생 에너지 확대, 순환 경제를 통해 기후를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는 탄소감축 목표와 맞물려 있는 만큼 입법화된 정책을 폐지하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다만 정책 시행 시점을 연기할 가능성은 있어 전기차 시장에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여기에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 정책에 반대 입장을 보이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까지 고개를 들고 있어 전기차 시장 전반의 불확실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급격하게 정비해 화석연료 생산 극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 시장 둔화가 예상되자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사업을 축소하고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를 늘리는 방향으로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하이브리드 차량은 내연기관과 전기 시스템의 결합으로 높은 연비와 출력을 겸비해 전기차의 대체재로 떠오르면서다. 토요타는 수개월 내 렉서스 등 9조의 하이브리드 차종을 선보일 계획이다. 미국 포드는 픽업트럭 F-150의 전기차 버전인 라이트닝 모델 생산을 줄이고, 하이브리드 모델 생산을 20% 늘릴 예정이다. 볼보는 자회사 폴스타에 대한 자금 투입을 중단하고 자사 최대 주주인 중국 지리차에 보유지분 상당 부분을 넘기기로 했다. 볼보는 현재 폴스타 지분 48%를 보유하고 있다. 전기차에 ‘올인’했던 제너럴모터스(GM) 역시 하이브리드 차종을 북미 시장에 재출시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한국 사업장에서 생산하는 방안을 저울질 중이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 “전기차 업체들이 가격인하를 하면서도 적정 마진을 유지하고 수요를 확보하는 등 중저가 모델의 출시를 대폭 확대하고 밸류체인의 내재화를 확대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전기차 관련주들은 미국과 함께 유럽의 선거 결과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지윤 (galile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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