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없는 설 명절 [유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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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설은 '사과'가 없는 명절이었다.
설 대목을 앞두고 사과 가격이 폭등한 탓이다.
정작 올해 설 명절에 국민이 느낀 분노와 절망은 응당 받아야 할 '사과'를 받지 못한 탓이 더 크다.
고물가 속 차례상에 올릴 '사과'만 없었던 것이 아니라 성난 민심을 달랠 대통령의 '사과'도 없어 천불이 나는 설 명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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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설은 ‘사과’가 없는 명절이었다.
설 대목을 앞두고 사과 가격이 폭등한 탓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를 보면, 연휴 직전인 8일 기준 사과의 도매가격은 10㎏에 8만4660원으로 1년 전보다 97.0%가 올랐다. 평년과 비교해도 89.5% 비싼 수준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봄엔 냉해와 우박이, 여름엔 장마와 태풍이 겹치면서 사과 생산량은 최근 10년 새 가장 적었다. 명절을 앞둔 서민들 사이엔 “물가가 폭등해 차례상에 사과 몇 알 올리는 것도 부담스러운 지경”이라는 한탄이 나왔다.
사실 설 차례상에 사과를 올리지 못했다고 께름칙할 필요는 없다. ‘어동육서’ ‘홍동백서’ ‘좌포우혜’와 함께 차례상 예법으로 널리 알려진 ‘조율이시’는 대추·밤·배·감을 말한다. 사과는 없다. 심지어 이런 상차림 법은 차례 문화 지침서라는 ‘주자가례’에도 나오지 않는다. 주자가례엔 단지 ‘설날이면 새로운 해가 밝았음을 조상에게 알리기 위해 간단한 제수를 차려 예를 갖추는 차례를 지낸다’고만 설명돼 있다.
사과는 한국 고유의 과일도 아니다. 사과가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온 것은 1884년(고종 21년)이다. 외국 선교사가 관상용으로 재배하기 시작했고, 1901년 윤병수가 미국 선교사를 통해 다량의 사과 묘목을 들여와 과수원을 조성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사과와 비슷한 능금이라는 과일이 있었지만, 둘은 엄연히 다른 종이다. 결국 설 차례상에 사과 대신 파인애플이나 샤인머스캣을 올렸다 한들 문제가 없는 셈이다.
정작 올해 설 명절에 국민이 느낀 분노와 절망은 응당 받아야 할 ‘사과’를 받지 못한 탓이 더 크다. 지난 7일 저녁 한국방송(KBS)은 100분짜리 대통령 신년 대담을 방송했다. 생방송 기자회견 대신 녹화 방송을 택한 것에서 보듯 이 대담은 형식상으로도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내용이었다. 특히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사건에 대한 대통령의 책임 있는 ‘사과’를 기대했던 국민들은, “정치공작”을 운운하며 “매정하게 못 끊은 게 문제라면 문제”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몰염치한 태도에 할 말을 잃었다.
고물가 속 차례상에 올릴 ‘사과’만 없었던 것이 아니라 성난 민심을 달랠 대통령의 ‘사과’도 없어 천불이 나는 설 명절이었다.
산업팀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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