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10명 중 1명 '계약 갑질'…"입사 전후 근로 조건 달라"
#1. “면접 후 학위 및 경력상 연봉이 얼마까지 가능하다고 팀장으로부터 연락을 받았습니다. 심사숙고한 끝에 기존 직장을 퇴직하고 근무지로 내려왔습니다. 그러나 사측은 입사 이후에도 근로계약서 쓰기를 차일피일 미뤘고, 재촉해도 좀 더 기다려보라고만 했습니다. 이후 급여일이 돼서야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게 됐는데 연봉이 처음 구두 계약한 것과 크게 달랐습니다. 제가 이전의 얘기와 다르다며 항의했으나 억울하면 본인을 고소하라는 황당한 답변만 이어졌습니다.” (2023년 10월 A씨)
#2. “수습기간 3개월 동안은 프리랜서로 근무하게 됐습니다. 아직까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아서 재차 여러 번 요청드렸는데 아직도 미작성 상태입니다. 급여는 매월 말일자로 정산받기로 했고요. 수습기간이라고 프리랜서(용역계약)을 맺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 아닌가요. 인력회사가 아닌, 무역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라 저만 프리랜서 계약을 맺는 것은 아닌 듯 싶어서요. 프리랜서처럼 일하지 않고, 다른 직원분들과 마찬가지로 오전 9시~오후 6시 근무하고 있고, 업무도 동일합니다.” (2023년 12월 B씨)
직장인 10명 중 1명은 입사 전 조건과 실제 근로 조건이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에서 이러한 사례가 더 빈번했다.
직장갑질119는 지난해 12월4일부터 11일까지 여론조사업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천명을 대상으로 '입사 및 계약 경험'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12일 발표된 조사 결과, ‘입사 전 제안 조건과 실제 근로 조건이 동일하지 않았다’는 응답은 전체의 17.4%(174명)로 집계됐다.
구체적으로 비정규직이 22.8%(400명 중 91명), 정규직이 13.8%(600명 중 82명)였다.
또 입사 면접 과정에서 불쾌하거나 차별적인 질문 등 부적절한 경험을 했다고 답한 이들은 11.2%에 달했다.
아울러 직장인 10명 중 1명(10.1%)은 입사 이후 근로계약서가 아닌 프리랜서·도급·위탁·업무위(수)탁 계약서를 요구받았다고 답하기도 했다.
비정규직(20.8%)의 경우 정규직(3%)보다 7배가량 더 많았다.
‘비근로 계약서 서명 요구’를 받은 응답자(101명) 중 86.1%(86명)는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하고 결국 ‘서명 및 입사’를 선택했다고 조사됐다. 서명을 거부하고 입사하지 않았다는 응답은 13.8%(13명)에 그쳤다.
이 외에도 입사가 결정된 이후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 16.8% ▲‘작성은 했지만 교부 받지 않았다’ 11% 등 답변도 나왔다. 이와 별개로 입사 이후 임금 명세서를 받지 못했다는 응답도 23.8%에 달했다.
직장갑질119 관계자는 "채용사기와 계약갑질 상황에서 직장인들을 보호할 법이 없는 건 아니지만 3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에게는 적용되지 않아 한계가 명확하다"며 "작은 사업장과 간접고용, 특수고용 노동자들에도 노동관계법을 전면 적용하고 정부의 감독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여론조사는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3.1%포인트다.
이연우 기자 27yw@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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