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연휴 이후 부동산 시장, ‘반등’ 말하기엔 이르다

윤지원 기자 2024. 2. 12.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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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 전달 대비 소폭 늘어난 2000건대
이달 중 스트레스DSR 도입 등 대출 여건 악화
신생아 특례대출, 얼마나 거래 늘릴지 미지수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내려다본 아파트 단지. /강윤중 기자

정부가 올초 재건축 규제 완화 등 각종 부양카드를 쏟아냈지만 서울 거래는 지난달 2000건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광역급행철도(GTX) 등 교통호재 지역만 국지적 거래 상승 효과가 있을뿐 대부분의 지역에선 수요자들의 시장 관망세가 이어지면서 매매가는 떨어지고 전세가만 오르고 있다.

12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집계된 1월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1846건이다. 신고 기한이 20여일 남은 점을 감안하면 1월 거래는 최종적으로 2000여건에 달해 지난해 12월(1826건)보다 소폭 오를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에선 GTX 교통 호재가 있는 지역의 거래가 눈에 띄게 늘었다. 인천과 경기 지역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 기준 1월 거래가 전달보다 각각 21%, 13.1% 증가했다. 인천시는 GTX-D노선 건설 계획으로 저가 매물이 많이 팔렸고, 경기도는 GTX-A가 지나는 고양시 덕양구, GTX-C 인근인 화성 및 오산시 등에서 거래가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이러한 추세가 시장의 회복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보긴 어렵다. 정부가 지난 1월 재건축 기준 완화, 비아파트 구입 시 주택 수 제외, GTX 연장노선 발표, 신생아 특례대출 도입 등 각종 정책을 쏟아낸 것을 감안하면 효과가 미진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서울을 보면, 거래량이 2000건대를 회복했지만 이는 지난해 거래둔화가 본격화하기 직전인 8월 거래량(3899건)에는 여전히 크게 못 미친다. 아파트 가격도 냉각된 시장 분위기를 나타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월 마지막주 서울 아파트값은 9주 연속 하락인 -0.05%로 전주(-0.03%)보다 하락폭이 더 커졌다. 전국 아파트값은 10주 연속 하락한 -0.06%에 그쳤다.

지난달 29일부터 접수를 받기 시작한 신생아 특례 대출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최저 1%대 금리로 주택 구입 자금과 전세자금을 빌려주는 이 상품은 출시 초기(지난달 29일부터 이달 4일) 신규 주택 구입 용도는 전체 신청액의 20%에 그쳤고 대부분은 대환 용도였다. 향후 주택구입용 신청이 늘어나더라도, 이번 특례대출 대상이 지난해 특례보금자리론과 같은 효과를 내진 못할 수 있다. 일단 대출 대상이 아이를 낳은 가구로 한정된 데다가 지난해 특례보금자리론과 달리 대출자 연소득(1억3000만원 이하)과 순자산(4억6900만원 이하) 요건까지 갖춰야 한다.

고금리가 장기화하고 있고, 금융당국이 대출을 더 조이고 있다는 점도 향후 거래를 둔화시킬 요인이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3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일축하면서 한국은행의 조기 금리인하 가능성은 더 요원해졌다. 여기에 미래 금리 변동 위험을 반영하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도 오는 26일 시행된다. 일반적인 주택 수요자들은 매입 자금을 동원하기가 더 까다로워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정부는 유주택자의 전세대출에 대해 DSR 규제를 적용하기로 했는데, 부동산 활황기 투자자들의 주요 자금 출처였던 갭투자도 일부 제한될 수 있다.

집값 하방 요인에 매매 수요가 전세로 전환되면서 전세가는 한동안 오를 가능성이 있다. 이미 아파트 매매가 대비 전세가를 나타내는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은 지난해 12월 평균 66.8%를 기록해 10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상태다. 국건설산업연구원과 주택산업연구원은 올해 전셋값이 2% 오른다고 전망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설 이후 반짝 거래량 증가는 가능할 수 있으나 본격 회복세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라며 “지난 7년 동안 집값이 2배 이상 올랐는데 지난 2년 살짝 조정되고 다시 상승장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고 말했다.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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