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결” 대기업 잇단 ‘자사주 소각’ 주목 [비즈360]
HD현대건설기계·HD현대인프라코어도 소각
삼성물산·OCI홀딩스 등도…공격적 주주환원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결 앞두고 선제적 대응
[헤럴드경제=정윤희 기자] 이른바 ‘중후장대(重厚長大)’로 분류되는 에너지·기계·화학 등 관련 기업들이 잇달아 적극적인 주주환원정책을 발표하고 나섰다. 정부가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결을 위해 이달 말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을 추진하는 가운데 기업들 역시 발 빠르게 배당을 늘리고 자사주를 소각하는 등 선제적 대응에 나선 분위기다.
9일 업계 및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과 HD현대건설기계, HD현대인프라코어, 삼성물산, OCI홀딩스 등이 최근 지난해 실적발표 시즌에 맞춰 대규모 자사주 소각을 발표했다.
자사주 소각은 상장사가 보유한 자사주를 소각함으로써 실제 시장에 유통되는 발행 주식수를 줄여 주당순이익(EPS)을 높이는 효과를 낸다. 때문에 자사주 소각은 EPS가 변하지 않는 자사주 매입보다 한층 더 강력한 주주환원정책으로 평가받는다.
구체적으로 SK이노베이션은 지난 6일 이사회를 열고 배당가능이익 범위 내 자사주를 전량 소각하기로 결정했다. 총 491만9974주로 장부가 기준 7936억원에 달한다. 이는 2011년 출범 이래 첫 자사주소각으로, 배당과 자사주 소각을 포함한 주주환원율은 319%다. 기존 발표한 배당성향 30%를 웃도는 주주환원정책이다.
김진원 SK이노베이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최근 정부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완화 정책에 부응하고 주주와 대화 등을 통해 주주 여러분께 약속한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적극 이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HD현대의 건설기계 부문 계열사인 HD현대건설기계 역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발표했다. 지난 2017년 현대중공업에서 분사한 후 첫 자사주 소각이다.
HD현대건설기계는 기존 보유 중인 자사주 약 85만주와 약 303억원 규모의 자사주 59만주를 추가 매입해 전량 소각키로 했다. 이는 총 144만6000여주로, 발행주식 총수의 약 7.3%다. 회사는 자사주 소각에 따라 지난해 배당성향보다 10% 높은 약 40%의 배당성향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했다. 지난해 현금배당은 보통주 1주당 700원으로, 총 배당액 규모는 약 127억원이다.
HD현대인프라코어도 지난 2일 이사회를 통해 지난해 현금배당을 보통주 1주당 110원, 총 배당액 220억원으로 결정했다. 또, 560억원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도 결의했다. 현금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를 포함하면 총 780억원으로 지난해 배당액 479억원 대비 63% 늘었다.
삼성물산은 이미 지난달 현재 보유한 자사주의 1/3에 달하는 보통주 780만8000주와 우선주 16만주 전량을 소각하겠다고 밝혔다. 현 주주환원정책 기간 내 자기주식 전량을 소각함으로써 시장 불확실성을 해소하겠다는 계획이다. 삼성물산은 “이번 소각 규모는 시가 기준으로 1조원 이상”이라고 강조했다.
또, 관계사 배당수익의 60~70% 수준을 지급하기로 한 일관된 배당정책 내에서 최대 지급률을 적용한 보통주 주당 2550원, 우선주 주당 2600원을 배당키로 했다.
OCI홀딩스 역시 지난해 현금배당을 주당 3300원으로 확정하고, 기존 보유한 자사주 24만8732주를 전략 소각하기로 했다. 이는 전체 주식의 1.26%다. 또, 오는 2026년까지 추가적으로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는 등 실질적인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한다는 계획이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저 주가순자산비율(PBR) 주식의 문제를 제기한 정부 정책(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장기적으로 한국 증시의 체질을 개선할 수 있는 적합한 방향성을 제시한 것”이라며 “정부가 기대하는 방향은 자사주 소각과 지배구조 개선, 주주환원 극대화 등으로 보이며 대기업 계열사는 정부의 정책에 호응해 주주환원을 확대하려는 성의를 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yun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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