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 당구 최다승' 스롱의 일침 "쓰레기 파리보다 꽃밭의 벌을 생각하겠다"
'캄보디아 특급' 스롱 피아비(블루원리조트)가 프로당구(PBA) 여자부 최다 우승자로 우뚝 섰다. 경기 외적인 사건에 심했던 마음고생을 극복해내고 이뤄낸 결실이라 더 값졌다.
스롱은 11일 오후 경기도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024시즌 8차 투어 '웰컴저축은행 웰뱅 PBA 챔피언십' 여자부 결승에서 임정숙(크라운해태)을 눌렀다. 1, 2세트를 내주고도 내리 3~6세트를 따내며 4 대 2(9:11, 3:11, 11:8, 11:10, 11:4, 11:6) 역전 우승을 일궈냈다.
통산 7번째 우승이다. 스롱은 '당구 여제' 김가영(하나카드)과 통산 다승 공동 1위에서 단독 1위로 올라섰다. 2019년 PBA가 출범한 뒤 2021년 2월 다소 늦게 PBA에 데뷔한 지 3년 만에 이뤄낸 결과다.
스롱은 지난해 7월 시즌 2차 투어인 실크로드&안산 챔피언십 이후 7개월 만에 우승컵을 차지했다. 상금 3000만 원을 더한 스롱은 시즌 상금 랭킹에서 종전 6위(2412만 원)에서 사카이 아야코(일본∙하나카드, 5462만원)에 이은 2위(5412만원)로 상승했다. 누적 상금 역시 2억5292만 원으로 1위 김가영(2억7015만 원)을 바짝 추격했다.
임정숙은 스롱, 김가영과 통산 다승 공동 1위를 노렸지만 아쉽게 무산됐다. 임정숙은 이 대회에서만 4승을 거둔 '웰뱅의 여왕'의 명성을 확인하려 했으나 스롱의 집념을 이기지 못했다.
특히 스롱은 2차 투어 당시 일어난 예상치 못한 사건의 후유증을 극복해냈다. 당시 여자부 정상에 올랐던 스롱은 남자부 우승을 차지한 프레드릭 쿠드롱(벨기에)과 시상식 기념 촬영을 하다 사소한 실랑이가 벌어졌다. 남녀 우승자들이 가까이 붙으라는 사진 기자들의 요청으로 스롱이 따르려 했지만 쿠드롱이 이를 거부하고 거리를 유지한 것.
스롱은 마음의 상처를 받아 시상식 뒤 사실상 자신의 매니저 역할을 하고 있는 팬에게 울면서 고충을 털어놨다. 이에 격분한 팬이 기자 회견장으로 난입해 취재진에게 쿠드롱에 대해 "인종 차별을 한다, 당구를 잘 친다고 그러면 안 된다"는 등의 비방을 했다. 우승자 인터뷰를 위해 회견장으로 들어왔던 쿠드롱은 이 상황에 다시 밖으로 향했고, 끝내 회견을 보이콧했다. 알고 보니 회견에 앞서 쿠드릉과 해당 팬은 몸싸움까지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사생 팬의 기자실 난입과 초유의 인터뷰 거부 사태에 PBA는 공식 사과했다. 또 해당 팬에 대해 PBA 경기장 영구 출입 금지 조치를 결정했고, 스롱과 쿠드롱에 대해서도 주의 조치를 내렸다.
후유증은 컸다. 스롱은 이후 4개 대회에서 1회전 탈락 2회, 32강 탈락 2회 등 부진에 빠졌다. 공교롭게도 쿠드롱은 PBA와 협상 과정에서 어떤 여자 선수와도 기념 촬영을 하지 않겠다는 등의 황당한 요구를 하며 계약이 결렬되기도 했다.
하지만 스롱은 지난해 11월 하이원리조트 챔피언십에서 8강에 오르며 부활 기미를 보였다. 비록 임혜원의 무명 돌풍에 막혔지만 7월 2차 투어 이후 5개 대회 만의 8강이었다. 그런 스롱은 드디어 올해 설 연휴에 PBA 여왕으로 등극했다.
스롱의 저력이 돋보인 경기였다. 이날 스롱은 '웰뱅의 여왕' 임정숙의 기세에 1, 2세트를 내줬다. 1세트를 19이닝 만에 11 대 9로 따낸 임정숙은 8이닝 4연속 득점으로 2세트마저 가져갔다. 그러나 스롱은 3세트 2이닝 뱅크 샷을 포함해 6점을 몰아치며 11 대 8로 반격에 성공했다. 4세트도 스롱은 8이닝째 3번의 뱅크 샷을 터뜨리며 폭풍 8점을 퍼부어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기세가 오른 스롱은 5세트 행운까지 따랐다. 12이닝에서 뱅크 샷이 행운의 득점으로 연결되며 10점 선착한 뒤 14이닝째 1점을 보탰다. 벼랑에 몰린 임정숙도 6세트 4이닝까지 5 대 0 리드를 잡았으나 스롱이 5이닝째 연속 7점으로 단숨에 경기를 뒤집은 뒤 6이닝과 9이닝 2점씩을 내며 우승을 확정했다.
경기 후 스롱 피아비는 "고생한 끝에 우승해서 너무 기쁘다"면서 "너무 힘든 일이 많아서 그런지 이제 눈물도 안 난다"는 농담 섞인 소감으로 운을 뗐다. 이어 2차 대회 이후 사건에 대해 "사실 당시 힘든 일이 있었는데, 그런 일까지 겹쳐 더 힘들었다. 무서웠다. 모르는 사람들도 저를 욕했다. 이상한 사람들 만나지 말라고 욕을 많이 했다. 너무 무서웠다. 악플을 많이 봤다. 사실 댓글이나 저에 관한 글을 잘 안보고, 뜻도 모르지만 가끔 본다. 많이 아팠다"고 마음고생을 털어놨다.
하지만 이겨냈다. 스롱은 "그래도 하나 나에게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하다고 생각했다."면서 "옛날에 저를 아무도 모를 땐 느끼지 못했지만 이제 어느 정도 유명해지고 보니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고국 지인들과 대화나 멘털 코칭으로 도움을 많이 받았다"면서 "예를 들어 파리는 쓰레기 냄새를, 벌은 아름답고 예쁜 꽃을 좋아한다"면서 "'파리' 같은 말을 듣지 않고, 벌' 같은 말만 보고 들으려 생각하고 있다"고 뼈 있는 말을 던졌다.
이제 웃음을 되찾고 앞으로 나갈 힘을 얻었다. 스롱은 "이번 우승 역시 지난 일이 됐는데 안주하지 않고 훈련만 하겠다"면서 "매일 훈련하고 새로운 것을 알다 보니까 하루를 보내는 것이 재미있고 좋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어 "남편이 데이트 신청을 하는데 매일 훈련하느라 거절했다"면서 "이제 바다에 회를 먹으러 가야겠다"고 환하게 웃었다.
CBS노컷뉴스 임종률 기자 airj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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