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장기화에도 다중채무자 ‘역대 최다’ 450만명
고금리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지난해 다중채무자(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은 차주)가 역대 최다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다중채무자 가계대출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해 3분기 말 국내 가계대출 다중채무자는 450만명으로 집계됐다. 이 수치는 한은이 자체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해 도출한 것이다.
450만명은 지난해 2분기보다 2만명 늘어난 것으로, 역대 최다다. 다중채무자가 전체 가계대출 차주(1983만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2.7%로, 이 역시 사상 최대다.
다만 다중채무자의 대출 잔액(568조1000억원)과 1인당 평균 대출액(1억2625만원)은 전 분기보다 각각 4조3000억원, 160만원 줄었다.
다중채무자의 연체율도 상승 중이다. 다중채무자의 평균 연체율은 지난해 3분기 말 1.5%로 추산되는데, 2019년 3분기(1.5%) 이후 4년 만에 가장 높다.
다중채무자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연간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은 평균 58.4%로 집계됐다. DSR이 70%를 넘은 다중채무자는 26.2%(118만명), 100%를 넘은 다중채무자도 14.2%(64만명)에 이르렀다. DSR이 70% 수준이면 최소생계비를 제외한 소득 대부분을 원리금 상환에 써야 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많은 다중채무자가 한계에 몰린 것으로 추정된다.
차주의 DSR이 높으면 이는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고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한은은 지난해 말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취약 부문의 대출 건전성이 저하되고 있다”며 “고DSR 차주가 늘어나면 이는 차주의 소비성향 하락으로 이어져 장기에 걸쳐 가계소비를 제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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