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어리석은 결정, 재앙은 시작됐다”...‘폭풍전야’ 의료계
의협, 의대 증원 발표에 15일부터 궐기대회 돌입
정부는 초강경 대응 방침 밝혀
“모든 수단 동원해 막을 것”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에 의사단체들이 설 연휴 뒤 집단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부는 강경한 대응으로 이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양측의 갈등이 더욱 증폭될 전망이다.
12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의사협회(의협) 대의원회 운영위원회는 지난 7일 임시대의원총회를 열었다. 이날 의협은 의대 증원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설치하기로 했다. 9일에는 의협의 투쟁을 이끌 비대위원장으로 김택우 강원도의사회장을 선출하기도 했다.
설 연휴가 끝난 뒤에는 본격적으로 집단행동에 들어간다. 우선 의협은 오는 15일 전국 곳곳에서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궐기대회를 개최한다. 17일에는 서울에서 전국 의사대표자회의를 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집단행동 시 의협보다 더 파급력이 큰 집단으로 꼽히는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전공의 1만여명의 88%가 집단행동에 참여하기로 했다는 설문 결과를 내놓는 등 집단행동에 나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의사들을 이길 수 없다”
의대 증원에 지속해서 반대 의견을 피력하던 노환규 전 의협 회장은 SNS에 “정부는 의사들을 이길 수 없다”며 2000년 의약분업 당시의 혼란이 재현될 수 있다는 글을 게재하기도 했다.
그는 “(정부가) 의사들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 것 자체가 어이없을 정도로 어리석은 발상이고, 문제는 그 재앙적 결과가 국민의 몫이라는 점”이라며 “재앙은 시작됐다”고 덧붙였다.
의사단체의 경고에도 정부의 입장은 강경하다.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복지부뿐 아니라 법무부, 경찰청 등 범부처가 함께 한다.
정부가 파업 참여 의사에 대해 의료행위에 필요한 면허를 박탈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의료법에 따르면 집단으로 진료를 거부하면 업무 개시를 명령할 수 있다. 여기에 따르지 않으면 1년 이하의 자격 정지뿐만 아니라 3년 이하의 징역형도 받을 수 있다.
아울러 개정된 의료법에서는 ‘금고 이상의 실형·선고유예·집행유예’를 선고받았을 때 의사 면허를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의사들이 몸담은 의료기관도 1년 범위에서 영업이 정지되거나 개설 취소, 폐쇄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
의료법 외에도 응급의료법, 공정거래법, 형법(업무방해죄) 등으로도 면허를 취소가 가능하다.
응급의료법은 의료기관장이 종사자에게 비상진료체계 유지를 위한 근무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를 위반해 환자에게 불이익을 끼친 경우 6개월 이내 면허·자격정지 혹은 취소를 할 수 있다.
공정거래법 역시 사업자단체가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거나, 각 사업자의 활동을 제한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데, 이를 어기면 사업자단체(의사단체)는 10억원 이내 과징금을 물게 되고, 단체장 등 개인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실제로 2000년 의약분업 추진으로 의협 차원의 집단휴진 사태가 벌어졌을 때 당시 의협 회장은 공정거래법과 의료법 위반으로 유죄 판결을 받아 면허가 취소된 사례도 있다.
지난 2020년 의대 증원 추진 당시에도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당시 전국적으로 상당수의 동네병원이 문을 닫을 것으로 예상되자 복지부는 지역 내 진료기관 휴진 비율이 30% 이상일 경우 ‘진료 개시 명령’을 발동하라고 각 지방자치단체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이후에는 휴진 상황에 따라 업무개시명령 기준을 15%까지 내려 지침을 강화했다.
이번 집단행동을 앞두고 아직은 이런 기준이 세워지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조규홍 복지부 장관이 2020년과 같은 ‘타협’은 없을 것이라며 “만약 불법 집단행동을 하면 관련 법에 따라 단호히 조치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업무개시명령 기준 휴진율이 낮아질 가능성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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