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러에 나토 공격 권유" 후폭풍…美·유럽서 비판 쏟아져
바이든 "나토, 美국민 보호에 중요…무모·끔찍한 발언"
EU 지도자들도 비판 잇따라…"美 의존 안돼" 목소리도
BBC "우크라 반격 실패후 위험한 시기에 위험한 발언"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방위비를 내지 않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에 대해선 러시아가 공격하도록 부추기겠다(encourage)고 밝힌 것과 관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 등 주요 서방 지도자들이 강력 비판하고 나섰다.
11일(현지시간) BBC방송,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이날 성명을 내고 “동맹이 서로 방어하지 않을 것이라는 암시하는 것은 미국을 포함해 우리 모두의 안보를 훼손하고 미국과 유럽의 군대를 더 큰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며 “나토를 향한 모든 공격에는 (회원국들이) 단합해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누가 대선에서 승리하든 미국이 강력하고 헌신적인 나토 동맹국으로 남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전날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열린 미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목표액인 국내총생산(GDP)의 2% 방위비를 분담하지 않은 나토 회원국들은 돕지 않겠다고 선언한 데 따른 대응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일화를 소개하며 “큰 국가의 대통령 중 한명이 ‘러시아가 나토를 침략하면 우리가 돈(방위비)을 내지 않더라도 미국이 우리나라를 방어할 것인가’라고 나에게 물었고, 난 ‘당신이 돈을 내지 않았다면 보호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러시아)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하도록 부추기겠다. 돈을 내야 한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은 나토 규정에 위배되는 것인 데다, 오랜 기간 이어져 온 미국과 유럽 간 집단 안보 체계를 뒤흔드는 것이어서 미국 내부적으로는 물론 유럽에서도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고 “세계 무대에서 미국의 리더십과 동맹국에 대한 지원은 미국 국민을 이곳 본토에서 안전하게 지키는 데 매우 중요하다”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은 “끔찍하고 위험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군 통수권자로서의 직무는 (대통령의) 궁극적인 책임이며 대통령직을 맡는 사람들은 이 책임을 무겁게 여겨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도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나토의 안보에 관한 무모한 발언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도움을 주는 것일 뿐이다. 세계에 더 많은 평화와 안전을 가져다주지는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어 “유럽연합(EU)이 시급히 전략적 자율성을 더 발전시키고 국방에 투자해야 한다는 점이 그(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으로 다시 한번 부각됐다”고 덧붙였다.
티에리 브르통 EU 집행위원은 프랑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전에 들었던 얘기다. 새로운 것은 하나도 없다”면서 “그는 기억력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큰 나라의 대통령 중 한 명’이라고 기억하고 있었는데,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2020년에 나눈 대화였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미 대선에 의존해 우리 안보를 두고 4년마다 동전 던지기를 할 순 없다. 유럽 지도자들은 국방비를 확대해야 한다는 데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했다.
2023년 나토가 자체 집계한 바에 따르면, 30개 회원국 가운데 독일, 노르웨이, 프랑스 등 19개국은 연간 GDP의 2% 방위비 목표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목표를 충족하는 곳은 현재 전쟁을 치르고 있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벨라루스 인접국들, 루마니아, 헝가리, 핀란드, 발트해 연안 국가인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등이다. 이들 국가는 2.3~2.7%의 방위비를 분담하고 있다. 특히 폴란드는 연간 GDP의 3.9% 이상을 방위비로 내 유일하게 미국보다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BBC는 “우크라이나가 지난해 여름 대반격에 실패하고 위태로운 시기를 맞은 상황에서 나토를 비롯한 서방 세계를 향한 위험한 발언”이라고 평가했다.
방성훈 (ba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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