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청산하면 끝장" 협력업체·노동자, 설 명절도 '속앓이'
밀린 대금에 붕 뜬 성수기…재고 금액도 억대
체불 노동자들도 "임금체불 면죄부 줘선 안돼"
[광주=뉴시스]이영주 기자 = "설이 무슨 소용입니까."
민족의 대명절 설을 불과 이틀 앞둔 지난 7일 오전 광주 광산구 하남산단 한 철판 가공 공장.
대유위니아 계열사 법정관리 신청 사태가 장기화 국면을 맞은 가운데 협력업체인 이곳은 돌아오는 설에도 마냥 웃을 수 없다.
이곳에서 생산하는 부품은 위니아딤채가 생산하는 김치냉장고의 내·외장에 쓰이는 철판.
공장 생산 라인에는 김장철 김치냉장고 생산 수요에 따라 납품됐어야 할 전용 철판들이 주인을 찾지 못하고 쌓여있었다.
먼지쌓인 철판 한 조마다 부착된 부품식별표 기준 가장 이른 날짜는 지난해 6월 30일.
당시부터 납품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데다 김치냉장고 판매 극성수기가 훌쩍 지나면서 주인을 찾지 못한 철판들은 20억 원 어치 재고로 변했다.
이곳 공장은 위니아의 법정관리 사태 이후 한차례 휘청였다. 협력업체의 납품 지분 중 위니아딤채가 차지하는 비율이 절반에 가까웠던 탓이다.
특히 위니아딤채가 지난 2021년부터 종종 결제 대금을 제때 치르지 않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 문제가 지난해 들어서 본격화됐다.
이곳 공장이 위니아딤채와 거래하며 거둬들인 연매출 규모는 그간 200억여 원에 이르렀다. 그러나 법정관리 사태가 본격화한 지난 해의 경우 위니아딤채를 상대로 50억여 원 매출을 올리는데 불과했으며 이중 미수금이 30억 원 대에 이른다.
설상가상으로 해당 미수금이 위니아딤채의 모기업인 대유의 회생채권으로 묶이면서 사실상 받지 못하는 돈이 됐다.
법정관리 사태 이후 산정된 공익채권으로 7억 원 상당을 보전 받을 수 있게 됐나 이마저도 위니아딤채의 새 주인이 나타나지 않고 청산 파국을 맞을 경우 받을 수 없다.
거듭된 난항 속에서 공장은 지난해 사무직 직원 수를 30여 명에서 10여 명으로 줄였다. 운영 7년차 첫 적자 상황을 맞으면서 지난해 성과급도 사라지고 직원 대상 설 선물도 통조림과 식용유 수준에 그쳤다.
공장 관계자는 "최저시급을 따라가는 현장직 외 사무직은 임금이 불가피하게 동결됐다. 사무직 직원 추가 채용은 엄두도 못내는 상황"이라며 "위니아딤채로부터 정산받지 못한 30억 원은 4~5년 짜리 순이익에 달한다. 어쩌지도 못하고 전전긍긍하는 상황에 설까지 왔다"고 토로했다.
이어 "회생채권을 모두 받을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현재 진행중인 위니아 인수·합병 과정이 원만하게 흘러가 공장이 예전처럼 정상가동돼야 한다"며 "딤채가 살아야 협력업체가 살아난다"고 하소연했다.
수 개월 째 임금을 받지 못한 위니아 계열사 노동자들도 피해가 막심하다.
노조는 지난해 11월 6일 기준 위니아 5개사(위니아전자·위니아전자매뉴팩처링·위니아딤채·대유플러스·위니아에이드) 임금 체불액가 708억원 규모이며 현재 불어나 11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 중이다.
임금을 완전히 지급받지 못한 것은 2022년 하반기 이후로 보고있다. 이전부터도 종종 있었던 체불 사태가 본격화되면서 위니아딤채 내부에만 생산직 200여 명에 대한 임금이 체불되고 있다.
지난해 연말 김장철을 맞아 위니아딤채 공장 라인이 일부 가동됐지만 이마저도 한 달 기준 2주 기간에 불과했다. 극성수기 잔업까지 치러가며 매일 공장을 가동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이를 통해 생산직 직원들이 받은 금액도 각자 100여 만 원 수준에 불과하다.
노조는 올해 초부터 대유 본사 앞, 검찰청 성남지청 등에서 상경 집회를 열면서 미지급된 체불 임금에 대한 해결과 엄정한 사법 처리를 촉구하고 있다.
인수·합병 절차가 이후에도 문제는 태산이다. 노동자들은 최우선 변제에 해당하는 3개월 치 급여와 3년 치의 퇴직금만 확정적으로 받을 수 있다. 나머지 부분을 받을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장담이 어렵다.
김학구 금속노조 위니아딤채 지회장은 "박영우 대유 회장은 지난해 자신 소유 골프장을 3200억 원에 매각, 이 과정에서 현금 1200억 원을 마련했으나 상당 부분을 자동차 계열사 대유에이텍에 전환사채로 사용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반면 실질적으로 임금체불에 쓴 금액은 10원 한 장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 회장은 체불 사태를 해결할 의지가 없고 노동자들과의 대화의 장에도 나오지 않는다. 이에 국회 환노위 소속 의원들은 박 회장은 위증죄로 고발 조치했다"며 "이번 사태가 제대로 해결되지 못하면 추후 발생하는 또다른 임금체불 사태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나 다름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대유위니아그룹 전자 계열사는 심각한 경영난으로 법정관리 절차를 밟고 있다. 위니아 5개 계열사는 지난해 9월 중순 잇따라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주요 생산 거점인 광주에서는 180여 개 협력업체가 납품 대금을 받지 못해 연쇄 도산으로 인한 지역 경제 침체 가능성까지 언급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leeyj2578@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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