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자동차, 성능 좋다더니 품질조작"…토요타, 그럼에도 글로벌 1위?

이태성 기자, 강주헌 기자 2024. 2. 12.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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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토요타 게이트(上)
[편집자주] 글로벌 자동차 판매 1위 기업 토요타가 품질 조작 이슈에 휩싸였다. 자회사로부터 번진 이 스캔들이 토요타그룹 전체를 위협하고 있다. 이번 사태에도 토요타는 글로벌 1위라는 위치를 수성할 수 있을지, 현대차그룹은 이번 일을 기회로 삼을 수 있을지 등을 짚어본다.
35년을 속였다...무너진 토요타의 품질경영
①자회사 스캔들에서 토요타 뿌리로 번진 품질 부정
(뉴욕시티 로이터=뉴스1) 강민경 기자 = 2023년 4월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개최된 뉴욕 국제자동차쇼의 토요타 부스에 설치된 로고. 2023.4.5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1123만3039대. 지난해 토요타가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한 차량의 숫자다. 2위인 폭스바겐과 약 200만대, 3위 현대차·기아와는 400만대 차이가 날 정도로 압도적인 판매량이다. 토요타가 생산한 자동차는 '품질이 좋다' '고장이 나지 않는다'는 믿음이 가져다 준 결과다. 토요타그룹을 지탱해온 이 믿음이 서서히 부서지고 있다. '품질경영'이라는 토요타 신화는 장기간에 걸친 인증 조작 사태가 드러나며 빛을 잃었다.

토요타의 품질 인증 스캔들은 토요타의 자회사 다이하쓰 직원의 내부고발로부터 비롯됐다. 지난해 4월 다이하쓰에서 충돌 안전 시험에 조작이 있었다는 고발을 접수한 일본 규제기관이 안전도 테스트 차량에서 일부 부품을 임의로 조정한 사실을 확인했다. 차량 안전도 테스트 차량과 판매용 차량을 다르게 만든 것이다. 일본 판매용 하이브리드카 등 총 6개 차종의 품질인증을 부정하게 취득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다이하쓰는 일본 내 경차 점유율이 33%에 달하는 회사다. 사태가 간단하지 않다고 판단한 다이하쓰와 일본 정부는 '제3자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추가적인 문제점을 파악하겠다고 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지난해 12월 위원회는 1989년부터 다이하쓰에서 에어백을 포함해 총 174건의 부정 인증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다이하쓰가 차량의 에어백이 제때 터지지 않자 타이머를 이용해 에어백이 터지는 시점을 조절해 인증을 받는 등의 수법을 썼다고 했다. 총 64개 차종에서 조작이 이뤄졌고, 여기에는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 방식으로 제조된 도요타의 '프로박스', '루미' 등 도요타의 22개 차종, 스바루 9개 차종, 마쓰다 2개 차종도 포함됐다.

35년간 이뤄진 부정행위에 대해 토요타의 입장은 "다이하쓰의 인증업무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던 점에 대해 깊게 반성한다"는 것이었다. 토요타의 관리 책임은 인정했지만 다이하쓰에서 일어난 비리라는 쪽에 무게가 실렸다. 그러나 토요타자동직기에서 비슷한 사건이 불거지며 토요타는 직접적인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토요타자동직기는 1934년 승용차용 엔진을 개발한 회사다. 여기서 1937년 자동차 부분이 분리돼 현재의 토요타자동차가 됐다. 사실상 토요타그룹의 뿌리다. 토요타자동직기는 2020년부터 디젤 엔진 생산 과정에서 품질 인증 시험 중 부정을 저질렀던 것으로 드러났다. 엔진의 출력 시험 시 연료 분사량을 조절해 성능이 더 좋아 보이도록 데이터를 조작했다. 토요타에 납품하는 자동차용 디젤 엔진 인증 시험에서도 부정이 있었던 사실이 밝혀지면서 토요타는 해당 엔진이 장착된 랜드크루저 등 10개 차종에 대한 출하를 멈추고, 일본 내 4개 공장 6개 생산라인의 가동을 일시 중단했다.

토요타 아키오 회장은 지난달 30일 나고야시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회사 차원의 책임을 인정했다. 아키오 회장은 "제조를 통해 사회에 공헌한다는 창업의 원점을 잊고 있었다"며 "고객을 불편하게 하고 심려를 끼친 점, 깊이 사과드린다"고 했다. 일본 현지 언론은 자회사에서 발생한 부정이 토요타의 개발 기간 단축 압박 탓에 일어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토요타의 위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공장 가동 중단에 판매량 감소, 대규모 리콜이 기다리고 있어서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조단위 손실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폭스바겐은 디젤 게이트 이후 1070만대에 이르는 리콜 비용으로 10조원 이상을 지출해야 했다.

무엇보다 금이 간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쉽지 않다. 훼손된 브랜드 가치를 복구하는 데 몇 년이 걸릴 지 모른다. 추가 조사로 어떤 문제가 더 발견될지도 알수 없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토요타는 품질 인증을 속이는 범죄를 저질렀고 이는 신뢰성 측면에서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며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이니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브랜드 이미지 훼손된 토요타, 글로벌 1위 수성 가능할까
②품질 인증 부정 논란에 공장 중단, 감산 검토

토요타는 품질 인증 조작이 드러난 뒤 공장 가동 중단에 들어갔다. 연초부터 제품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지난해보다 실적이 악화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토요타는 일본 공장 4곳(후지마쓰·이나베·요시와라·기후차체공업)의 6개 생산라인을 지난달 30일부터 세웠다. 당초 지난 5일까지 공장 가동을 중단하려 했지만 11일까지 기간을 연장했다. 토요타의 다른 자회사인 다이하쓰도 품질인증 부정과 관련해 일본 국토교통성으로부터 대대적인 조사를 받아 지난해 12월부터 관련 공장 4곳의 가동을 중단했다.

토요타는 또 올해 일본 내 완성차 공장 가동 시간 상한을 30분 단축해 품질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사건이 모기업인 토요타의 비용 절감과 납기 재촉으로 일어났다는 일본 현지의 분석 때문이다. 요미우리 신문은 "과도한 압박과 현장에 모든 걸 맡기는 관행이 일련의 부정 사건으로 이어졌다"며 "다이하츠와 히노자동차 사건 역시 같은 구조"라고 지적했다. 차량 생산도 지난해 판매 수준에서 10% 가량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생산시간 단축과 생산량 조정으로 실적이 나빠지는 데 그치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신뢰에 무너지면서 판매도 감소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과거 글로벌 판매량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폭스바겐의 디젤 게이트 사태 이후 상황을 보면 비슷한 일이 일어날 수 있음을 유추할 수 있다.
폭스바겐은 배출가스를 조작한 2015년 디젤 게이트 사태로 기세가 꺾여 2위로 밀려난 뒤 아직까지 1위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폭스바겐코리아 역시 2015년 아우디 브랜드를 포함해 판매량이 7만대에 달하며 수입차 시장 1위에 올랐지만 디젤 게이트 이후 판매량이 급감했다. 7년 만인 지난해가 돼서야 흑자를 냈을 정도로 타격을 입었다.

각국에서 토요타에 벌금 등 배상금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과거 토요타는 렉서스를 비롯한 여러 차종에서 브레이크 페달과 가속페달 조작 불능으로 충돌사고와 인명피해가 발생해 막대한 벌금을 낸 적이 있다. 당시 토요타는 전세계에서 1200만대 이상의 자동차를 리콜해 비용으로만 24억달러(3조1884억원)를 사용했다. 소송을 건 소비자들에게는 16억달러(2조1256억원)를 배상했으며, 미국에 벌금으로 12억달러(1조5942억원)를 냈다.

현재 토요타는 대규모 할인 전략 등을 고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토요타는 페달 사태가 일어났을 때 무이자 할부와 공격적인 판매 인센티브를 제공해 판매량을 유지했던 경험이 있다. 영업이익을 포기하고 판매량을 유지하는 방안이다.

토요타는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량 2,3위 업체와 큰 격차를 벌리며 1위를 수성하고 있어 곧바로 순위싸움에서 밀려나지 않을 수 있다. 전기차 수요 성장세가 주춤한 사이 하이브리드차 인기가 높아지는 등 시장 상황이 토요타에 나쁘지 않기도 하다. 토요타는 현재 글로벌 하이브리드 차량 시장에서 60%의 점유율로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디젤게이트 이후 완성차업체의 조작 사건이 잇따르면서 소비자의 안전 의식이 무뎌진 점도 판매량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2009년~2010년 급발진 사고로 촉발된 토요타 리콜사태 때처럼 심각한 결함이 아니면 피부로 와 닿는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국내시장의 경우 데이터 조작과 관련된 토요타 차종은 판매되지 않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토요타의 이번 사태가 크게 이슈가 안 되는 이유는 폭스바겐, 벤츠 등 완성차업체의 조작 사건이 과거에 여러 번 터지면서 대중의 관심도가 적어지고 무뎌진 영향"이라고 말했다.

이태성 기자 lts320@mt.co.kr 강주헌 기자 z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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