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전기 뜨거워질 때까지 '전파 또 전파'…성폭행범 덜미 잡았다

김미루 기자 2024. 2. 1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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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걸리면 끝까지 간다.

한국에서 한 해 검거되는 범죄 사건은 113만건(2021년 기준). 사라진 범죄자를 잡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이 시대의 진정한 경찰 베테랑을 만났다.

그런 김 경장을 팀원으로 둔 팀장 조윤식 경위는 "주취자라고 판단할 수도 있는데 현장에 출동해 성범죄 사건으로 인지하고 즉각 정보를 전파해줬다"며 "현장에서 여경이라고 물러서는 법이 없다. 이번 사건에서도 일을 분담한 대로 적극적으로 나서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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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서울 혜화경찰서 명륜파출소 김민채 경장
[편집자주] 한 번 걸리면 끝까지 간다. 한국에서 한 해 검거되는 범죄 사건은 113만건(2021년 기준). 사라진 범죄자를 잡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이 시대의 진정한 경찰 베테랑을 만났다.

혜화경찰서 명륜파출소 1팀 소속 김민채 경장 /사진=본인 제공

지난달 19일 아침 6시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 혜화경찰서 명륜파출소 1팀 소속 김민채 경장(38)의 무전기가 쉴새없이 울렸다. 김 경장이 속한 팀의 팀원과 순찰팀장, 파출소장은 두 시간 전쯤 종로구의 한 골목에서 여성을 성폭행하고 달아난 20대 남성을 찾기 위해 바쁘게 무전으로 초동수사 내용을 공유했다.

당일 새벽 5시쯤 김 경장은 "길거리에 여성이 쓰러져 있다"는 신고를 접수했다. 김 경장은 곧바로 현장에 도착했다. 여성은 의식을 잃은 채 누워 있었고 주변엔 옷가지와 소지품이 널브러져 있었다. 당일 서울의 최저기온은 섭씨 2도. 새벽 추위에 노출된 피해자는 입에 거품을 물고 있었다. 김 경장이 어깨와 다리를 흔들었지만 깨어나지 않았다.

단순 취객이 아니었다. 김 경장은 명륜파출소에 오기 전에는 종로5가 유흥가를 끼고 있는 효제파출소에서 근무하면서 주취자를 수없이 봐 왔다. 김 경장은 쓰러진 여성이 범죄 피해자임을 직감했다.

피해자 보호가 우선이었다. 우선 팀장에게 상황을 보고한 뒤 119 구급대에 공동 대응을 요청했다. 구급대가 올 때까지 체온을 높이기 위해 온 몸을 주물렀다. 현장 근처의 주민이 "무슨 일이냐"며 담요를 건넸다.

여성은 구급차에 실려 체온이 정상으로 돌아오자 말을 하기 시작했다. 같은 시간 다른 경찰은 건물 폐쇄회로(CC)TV 분석에 나섰다. 성범죄가 발생한 게 분명해졌다.

경찰은 신고 접수 3시간여 만에 가해자를 특정했다. 김 경장이 확보한 피해자 진술, 다른 팀원이 파악한 초동수사 내용이 뜨거워진 무전기를 통해 모였다. 지휘관인 소장과 팀장은 이를 종합했다.

경찰은 20대 남성 가해자가 사는 다세대주택으로 출동했다. 준강간 혐의를 받는 가해자는 자다 일어나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그는 범행을 부인했지만 눈이 밝은 경찰관이 CCTV 속 가해자의 소지품을 방 안에서 발견했다.

조사 결과 가해자는 피해자를 비롯해 여러 사람과 술을 마신 뒤 피해자를 데려다준다고 했다가 범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지난달 24일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졌다.

김 경장은 "파출소는 사건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나가서 사건 현장을 보고 초동 조치한다"며 "지휘관과 팀원 사이 업무 분담이 작전하듯 잘 이뤄졌고 의사소통까지 잘 돼서 빠른 검거가 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는 "경험 많은 선배들에게 배워 나중에 지휘관이 됐을 때 사건의 전체를 보고 지휘하는 경찰이 되겠다"고 했다.

그런 김 경장을 팀원으로 둔 팀장 조윤식 경위는 "주취자라고 판단할 수도 있는데 현장에 출동해 성범죄 사건으로 인지하고 즉각 정보를 전파해줬다"며 "현장에서 여경이라고 물러서는 법이 없다. 이번 사건에서도 일을 분담한 대로 적극적으로 나서줬다"고 말했다.

김미루 기자 mir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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