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PBR주' 반등 이끌어낸 윤석열 대통령…설 이후는?
최근 국내 증시의 최대 화두는 '저(低) 주가순자산비율(PBR, Price to Book-value Ratio)' 투자 열풍이다. 정부가 일본 사례를 벤치마킹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저PBR 종목들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겠다고 나서자 투심이 반응했다. 앞선 증시 부양책에 이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효과가 더해지면 코스피 반등을 이끌었다.
12일 증시에 따르면 코스피는 설날 연휴 직전인 지난 8일 전날보다 0.41%(10.74포인트) 오른 2620.32를 기록했다. 2월 들어 2500선을 회복한 데 이어 2600선 돌파까지 이뤄졌다.
연초 2400선까지 밀렸던 코스피의 반등을 가져온 가장 큰 요인은 저PBR주의 부상이다.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17일 업무보고에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을 발표한 이후부터 저PBR 장세가 이어졌다. 외국인과 기관이 자동차와 은행·보험·증권, 지주사 등 저PBR 관련주를 경쟁적으로 사들이면서 코스피 상승세를 이끌었다. 종가 기준 지난달 29일 2500, 이달 2일 2600 돌파에 성공했다. 코스피는 정책 발표 다음 날부터 8일까지 7.6% 올랐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상장사의 주요 투자지표(PBR, ROE·자기자본수익률 등)를 시가총액·업종별로 비교 공시하고, 저PBR 상장사가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기재하도록 권고한다. 공시우수법인은 가점을 주고, 주주가치가 높은 기업들로 구성된 지수 개발과 추종 상장지수펀드(ETF) 상장도 추진한다. 사실상 저PBR 기업의 주가부양 노력을 강제하고, 이를 독려할 수 있는 유인책을 마련하는 내용이다.
금융위와 한국거래소는 저PBR 기업들을 중심으로 한 상품 지수를 개발하고 있다. 이달 중 구체적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운영 방안도 공개할 예정이다.
조창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저PBR주의 상승세는 이어질 것"이라며 "저PBR 중 선별적인 스크리닝은 필요하다. 같은 저PBR 종목 가운데 주가의 차별화를 준 건 결국 재무건전성"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앞서 다양한 증시 부양책을 내놨다. 지난해 11월 전격적으로 단행한 공매도 전면 금지가 시작점이다. 금융감독원이 BNP파리바와 HSBC의 관행적 불법 공매도 행태 적발을 이유로 올해 6월까지 공매도를 금지하고 제도 개선에 착수했다. 금감원은 조만간 글로벌 IB에 대한 공매도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달 중 금감원 실무진이 홍콩을 방문해 금융당국과 공매도 관련 상황을 공유할 계획이다. 금융위원회는 6월까지 공매도 제도 개선이 완료되지 않으면 공매도 금지 기한을 연장하겠단 방침이다.
다음 달에는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10억원 이상에서 50억원 이상으로 완화했다. 규제 완화를 위한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은 입법예고부터 국무회의 의결까지 5일 만에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양도세 규제 완화에 힘입어 코스피는 2600을 돌파한 2655.28을 찍으며 지난해 장을 마감했다. 연말마다 발생한 과세 회피를 위한 대규모 매도세가 발생하지 않은 결과다.
다음 카드는 내년 도입 예정이었던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일 현직 대통령 중 처음으로 한국거래소의 증시 개장식에 참석한 자리에서 금투세 폐지를 약속했다.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투자 소득이 일정 금액(주식 5000만원, 기타 250만원) 이상이면 해당 소득의 20%(3억원 초과분은 25%)를 세금으로 부과하는 제도다. 이달 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금투세 폐지를 위한 소득세법 개정안과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다만 금투세 폐지 발표 이후인 1월 3~12일 코스피는 8거래일 연속 떨어지며 증시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금투세 폐지는 양도세 규제 완화와 달리 국회의 입법 절차를 거쳐야 하는 법률 개정 사안이기 때문에 4·10 총선 전 처리되기는 어렵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문재인 정권 시절 도입한 금투세 폐지에 반대하고 있어서다.
서진욱 기자 sj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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