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타 Vs 삼성전기...전장용 MLCC 한일전 '후끈'

김준석 2024. 2. 12.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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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기가 1월19일 발표한 차량용 고전압·고용량 MLCC 2종의 모습. 삼성전기 제공

[파이낸셜뉴스] '전자산업의 쌀'로 불리는 적층세라믹캐패시터(MLCC)를 제조하는 부품사들이 스마트폰 등 전방산업의 수요부진이 지속되자 불황 타개의 돌파구로 전장(자동차 전기부품)용 MLCC를 낙점했다. '전장 회사'로의 변신을 발표한 삼성전기도 일본기업 천하인 전장용 MLCC 시장에서 존재감 확대에 나섰다.
'MLCC 1위' 日 무라타, 전장용 MLCC 생산능력 확대

12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MLCC 점유율 1위 기업인 일본의 무라타는 시마네현 이즈모시 공장에 470억엔(약 4196억 7240만원)을 투자해 MLCC 생산시설을 증설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해당 생산시설은 2026년 3월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무라타는 MLCC의 생산 능력을 매년 10%씩 늘리고 있으며, 이번 증설도 그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스마트폰 판매 성장세가 더딘 가운데, 전기자동차(EV) 시장과 사물인터넷(IoT) 등을 겨냥한 생산능력 확대로 추측하고 있다.

MLCC는 부품간 전자파 간섭을 막기 위해 전자제품의 회로에 전류를 일정하게 흐를 수 있도록 제어하는 부품으로, 그간 스마트폰과 PC, 정보기술(IT)기기, 가전제품 등에 널리 사용됐다. 최근 전기차와 자율주행차의 등장으로 전장용 MLCC 시장이 전자부품 업계 신시장으로 떠올랐다. 탑승자 안전과 직결되는 전장용은 정보기술(IT) 제품과 비교해 제품 수명, 기술 안정성 등 더 높은 수준의 품질이 요구된다. 업계에서는 자동차 MLCC 시장 규모가 지난해 29억달러(약 3조8657억원)에서 2026년 40억달러(약 5조3320억원)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무라타에 이어 글로벌 MLCC 점유율 선두권인 TDK, 다이요유덴, 야게오 등 일본 부품사들도 전장용 MLCC를 승부처로 보고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 중이다. 다이요유덴은 지난해 7월 장쑤성 창저우시에 MLCC 생산기지를 완공해 양산에 나섰다. 다이요유덴은 창저우 공장에서 세계 전기차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 전기차 시장을 겨냥한 차량용 MLCC 등을 양산 중이다.

'자동차 부품회사' 삼성전기, 日 독주 제동거나

지난해 3월 주주총회에서 '자동차 부품회사'로의 변신을 예고한 삼성전기도 일본기업들의 독주 속에서 존재감 확대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4·4분기 기준 전체 매출 중 20% 초반대 비중을 차지한 전장용 MLCC가 올해 연간 20% 중반대까지 비중을 확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기는 부산, 중국 톈진에 이어 필리핀 생산기지에서도 스마트폰과 노트북 등 정보기술(IT) 제품에 들어가는 범용 MLCC에 더해 전장용 MLCC도 양산에 나섰다.

2016년 차량용 MLCC 본격 생산에 나선 삼성전기는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2년 4% 점유율에서 지난해 13%로 급성장했다. 같은 기간 1위 업체인 일본 무라타(44%→41%), TDK(20%→16%), 다이요유덴(18%→13%) 등은 전년보다 점유율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삼성전기는 일본 업체와 점유율 격차를 줄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준서 미래에셋 연구원은 "삼성전기가 전장용 MLCC의 제품에서도 차량용인포테인먼트(IVI) 위주 제품군에서 파워트레인용 제품으로 제품군을 다양화했다"고 전장 사업의 성장 가능성을 예상했다. 파워트레인용 MLCC는 고온 및 고압에 내구성이 필요하기에 고부가 제품이다. 지난달 19일에는 자율주행차의 필수 요소인 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ADAS)에 탑재되는 고전압·고용량 MLCC를 개발해 고성능 전장용 제품 라인업을 확대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에는 약 1000개의 MLCC가 들어가지만, 자동차에는 3000개 이상이 탑재되고 전기차에는 최대 1만5000개가 필요하다"면서 "단가도 IT기기용에 비해 전장용이 더 비싸기 때문에 한일 부품업계의 전장용 MLCC 쟁탈전은 더욱 심해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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