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에르메스가 고객"…여심 저격하는 선진뷰티사이언스 [윤현주의 主食이 주식]
세계 10위권 자외선 차단제 제조 기업
이성호 선진뷰티사이언스 대표 인터뷰
“화장품 ODM 가속페달·美 지사 설립
내년 매출 1000억 클럽 정조준”
호실적 행진에 배당금 상향 가능성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게 낫다는 말이다. 가짜뉴스 홍수 속 정보의 불균형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기 위해 주식 투자 경력 17년 6개월의 ‘전투개미’가 직접 상장사를 찾아간다. 회사의 사업 현황을 살피고 경영진을 만나 투자자들의 궁금증을 해결한다. 전투개미는 평소 그가 ‘주식은 전쟁터’라는 사고에 입각해 매번 승리하기 위해 주식 투자에 임하는 상황을 빗대 사용하는 단어다. 주식 투자에 있어서 그 누구보다 손실의 아픔이 크다는 걸 잘 알기에 오늘도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기사를 쓴다. <편집자주>
“화장품 ODM(제조업자개발생산) 사업 본격화와 미국 지사 설립으로 매출에 날개를 달겠습니다. 올해 최소 15% 이상 성장하고, 내년엔 매출 ‘1000억 클럽’에 가입하겠습니다.”
이성호 선진뷰티사이언스 대표는 지난 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대표의 언론 인터뷰는 1년여 만이다. 본사는 서울특별시 금천구 가산디지털2로 43-14 8층에 있고, 충남 서천군에 장항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약 1만4000평 규모인 장항공장은 인건비 및 운영비가 절감되는 스마트 팩토리로서 연간 생산 능력은 1560억원 수준이다. 이곳에서는 자외선차단소재, 마이크로비드(미세입자 파우더), 스킨케어 소재 등을 생산한다.
LVMH·에스티로더·LG생건·아모레 등에 화장품 소재 공급
선진뷰티사이언스는 세계 10위권 화장품용 자외선 차단제 제조 기업이다. 사업 영역은 화장품 소재와 ODM 화장품 제조, 자체 화장품 브랜드 아이레시피가 있다. 2022년 기준 매출의 85%가 해외에서 발생한다. 2007년 300만불 수출탑 달성 후 2022년 3800만불의 수출액을 기록했다. 연평균 성장률은 18%에 달한다. 1988년 6월 1일 설립됐고, 2021년 1월 27일 코스닥 상장했다.
유럽과 중국이 수출 비중 20%대로 1~2위를 다툰다. 미국은 10% 정도다. 터키·중동 등 36개국과 거래한다. P&G를 제외한 모든 화장품 브랜드 회사와 인연이 있다. 에르메스, 샤넬, 랑콤, 로레알, LVMH, 에스티로더, DHC,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바이오더마 등에 화장품 소재를 공급 중이다.
화장품 소재의 특성상 하나의 제품에서 차지하는 원가 비중이 적은데, 이 때문에 수많은 브랜드 제품에 적용되는 게 중요하다. 이를 위해 사측은 연구개발에 힘쓰고 다양한 거래처를 확보해 시장 침투율을 높이고 있다. 한 번 적용된 소재는 제품이 단종 시까지 계속해서 매출이 발생되기 때문이다. 소재를 변경하려면 안전성 실험 등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기업 입장에서는 시간과 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화장품 ODM 사업 가속페달 … 美 지사 8월 설립”
이 대표는 올해 사업 계획에 대해 “생산시설을 꾸준히 늘리는 방안을 검토해 화장품 ODM 사업 가속페달을 밟겠다”고 했다. 이어 “세계 시장에서 ‘Made in Korea’가 통하는 사업 중 하나가 화장품이다”며 “원료 사업에서 고객을 직접 만나는 것도 상당한 시너지가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또 “화장품 임상 서비스를 10년간 무료로 진행했는데 유료화로 바꿔 이익 구조를 튼튼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8월 미국 동부지역에 지사를 세우는데 현지 진출로 수익성이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탈리아의 경우 2021년 매출이 20억원이었는데, 같은 해 7월 현지 지사를 설립한 후 지난해 매출이 65억원으로 뛰었다. 이같은 성장세를 미국에서도 기대하고 있다. 그는 “화장품 소재 공급은 속도전이다”며 “내년부터 미국 지사 설립 효과가 본격적으로 실적에 반영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특히 중국 자외선 차단 화장품 톱10(프로야, 자연당 등)과 모두 거래한다. 중국 매출은 2015년 29억원에서 2022년 109억원으로 연평균 20.9% 증가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98억원을 기록해 역대 최대가 유력하다. 선진뷰티사이언스는 26개국에 27개 영업 대리점을 구축하고 있다.
작년 사상 최대 실적 유력 … 내년 1000억 매출 정조준
이 대표는 “소재 사업이 메인이라서 매출 성장 속도는 느리지만, 해외 지사 설립으로 레벨 업이 될 수 있다”며 “올해도 호실적 행진이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최근 3년간 실적도 우상향이다.
2020년 매출 464억원, 영업이익 36억원에서 2022년 매출 643억원, 영업이익 5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 547억원, 영입이익 71억원을 거둬 사상 최대 실적이 유력하다. 사측은 내년 매출 1000억, 영업이익 200억원에 도전한다.
주요 제품별 매출을 살펴보면 자외선 차단 소재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2016년 매출 83억원에서 2022년 198억원으로 연평균 15.3% 성장했다. 같은 기간 차세대 제품군인 스킨케어 소재는 연평균 83.9% 성장(2016년 매출 9000만원→2022년 29억원)을 보였다.
12일 주가(8일 종가 8200원 기준)는 지난해 말 대비(12월28일 8210원) 0.12% 하락했다. 사실상 제자리 걸음이다. 총 주식 수는 1220만3280주다. 최대주주는 이 대표 외 특수관계인 13인이 지분 55.22%를 갖고 있다. 자사주 1.58%, 외국인 지분율 2.63%로 유통 물량은 40% 정도다. 최근 4일간 평균 거래량은 2만2604주(금액 환산 땐 하루 1억8500만원)에 그쳐 무상증자 같은 ‘거래 활성화 카드’가 필요해 보인다. 이 대표의 지분은 33.88%로 339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현금성 자산 113억원, 부동산 자산 843억원이다. 시가총액(1001억원)과 맞먹는다. 부채비율 77.64%, 자본유보율은 1055.60%다. 5년(2018~2022년) 평균 영업이익률은 9.11%다. 박현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영업이익률 14%, 올해 17%를 예상했다.
결산 배당금은 2022년 보통주 1주당 20원으로 당시 배당수익률은 0.30%였다. 이 대표는 “성장하는 회사다 보니 투자에 집중했다”며 “현금 여유가 생기면 주주들을 위해 배당을 늘리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이 유력한 만큼 배당금 상향 가능성이 있다. 또 “3만5000명의 기업 고객들에게 1주일에 한 번씩 뉴스레터를 보내고 있다”며 “회사의 연구개발 현황·신제품 등을 소개하며 주주친화 활동도 꾸준히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오 화장품 소재도 만든다 … 글로벌 넘버 원 뷰티 소재 기업 꿈”
신성장동력은 무엇일까. 이 대표는 “4월 바이오 화장품 소재를 출시할 예정이다”고말했다. 이어 “화장품 완제품 브랜드는 늘고 있지만, 전통적으로 쓰던 원료들은 한계가 있다”며 “혁신을 통한 소재 다양화로 시장을 이끌겠다”고 다짐했다.
이른바 바이오 화장품 ‘퍼스트 펭귄’ 전략이다. 그는 “처음 도전하는 분야라서 시장 규모가 가늠이 안 되지만 창조적인 경영 활동만이 회사를 강하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또 “추격자의 경우 1등을 쫓아가기 위해 연구시설 등 많은 비용을 쏟아야 하지만, 선구자는 본인이 하고 싶은 데로 하면 되고 성공할 경우 선점 효과도 누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선진뷰티사이언스는 국내 화장품 소재 업체 최초로 2019년 미국 FDA(식품의약국) 현장 실사를 무결점으로 통과했다. 이 대표는 “글로벌 잠재 고객들이 FDA 인증을 받은 우리 회사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말 미국 화장품 규제 현대화법이 시행됐는데, 이 법은 미국에 화장품을 유통·판매하려는 기업은 제조·품질관리기준과 시설등록, 제품 목록 제출, 표시 기재 등의 사항에 대해 따라야 한다. 다만 FDA 인증을 받은 선진뷰티사이언스는 족쇄가 없는 셈이다.
선진뷰티사이언스는 매달 신제품도 내놓는다. 지난달에는 유기 자외선 차단제를 선보였는데, 이 대표는 “세계에서 가장 투명해 뉴스레터로 고객들과 정보를 공유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글로벌 넘버 원 뷰티 소재기업을 꿈꾼다”며 “의미있는 도전을 계속하겠다”고 강조했다. 화장품 소재업체에서 ODM 사업으로 영역 확장을 빗댄 것이다. 이 대표는 “시가총액 5000억원은 될 수 있게 덩치를 키우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1년 중 80일은 해외 출장을 나간다.
이재모 그로쓰리서치 대표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팬데믹 시기를 제외하면 꾸준한 매출이 돋보이고, 수출은 2007년부터 역성장이 없었다”며 “중국 10대 자외선 차단 화장품 업체와 거래하고 있어 중국과 동반 성장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또 “장항공장 자동화로 비용 절감도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다만 “최근 중국 소매판매가 예상치를 하회하는 등 경기둔화 우려로 실적 타격이 있을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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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주 기자 hyunj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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