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25 이어 세븐일레븐도 상생안 폐기지원 방식 변경… “본부 저성장 타개책”

양범수 기자 2024. 2. 1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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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일레븐, 폐기 지원 발주량 기준치 낮추고 판매량 기준치 높여
“발주량 기준 낮추고 가맹점 발주 조장해 본부 매출 늘리기 위함”
GS25, 신선 식품 폐기 지원 없애고 판매액 인센티브 도입
“상생안이라는 이름으로 본사 영업이익 극대화”

편의점 세븐일레븐이 올해 공정거래 상생 협약(상생안)부터 편의점 인기 상품인 삼각김밥·김밥·도시락 등 미반(米飯) 상품에 대한 폐기지원 방식을 판매율 연동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앞서 GS25도 올해 상생안을 통해 FF(신선식품) 상시 폐기 지원을 없애고 매출총이익에 따른 인센티브 지원 제도를 도입했는데, 성장세 둔화에 빠진 편의점 업계가 가맹 본부 매출을 키우려는 방안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편의점의 간편식품 코너. 도시락, 덮밥, 삼각김밥 등 다양한 간편식품이 진열돼 있다. /조선DB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세븐일레븐 운영사 코리아세븐은 이달 초부터 변경된 상생안을 시행하고 있다. 그중 미반 상품 추가 폐기 지원 제도는 기존 상생안에서 변경된 핵심 내용이다. 기존 방식은 상품 판매율이 50%를 넘으면 발주 수량에 따라 폐기 원가의 10~20%를 지원하는 방식이었으나, 올해부터는 발주 수량이 아니라 판매율을 기준(80%)으로 폐기 지원금을 추가 지급하게 됐다.

가령 삼각김밥은 기존의 폐기 지원 방식에 따르면 상품 판매율이 50%를 넘긴 경우 일일 발주 수량이 10~15개냐, 15개 이상이냐에 따라 추가 지원 비중이 달라졌다. 일일 발주 수량이 10~15개라면, 기본 폐기 지원율(20%)에 추가 지원율이 10%가 더해져 폐기 원가의 30%를 가맹본부가 지원했다. 일일 발주 수량이 15개 이상인 경우엔 기본 폐기 지원율에 20%가 더해져 가맹본부가 폐기 원가의 40%를 점주에게 지원했다.

올해부터는 추가 지원에 대한 발주 수량 기준이 10개 이상으로 통합됐다. 그러면서 판매율 기준을 80% 이상과 80% 미만으로 나누었다. 판매율이 80% 이상인 경우 폐기 지원율을 10% 가산하고, 80% 미만의 경우엔 20%를 추가하도록 했다. 김밥과 도시락 제품 역시 발주 수량에 차이가 있을 뿐 같은 방식으로 폐기 지원 방안이 바뀌었다.

결국 상품 폐기가 많이 발생하는 곳에 폐기 지원금을 더 주는 방식으로 바뀐 셈이다. 코리아세븐 관계자는 “발주 수량에 대한 기준을 낮추어 더 많은 점주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바꾼 것”이라면서 “폐기 지원을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 세븐일레븐 가맹점주들 사이에서는 “올해 세븐일레븐의 상생안이 다른 편의점 업체보다는 낫다”면서도 “결국 점주들이 더 많은 물건을 매입해 팔도록 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삼각김밥을 예로 들면 기존의 상생안에서는 추가 폐기 지원금 20% 기준이 일일 발주량 15개였기에 다수의 점포에서 최소 지원 대상 수량인 10개만을 발주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영업관리자(FC)가 보다 적극적으로 점주들의 발주를 유도할 수 있도록 폐기 지원을 확대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관계자는 “발주 수량과 연동한 지원 정책의 경우 경계선에 있는 점주들이 발주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면서 “그렇기에 대상 점포를 확대해 발주를 더 많이 할 수 있도록 해 본부 매출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세븐일레븐의 경우 CU·GS25 등의 경쟁사에 비해 규모가 작으니 점주들에 대한 혜택을 제공하면서 본사의 실적에도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상생안을 변경한 것”이라면서 “시장 포화 등으로 신규 출점이 어려워진 다른 경쟁사들은 더 노골적으로 본사의 실적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상생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고 있다”고 했다.

코리아세븐의 연결 기준 2022년 매출은 전년 대비 약 28% 증가한 5조4540억원이었으나, 지난해 3분기 매출액은 4조3308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8% 늘어나는 데 그쳤다.

GS리테일의 지난해 편의점 사업 부문의 매출은 8조1674억원으로 전년 대비 5% 늘어나면서 2022년 매출 성장률(7.9%)를 하회했다.

CU 운영사인 BGF리테일은 아직 지난해 편의점 사업 매출을 별도로 공개하지 않았지만, 증권가에서는 편의점 부문 매출액이 전년 대비 8%가량 늘어난 8조1760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보고 있다. BGF리테일 편의점 사업 부문은 2022년 전년 대비 12%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다.

앞서 GS25도 올해부터 FF 상시폐기지원, 치킨25 폐기지원, 농축수산 폐기지원 등을 없애고, FF 판매이익 인센티브, 치킨25 판매이익 인센티브, 농축수산 판매이익 인센티브를 새로 신설했다. 그간 10~40% 지원하던 FF 상품 폐기 비용을 없애는 대신 FF 상품을 판매해 발생하는 총이익의 10%를 인센티브로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GS25는 가맹점의 실질적 수익 개선을 도모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지만, 결국 순수 비용인 폐기에 대한 지원금을 없애고 가맹본부 실적과도 직결되는 매출총이익을 연동하게 한 것이다. 편의점 업체들은 가맹 점포로부터 매출총이익의 일정 부분을 가맹 비용으로 받고 있어 가맹점의 매출총이익이 높아지면 가맹본부의 매출 역시 높아지는 구조다.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의 경우 폐기 지원을 폐지하지는 않았으나, 2022년부터 그간 지원하던 전기요금을 지원하지 않으면서 도입한 ‘상생신상제도’로 인해 일부 가맹점주들과 갈등을 빚었다.

상생신상제도는 본사가 상생 신상품을 월별로 156~239개를 지정해 해당 상품의 80%을 발주할 경우 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가맹 점주들 사이에서 ‘상품 밀어내기’라는 지적이 나왔고, 지난해 11월에는 CU 가맹점주협의회가 BGF리테일 본사 앞에서 규탄 집회를 열기도 했다.

한 편의점 가맹점주는 “편의점 본사가 상생안이라는 이름으로 가맹본부의 영업 방침을 포장해 본사의 실적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이끌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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