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현장] 루사일서 '펄럭이지 못한 태극기'...64년 만의 우승 못 보고 도하를 떠나며

신동훈 기자 2024. 2. 11.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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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감을 안고 왔으나 씁쓸함과 허탈감을 안은 채 떠난다.

카타르 도하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64년 만에 한국의 우승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렘이 컸다.

어떻게든 이기고 올라만 가서 64년 만의 우승을 해 리오넬 메시가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우승을 하며 대관식을 한 그 곳에서 애국가가 울려 퍼지고 끝내 태극기를 휘날리며 트로피를 들 수 있기를 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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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인터풋볼 신동훈 기자

[인터풋볼=신동훈 기자(도하)] 기대감을 안고 왔으나 씁쓸함과 허탈감을 안은 채 떠난다.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이 종료됐다. 우승후보로 평가되던 대한민국은 4강에서 여정을 마무리했다. 2019 아랍에미리트 아시안컵에서 8강에서 멈춘 것과 비교하면 더 좋은 성적을 냈지만 내용을 보면 누구도 "지난 대회보다는 발전했어"라고 말하지 못할 것이다.

카타르 도하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64년 만에 한국의 우승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렘이 컸다. 선수 개개인만 놓고 볼 때도 최고였고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아래 의구심이 있었지만 무패를 달리며 분위기를 올려놓은 상태였다. 2차전 요르단전부터 도하에 왔는데 한국 경기를 치를 때마다 처참함을 느꼈다. 말레이시아에 3-3로 비겼을 땐 부끄러운 감정까지 들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16강전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경기 전부터 사우디아라비아 미디어, 팬들은 한국사람으로만 보이면 조롱과 무례한 언행을 일삼았다.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은 45,000여석 중 99.9% 좌석이 사우디아라비아 팬들로 가득 찼다. 중동 팀들의 응원이 뜨겁긴 하나 사우디아라비아 응원은 차원이 달랐다. 마치 하나처럼 움직이고 이슬람 기도와 같은 주문을 외우는데 선수가 아님에도 힘이 빠졌다.

사진=인터풋볼 신동훈 기자
사진=인터풋볼 신동훈 기자

당한 게 있고 분위기까지 압도해 사우디아라비아만은 잡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패배가 매우 유력한 상황에서 조규성이 헤더골을 넣었고 끝내 승부차기에서 이겼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니 바로 호주전이 치러졌다. 호주전에서도 극적인 승리로 2-1로 이겼다. 내용은 졸전이어도 우승의 기운이 따라 64년 만의 우승을 볼 거란 기대감이 생겼다.

모두가 알 듯 아니었다. 준결승에서 요르단을 상대로 최악의 경기를 한 끝에 0-2로 졌다. 무사 알 타마리 추가골이 나오자 모든 취재진은 뒤집을 수 없을 거라 판단했다. 역시 선수들은 지쳐 보였고 요르단 수비는 강력했다. 준결승에서 주저 앉았고 대다수의 한국 취재진이 카타르를 떠났다. 필자 포함 몇몇 취재진만 남아 '남의 축제'를 취재했다.

카타르와 이란의 명승부가 나왔고 결승전에서 카타르가 아크람 아피프 해트트릭 속 요르단을 3-1로 격파했다. 한국전 이후 두 경기가 모두 재밌었고 기사거리고 많았는데 한국에선 아시안컵에 대한 관심은 뚝 끊긴 상황이었다. 카타르가 우승을 했을 때도 큰 관심이 없어 보였다. 모든 기사를 마무리하고 카타르 우승 세리머니를 봤고 광란의 도가니인 도하를 지나갔다.

사진=인터풋볼 신동훈 기자
사진=인터풋볼 신동훈 기자
사진=인터풋볼 신동훈 기자

씁쓸함과 허탈감이 들었다. 한국 경기를 보며 부끄럽고 비판을 하긴 했지만 마음 한 구석엔 "그래도 잘하고 우승하자"라는 마음이 있었다. 어떻게든 이기고 올라만 가서 64년 만의 우승을 해 리오넬 메시가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우승을 하며 대관식을 한 그 곳에서 애국가가 울려 퍼지고 끝내 태극기를 휘날리며 트로피를 들 수 있기를 바랬다.

하지만 욕심이었다. 한국이 보인 경기력을 생각하면 더욱 욕심이었다. 이번 아시안컵에서 확인했듯 아시아 축구는 더욱 발전하고 있고 변방이던 동남아시아도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아시아 무대는 더욱 만만하게 보기 어려워졌다. 그 말은 아시안컵 우승을 할 확률이 더 어려워졌다는 뜻이다.

언제 아시안컵을 해도 한국은 우승후보일 것이다. 우승후보에만 그쳐서 될 것인가? 우승을 해야 한다. 카타르를 떠나며 아쉬움을 삼킨 모든 한국 사람들과는 반대로, 2027년에 사우디아라비아에 떠나는 한국인들은 모두 "내가 그 곳에 있었어"라고 외치며 67년 만의 우승을 만끽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기 위해선 이번 대회를 잘 돌아보고 안 되는 부분은 쳐낼 필요가 있다. 대한축구협회의 철저한 리뷰와 현명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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