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마크 다시 달고파” 신인왕→첫 국대→BSV 1위…이 악문 폼생폼사 필승조, 명예회복 꿈꾼다 [오!쎈 시드니]
[OSEN=시드니(호주), 이후광 기자] 지난해 혹독한 2년차 징크스를 겪은 ‘폼생폼사 필승조’ 정철원(25)이 2024시즌 명예회복을 꿈꾼다. 신인왕을 차지하고 곧바로 첫 태극마크를 달았던 지난해 이맘때의 영광을 되찾는 게 2024시즌 목표다.
정철원은 두산 1차 스프링캠프지인 호주 시드니 블랙타운 인터내셔널 스포츠파크에서 착실히 몸을 만들고 있다. 11일까지 총 3차례의 불펜피칭을 실시했고, 30개를 시작으로 35개, 40개까지 투구수를 소화했다. 정철원은 올 시즌 두산의 마무리 유력 후보다.
캠프에서 만난 정철원은 “몸 상태는 굉장히 좋다. 2022년, 2023년 많은 이닝을 던져서 관리도 잘 받고 있다”라고 밝은 미소를 지었다.
지난 2018년 신인드래프트서 두산 2차 2라운드 20순위 지명된 정철원은 현역 군 복무를 거쳐 2022년 베어스 불펜의 핵심 전력으로 도약했다. 1군 마운드가 처음이었지만 두둑한 배짱과 묵직한 구위를 앞세워 필승조에 편성됐고, KBO 데뷔 시즌 최다 홀드 신기록(23개)과 함께 단 한 번밖에 받을 수 없다는 신인왕의 영예를 안았다.
정철원은 2023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팀을 거쳐 작년 8월 중순 꿈에 그리던 마무리 보직을 맡았다. 전반기 39경기 5승 2패 2세이브 11홀드 평균자책점 3.76에 힘입어 선배 홍건희를 제치고 두산 클로저 타이틀을 새겼다. “두산에서 LG 고우석, 삼성 오승환 선배처럼 오랫동안 마무리를 하는 게 목표다”라는 당찬 각오도 밝혔다.
그러나 강심장 정철원 또한 마무리 성장통을 피하지 못했다. 9월 12경기에 등판해 1승 7세이브 평균자책점 1.42의 안정감을 뽐냈지만 3~5위 싸움이 치열해진 10월 팀에 전혀 보탬이 되지 못했다. 첫해 혹사 논란에 따른 체력 저하가 찾아왔는지 9회 등판해 삼자범퇴에 어려움을 겪었고, 이승엽 감독은 장고 끝 김강률, 홍건희가 포함된 집단 마무리 체제를 가동했다.
정철원의 1군 데뷔 두 번째 시즌 성적은 67경기 72⅔이닝 7승 6패 13세이브 11홀드 평균자책점 3.96. 불펜 전천후로 활약하며 두 자릿수 세이브-두자릿수 홀드를 동시에 달성했지만 블론세이브 전체 1위(9개)에 오르는 불명예를 안았다.
정철원은 “중요한 순간 많이 기용된 만큼 조금 더 집중하고 잘 던졌어야 했다. 아쉬운 부분이 있다”라며 “하지만 지친 건 아니었다. 타자들이 잘 친 것이다. 그리고 더 이상 슬픔의 눈물을 낭비할 필요는 없다. 올해 더 열심히 해야 한다”라고 다사다난했던 2년차 시즌을 리뷰했다.
정철원은 호주에서 홍건희와 마무리 보직을 두고 경쟁 중이다. 2군 캠프에서 천천히 몸을 만들고 있는 베테랑 김강률 또한 잠재적인 마무리 후보. 정철원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마무리가 꿈이라고 밝혔고, 그 꿈을 마침내 이뤘지만 올해는 보직 욕심을 내려놨다. 팀에 보탬이 되는 투수가 되는 게 먼저다.
정철원은 “주어진 곳에서 열심히 하자는 생각이다. 선발이든 마무리든 점수 차이가 많이 나든 기회만 주시면 어느 위치든 열심히 던질 생각이다”라며 “물론 오승환 선배님, 고우석 형을 보면서 마무리 자리를 동경해온 건 사실이다. 그래서 두산에서도 마무리를 오래 해보고 싶다. 다만 그건 목표일뿐이다. 어디서 던지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달라진 마음가짐을 전했다.
정철원은 작년 그라운드 밖에서도 한 차례 성장통을 겪었다. 김광현(SSG), 이용찬(NC)과 함께 WBC 대회 기간 동안 일본 도쿄에서 음주 논란으로 물의를 일으켰고, KBO 상벌위원회의 사회봉사 40시간, 제재금 300만 원 징계를 받았다. 정철원은 이후 항저우 아시안게임, APBC(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대표팀에 연달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정철원은 "아시안게임은 내 실력이 부족해서 못 나갔다고 생각한다. (김)광현이 형과의 일도 있었지만 실력을 더 발휘해서 다음 대표팀에 친구 (곽)빈이, (정)우영이, 동생 (노)시환이와 함께 하고 싶다"라며 "국가대표는 영광스러운 자리다. 꼭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가 돼서 다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라고 오는 11월 프리미어12 출전을 꿈꿨다.
이와 더불어 뒷문에서 시즌을 완주하는 목표도 세웠다. 정철원은 “성적은 한 시즌을 잘 마무리하면 따라오는 것이다. 팀이 많이 이기고 우승도 해야 내 기록도 따라온다. 아프지 않고 개인 성적에 연연하지 않으면서 잘 던지고 싶다”라는 성숙한 마인드를 덧붙였다.
정철원의 호주 스프링캠프 룸메이트는 2024년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2순위로 뽑힌 특급 우완 김택연이다. 공교롭게도 김택연 또한 두산의 차기 마무리 재목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철원은 “(김)택연이랑 너무 잘 지낸다. 굉장히 차분하고 진중하다. 야구 말고 잘하는 게 별로 없을 것 같다”라고 웃으며 “앞으로 침착하게 좋은 공을 던질 것 같다. 지금 판단하기에 섣부른 감이 있지만 향후 프로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을 거로 본다”라고 후배의 성공을 점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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