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뜨거운 ‘서울 편입 논란’은 가고 남은 건 볼품없어라
‘경기 분도’ 본격 추진 과정에서 불거져 전국을 달궜던 논란, 결국 총선용이었나?
2024년 4월10일 치르는 총선(제22대 국회의원)을 여섯 달가량 앞둔 2023년 10월 뜬금없이 ‘서울시 편입’이 논쟁거리로 떠올랐습니다. 국민의힘 소속 김병수 김포시장의 제안에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추진 의사를 밝히면서입니다. 서울 편입 문제는 서울 접경지역인 구리·고양·과천·하남 등으로 퍼졌고, 전국에선 지방균형발전 저해와 서울 집중 현상 심화로 이어지리라는 아우성이 쏟아졌습니다. ‘뜨거운 감자’였던 서울 편입 문제는 총선이 불과 석 달도 채 남지 않은 현재 추진 동력을 잃은 모양새입니다. 당론으로 정하고 서울 편입을 강하게 추진했던 집권여당이 어물쩍 ‘총선 이후 논의’로 물러섰기 때문입니다. 주민 관심도 식을 수밖에 없는 형국입니다.
총선 여섯 달 전 나왔다가 석 달 전 동력 잃은 ‘편입 논란’
김포시는 왜 서울 편입을 추진했을까요? 경기도를 남도와 북도로 나누는 ‘경기도 분도’가 발단이 됐습니다. 경기분도론은 과거 김영삼 대통령 시절부터 선거철마다 나오던 식상한 ‘선거용’ 구호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민선 8기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분도 의지는 확고했습니다. 그는 경기북부특별자치도(명칭 공모 중·이하 경기북도) 설치를 공약으로 내걸고 2022년 12월 민관합동추진위원회를 구성하면서 본격 추진에 나섰습니다. 2023년 9월25일 경기북도 설치 비전을 발표하고, 다음날 정부에 경기북도 설치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도 건의했습니다.
김 지사는 “경기북부가 자치도가 되면 경기도와 서울에 이은 세 번째로 큰 광역지방자치단체가 되며 경기북부 지역내총생산(GRDP) 1.11%포인트, 대한민국 국내총생산(GDP) 0.31%포인트를 상승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경기북도는 고양·남양주·파주·의정부·양주·구리·포천·동두천·가평·연천 등 10개 시·군을 아우르며, 경기도 전체 면적(1만195㎢)의 42%를 차지합니다. 인구는 25.8%에 해당하는 360만 명 규모로, 부산이나 인천보다 많습니다. 도는 2026년 7월1일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출범을 목표로 추진 중이며,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 특별법도 국회에 제출했습니다.
경기북도 구상안에 인구 48만 명 규모의 김포시는 빠져 있습니다. 지자체 의견 수렴 과정에서 김포시가 ‘서울로 편입을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기 때문입니다. 통상 경기도는 한강과 북한강을 기준으로 북부는 ‘한수이북’, 남부는 ‘한수이남’으로 분류해왔습니다. 김포시는 한수이남에 속해 경기북부로 묶기에는 기준점이 다르고, 한수이남은 인천과 서울에 가로막혀 경기남부와는 지리적으로 동떨어져 있습니다. 김포시가 ‘경기도 내륙의 섬’이라 불리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런 탓에 오래전부터 생활권은 오히려 서울에 더 가까웠습니다. 서울 생활권을 일치시키는 쪽이 경기북도나 남도에 편입되는 것보다 긍정적이라 본 것입니다.
구리·고양·과천… ‘국힘’ 시장들 들썩
과거 김포 땅이던 양동면과 양서면이 1963년 서울 양천구와 강서구로 편입된 전례도 있습니다. “김포시가 서울 편입의 뜻을 밝히지 않으면 북도나 남도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경기북도의 진행 스케줄에 맞춰 김포시의 서울 편입도 진행해야 한다.” 김병수 시장은 주민에게 서둘러 서울 편입 논의를 시작한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야권의 ‘총선용’이라는 지적에 대한 답이기도 합니다. ‘김포구’가 되면 서울시는 항구도시가 될 수 있고, 인구와 면적(서울 절반 크기의 가용용지 확보) 확대의 혜택도 기대할 수 있다고 김포시는 주장합니다.
김포시의 이런 주장에 당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당론으로 추진 의사를 밝히면서 국민의힘 소속이 단체장으로 있는 구리·고양·과천시 등으로 논의가 확산했습니다. 집권당의 당론 추진에 서울 접경 도시들이 들썩였습니다. 서울 편입이 광역교통 등 서울의 잘 갖춰진 기본 인프라를 공유하고, 주민 자산가치 상승효과로 이어지리라는 기대감 때문입니다. ‘메가시티 서울’을 주장해온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도 김포·고양·구리·과천시장을 만나 서울 편입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는 등 힘을 실었습니다. 국민의힘은 이 기류에 편승해 뉴시티 프로젝트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강공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2023년 12월 김 대표가 대표직에서 물러나고, 뉴시티 특별위원회까지 활동 기한이 만료되면서 사실상 구심점을 잃었습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발의한 ‘경기도와 서울시 간 관할구역 변경에 관한 특별법’도 소관 상임위원회에 상정조차 되지 않아, 제21대 국회 임기가 끝나면 자동 폐기될 처지입니다. 여기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오세훈 서울시장도 최근 ‘서울 편입 이슈 논의는 총선 이후’로 미루겠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당론으로 정할 정도로 시급하고 필요한 쟁점이었다면, 총선 이후로 미룰 이유도 없습니다.
지방균형발전의 큰 그림 아래 추진해야
집권당의 미지근한 대응에 서울 편입에 적극적이던 지자체의 셈법도 복잡해졌습니다. 김포시의 총선 전 주민투표 실시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해 보입니다. 행정안전부 역시 서울 편입의 타당성부터 검토하라고 밝혔습니다. 인구 8만 명 수준의 과천시는 서울 편입 때 자치구로 편입될 수 있을지 의문이고, 구리시는 경기주택도시공사(GH) 본사 관내 이전이 무산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자치구로 전환될 경우 자치행정 축소와 보통교부세 불교부, 국고보조율 10% 감액 등 지자체 예산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서울시와 ‘서울 편입 공동연구반’을 운영 중인 김포·구리시는 기존 계획대로 주민과의 소통, 전문가 분석·토론, 주민투표 건의 등 편입 절차를 밟겠다는 입장입니다. 정쟁을 떠나 주민에게 더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결정되길 바랍니다. 다만 이번 행정구역 개편 논의는 지방균형발전의 큰 그림 아래 주민 편익, 불합리한 행정체계를 바꾸려는 노력에서 시작돼야 합니다. 총선용에 그칠지 계속 지켜볼 일입니다.
수원=이정하 한겨레 기자 jungha9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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