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중의 NBA다이브] 완벽한 수비력의 미네소타, 그 비결은?
-1월 30일 vs 오클라호마시티 썬더 (@페이콤 센터)
#5OUT붕괴 #조시기디 약점 파고들기 #기디 마크맨=고베어
서부 컨퍼런스 1위 쟁탈전이었다. 리그 최정상급 공격력을 자랑하는 오클라호마시티를 상대로 미네소타가 107-101 승리를 거두며 서부 1위로 올라선 날이었다.
오클라호마시티는 오펜시브 레이팅 5위에 올라있던 최상위 공격 팀이다. 가장 트랜디한 5OUT 전술을 내세웠고 이를 무력화한 팀은 올 시즌 없었다. 3점슛이 훌륭한 빅맨 챗 홈그렌을 외곽에 배치해서 상대 빅맨을 외곽으로 끌고나온 뒤, 샤이 길저스 알렉산더가 비어있는 골밑을 공략하면서 득점 및 패스가 계속 창출이 가능한 전술이다.
이런 오클라호마시티의 공격력은 어떻게 무력화되면서 101점에 그쳤을까.
루디 고베어, 제이든 맥다니엘스의 포지션 파괴가 핵심이었다.
미네소타의 주전 5은 보통 마이크 콘리, 앤써니 에드워즈, 제이든 맥다니엘스, 칼 앤써니 타운스, 루디 고베어다. 가드 두 명, 윙맨 한 명, 빅맨 두 명으로 이어지는 다소 독특한 라인업이다. 올해의 수비수에 뽑혔던 과거가 있는 고베어가 최대한 골밑을 지키면서, 최대한 맨 마크를 펼치는 것이 수비의 기본적인 틀이다.
만약 미네소타가 이같은 기본적인 수비만 가능한 팀이었다면 지금처럼 압도적인 수비 지표를 낼 수 없었을 것이다. 대표적인 경기가 오클라호마시티와의 경기. 미네소타의 골밑 방어에 제대로 카운터를 먹일 수 있는 스트래치 5 챗 홈그렌이 외곽에 있으면 고베어가 무력화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미네소타는 경기 초반부터 흥미롭게 매치업을 설정했다. 가드 조시 기디애게 빅맨 고베어를 붙이고, 빅맨 홈그렌에게 윙맨 맥다니엘스를 붙이는 수비였다.
이같은 전술이 가능한 이유는 두 선수의 수비 이해도 덕분이다. 일단 맥다니엘스는 윙맨이지만 206cm의 큰 키를 자랑하고, 긴 윙스팬과 나름대로의 골밑 수비도 가능해서 프레임이 얇은 빅맨인 홈그렌과의 매치업이 충분히 가능하다. 그렇게 되면서 가드 기디의 수비를 빅맨 고베어가 맡게 되었는데, 기디는 외곽슛이 약하고 스피드도 느려서 적당한 마크만 하면서 골밑을 지키면 기디에게 슛을 맞으며 다른 선수에게 슛 기회를 내주지 않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쉽게 얘기해서 새깅, 일명 버리는 수비를 기디에게 보낸 것이다.
이날 기디는 고베어를 상대로 13점을 올렸다. 언뜻보면 괜찮은 활약인 듯 보이지만 기디가 뛰는 시간동안 오클라호마시티의 공격은 아예 마비되었고, 기디는 모든 선수중 최악인 득실마진 –17을 기록했다. 본인의 기록만 좋았을 뿐 팀 공격이 아예 정체되었고, 기디는 19분 10초만 출전하는데 그쳤다.
포워드 맥다니엘스와 매치업을 이룬 홈그렌은 시즌 최악 활약상인 4점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오클라호마시티의 공격 시스템은 고베어를 가드 기디에게 붙인 특별한 전술에 완전히 무너졌다. 결국 101점을 기록하며 패배를 떠안을 수밖에 없었다.
-2월 10일 vs 밀워키 벅스(@파이서브 포럼)
#아데토쿤보 무력작전 #프런팅 #공격적인 헬프
밀워키에서 데미안 릴라드가 출전하지 않은 것을 감안해야 한다. 하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밀워키를 105점으로 묶으며 105-129로 완승을 거둔 것은 상당히 놀라웠다.
이날 밀워키서는 무명 AJ 그린이 커리어하이 27점을 올렸다. 하지만 이는 미네소타가 100% 원하던 바였다. 밀워키의 핵심 작전은 야니스 아데토쿤보가 아닌 다른 선수에게 득점을 내주는 것이었다. 1옵션 아데토쿤보가 공 자체도 못 만지게 하는 것이 목표였고, 그 결과 아데토쿤보는 17점, 득실마진 –18점에 그쳤다. 시즌 평균인 평균 30.7점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
이같은 봉쇄에 어떻게 성공한 것일까. 이날 미네소타는 매치업맨으로 맥다니엘스를 붙였다. 맥다니엘스는 엔트리 패스가 아데토쿤보에게 들어가야 할 때 뒤에서 아데토쿤보를 막는 것이 아닌, 앞에서 막으며 적극적으로 공을 못 잡게 막았다. 프런팅(fronting) 수비라고 불리는 방식으로, 패스를 주는 선수와 패스를 받고자 하는 선수 사이에서 맨 마킹을 하는 것을 뜻한다.
일단 이같은 수비 방식에서는 패스를 전하는 것조차 상당히 부담스럽다. 밀워키의 다른 선수들이 공격을 전개하면 고베어의 드랍 커버리지로 수비를 진행해갔다.
100% 봉쇄란 불가능하다. 이따금 아데토쿤보에게 패스가 전해질 때 미네소타 수비수 3명 가량은 아데토쿤보 돌파 동선 쪽으로 수비를 조정하며 그에게 압박을 가했다. 더블팀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1:1 맨 마킹의 형태도 결코 아닌 방식이다. 그리고 만일 돌파를 하면 공격적으로 헬프를 보내는 방식으로 아데콘부롤 막았다. 이날 아데토쿤보에게 실점한 장면들은 이같은 헬프 수비가 이루어지지 않거나 소극적으로 헬프가 이루어진 경우였다. 아데토쿤보는 MVP 레벨의 선수가 1:1로 마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미네소타는 과할 정도로 헬프 수비를 보내는 방식으로 아데토쿤보를 견제했다.
이같은 공격적인 헬프 수비는 약점이 명확하다. 누군가는 외곽에서 비게 되고 오픈 3점슛을 내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미네소타 선수들의 수비력 및 수비 열정은 환상적인 수준이다. 한 발 더 뛰는 수비로 최대한 수비 구멍을 채우고, 오픈을 내줘야 할 선수들에게는 확실히 내주는 방식으로 공격적인 헬프 수비의 약점을 지웠다. 나즈 리드, 맥다니엘스, 앤써니 에드워즈 등이 활발하게 로테이션을 돌면서 빈 구멍을 채우는 것이다.
-끝으로
#수비 끝판왕의 운명? #클리퍼스 수비 가능? #벤치 수비 약점
크리스 핀치 감독 이하 코칭스태프의 고민은 무엇일까. 2023-2024 정규시즌 수비력 1위는 미네소타다. 압도적인 1위임에는 이견이 없다. 부상이 있지 않은 이상 미네소타가 이같은 압도적인 위상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미네소타의 수비는 완벽할까. 일단 플레이오프에서 지난 시즌보다 높은 위치에 올라가야 하는 미네소타이기에 매치업이 상당히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공격 파훼법을 꿰고 있는 오클라호마시티는 물론, 미네소타는 덴버를 상대로 치른 한 경기서 110-89로 완승을 거둔 바 있다. 어떤 팀이 미네소타의 약점을 공략할 수 있을까. 다시 얘기해 미네소타의 이같은 수비는 모든 팀에게 완벽한 것일까.
일단 완벽에 가까운 경지인 이 수비는 윙 자원이 많은 팀에게 비교적 약점을 노출한 바 있다. 대표적인 예가 순위표 한참 아래에 있는 뉴올리언스 펠리컨스. 시즌 전적 2승 2패인데, 최근 열린 두 경기서 모두 패배했다. 뉴올리언스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자이언 윌리엄스, 허버트 존스, 브랜든 잉그램, 조던 호킨스, 나지 마샬 등 코트 위 5명의 선수 중 3명 이상이 윙맨으로 분류된다는 것. 미네소타의 투 빅 라인업은 이처럼 기동력과 신장을 모두 갖춘 팀들을 상대로 비교적 약점을 드러낸 바 있다. 뉴올리언스는 4경기 중 3경기 미네소타를 상대로 117점을 이상 기록한 유일한 팀이다.
플레이오프 상위 라운드에서 만나게 될 로스앤젤레스 클리퍼스가 가장 큰 위험 요소라고 볼 수 있는 이유다. 클리퍼스는 뉴올리언스처럼 윙 자원들이 라인업의 대부분을 차지하면서, 모든 부분이 뉴올리언스 상위 호환이라고 볼 수 있는 팀이다. 카와이 레너드, 폴 조지가 최전성기급 경기력을 보이고 있고, 테렌스 맨, 노먼 파웰, 아미르 코피 등 벤치에서 나오는 윙 자원도 여럿 있다. 미네소타에는 맥다니엘스라는 최고의 윙 디펜더가 있지만, 벤치에서 나오는 윙 디펜더 1등이 카일 앤더슨일만큼 그 외의 윙 수비수들의 기량을 그닥 좋지 않다. 미네소타가 윙 자원을 여럿 배치하는 팀들에 대한 고민을 해결한다면 올 시즌 플레이오프에서도 완벽한 수비력을 보여줄 전망. 하지만 만약 이같은 약점에 대한 고민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의외의 팀에게 상당한 매치업 약점을 노출하면서 수비가 무너질 가능성 역시 분명 있다.
-김호중의 NBA다이브 #사진_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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